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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만에 자전거 인구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도 앞 다퉈 '자전거길'을 만들 정도로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래서 직접 자전거길을 찾아 진단을 해봤습니다.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 온 시민기자들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자주 애용하는 자전거길을 찾아 문제점과 개선사항 등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말]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부터였나?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도심 속  '천덕꾸러기' 자전거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바람을 타고 자전거를 타야 하는 갖가지 이유도 등장했다. 대충 살펴보니 '친환경 교통수단'이라서, '기름 값 파고를 넘는 도구'라서, '웰빙 문화에 적합해서' 따위다. 

이젠 정부에서도 나서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자전거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는 데 적합하다'며 엄청난 예산을 들여 자전거 대중화에 노력하고 있다. 현재 각 지자체별로 자전거와 관련된 갖가지 사업이 계획되거나 진행되고 있다.

나의 절친 자전거길, 너에게 묻는다

안양천변 자전거 길
 안양천변 자전거 길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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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전거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 때부터 자전거를 탔다. '저탄소 녹색성장' 같은 거창한 뜻을 의식하고 탄 것이 아니라 그냥 자전거가 좋아서 탔다. 어렸을 때부터 익숙해서 그런지 자전거를 타면 몸과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안양천으로 자전거를 끌고 갔다. 안양천 자전거 길은 꽤 쓸 만한 편이다.

안양천은 '자전거 천국'이라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다. 자전거 길이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길만 있으면 거침없이 달릴 수 있다. 정부에서도 자전거 길의 중요성을 인식한 듯하다. 현재 많은 예산을 자전거 길 만드는 데 쏟아 붓고 있다.

많은 돈을 들여 자전거 길을 만드는 만큼 시행착오를 거치지 말고 잘 만들었으면 한다. 그래서 따져봤다. '자전거 길'이 가야 할 '길'에 대해.

'잔차'길 옆 체육시설 안전망은 필수

안양천변 옆 농구대, 안전만이 없어서 위험
 안양천변 옆 농구대, 안전만이 없어서 위험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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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 자전거 길은 경기도 의왕시부터 한강까지 뻗어 있다. 의왕시부터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곳곳에 체육 시설이 설치돼 있다. 그중 축구장과 농구장 부근에만 오면 가끔 섬뜩한 기분이 든다. 특히 어둑어둑할 때쯤에는.

부지불식간에 날아오는 공이 위협적이다. 특히 빠르게 달리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 공이 얼굴에 맞거나 바퀴 사이에 끼게 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 2006년에는 갑자기 날아온 축구공 때문에 중년 남자가 사망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안양천 구로구(서울시) 구간에서 축구장에 있던 공이 자전거 도로로 흘러왔고 때마침 그곳을 지나던 중년남자의 자전거 페달 밑에 끼었다. 중년 남자는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며 뇌골절을 당했고 사고가 난 지 하루 만에 사망했다.

사고가 난 이후 안양천에서 자전거를 타는 많은 사람들이 축구장이나 농구장에 안전망 설치를 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아직까지 안전망은 설치되지 않고 있다. 홍수가 나면 안전망이 물에 휩쓸려 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천변 자전거 길과 인도 분리 필요

인도와 자전거 길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 구간에도 늘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안양천 의왕, 군포, 안양과 서울 일부 구간은 인도와 자전거 길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지난 2007년 7월 29일에는 서울 강북구 우이천변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선 자전거를 타고 가던 박아무개(55)씨가 길가에 서 있던 홍아무개(67)씨를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났다. 홍씨는 바닥에 쓰러지며 머리를 다쳤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박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언젠가 안양천 관리를 담당하는 안양시 공무원에게 인도와 차도를 분리해야 한다고 사석에서 한담처럼 말했던 적이 있다. 그 공무원은 환경 단체에서 반대해 설치하지 못한다고 푸념조로 대답했다.

인도와 자전거 길을 분리하려면 결국 길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안양천에 조성된 갈대밭 같은 것을 훼손시켜야 하기에 환경 단체에서 반대한다는 것이다. 일면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이 문제도 지금쯤은 득실을 따져서 선택을 해야 할 듯하다. 갈대밭과 자전거 길 중 하나를.

안양천변 주차장 없애야 진정한 '친환경'

자전거 길, 서울 한강변
 자전거 길, 서울 한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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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에 주차장이 조성돼 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군포, 안양, 서울 일부 구간에 주차장이 조성돼 있어서 사고 위험이 있을 뿐더러 안양천이 그리 친환경적이지 도 않다는 지적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려면 안양천변 주차장부터 없애야 한다.

그럼 차는 어디에 주차하느냐고 반문하시는 분이 있을 터. 그런 분들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밖에 없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려면 어차피 자동차 수를 줄여야 한다고.

사실 주차장 문제는 인구가 대도심에 집중되다 보니 차가 너무 많아서 생긴 문제다. 이런 문제를 무조건 주차장 수만 늘려서 해결하려는 것은 무지막지한 방법이다. 인구를 분산시키고 자동차 대수를 줄여서 해결해야 한다.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가 되면 자연히 자동차 대수는 줄어들지 않을까?

안양천변을 따라 이루어진 자전거 문화는 '레저 스포츠' 문화다. 일반시민들이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보다는 취미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 취미로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진정한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려면 자전거가 교통수단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다니던 길을 자전거가 다닐 수 있어야 한다. 또 안양천과 같은 자전거 길과 일반 도로가 연결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안양천변 자전거길은 비교적 잘 닦여 있지만 일반 도로는 아직도 자동차가 주인이다.

자동차가 주인 자리를 자전거에게 양보해야 한다. 대구광역시는 차도를 다이어트 해서 자전거 길을 만든다고 한다. 좋은 방법이다. 한 차선만 할애하면 시원한 자전거 길이 만들어질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안양도 차도를 다이어트 해서 자전거 길을 만든다는 소식이 빨리 들리면 좋겠다.

지금도 차가 막히는데 그 무슨 '무말랭이 비틀어지는 소리냐?'고 통박하는 분이 있을 터. 그런 분들에게는 또 이런 이야기를 해 줄 수밖에.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려면 어차피 차를 줄이는 수밖에는 없다고. 자동차가 줄어들려면 당연히 자동차 운전하는 것이 좀 불편해야 한다고.

길 빠진 자전거 정책, 길을 내자

양재동 구간, 노란 벼들이(2008년 가을에)
 양재동 구간, 노란 벼들이(2008년 가을에)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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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를 활성화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길'만 있으면 된다. 제대로 된 길만 있으면 타지 말라고 해도 탄다. 자전거가 좋다는 건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다만 탈 수 없기 때문에 타지 않는 것뿐이다.

경기도 군포시와 안양시가 각종 자전거 활성화 대책을 쏟아 내고 있다. 군포시는 무단 방치된 자전거를 수리해서 시민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한다.

안양시는 시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안양시장은 '전국 자전거 도시 협의회' 초대 회장을 맡으며 자전거 문화 센터를 건립하고 역 부근에 대규모 자전거 주차장도 세운다고 발표했다. 좋은 일이다. 환영한다. 하지만 이런 정책으로 자전거가 활성화돼서 안양시가 녹색도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부족하다. 바로 '길'이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자전거는 '길'만 있으면 달린다. 위험하니 제발 달리지 말라고 사정해도 달린다. 안양시 자전거 정책에는 '길'이 빠져 있다. 문화센터 건립보다는 자전거길을 만들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태그:#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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