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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2009년 7월 7일 오후 경기도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추경예산안 제안 설명을 하면서 "경기도의 공교육 개혁과 교육복지 구현을 위한 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삭감된 예산의 부활을 요청하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2009년 7월 7일 오후 경기도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추경예산안 제안 설명을 하면서 "경기도의 공교육 개혁과 교육복지 구현을 위한 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삭감된 예산의 부활을 요청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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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밥상을 엎은 어른들에 대한 민심의 심판은 냉정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추진한 무상급식을 예산 삭감으로 저지했던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과 경기도교육위원 대부분이 6·2지방선거에서 낙선했다. 이를 두고, 무상급식에 발목 잡혔다는 분석이 많다.

도의회 한나라당 소속 의원 중 다시 공천을 받아 6·2지방선거에 출마한 이들은 총 33명. 확인 결과 이들 중 22명이 낙선했다. 11명만이 도의회 재진입에 성공해 생환율은 약 33%에 불과하다. 구리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양태흥 전 의원 역시 떨어졌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경기도의회 지역구 의석 36개만을 획득했다.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회 지역구 108석을 독차지한 것에 비하면, 4년 만에 참담한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무상급식 예산 삭감했던 경기도의원들 대부분 낙선

물론 한나라당이 무상급식 하나 때문에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이 무상급식을 지방선거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건 분명하다.

경기도의회 한나라당은 작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세 차례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예산을 삭감할 때마다 "좌파 포퓰리즘 정책", "김상곤이 도민들에게 수천억 원을 살포하는 일"이라며 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추진을 비난했다.

진종설 경기도의회 의장이 2009년 12월 16일 오전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발의의 건을 통과시키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이 의장석에 올라와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항의하고 있다.
 진종설 경기도의회 의장이 2009년 12월 16일 오전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발의의 건을 통과시키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이 의장석에 올라와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항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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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영 한나라당 의원은 작년 7월 22일 본회의에서 김상곤 교육감을 '양치기 소년'에 비유하며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할 때가 아니라 많이 묻고 배울 때"라고 모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어 장 의원은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대해 "서민을 진정으로 위하시는 김문수 지사께 자문만 구했어도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 분야 전문가이신 교육위원님들과 도의원님들의 의견만 구하셨어도 이런 난리는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선두에서 '총대'를 멨지만, 장 의원은 6·2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지만 탈락했기 때문이다.

또 이태순 의원은 작년 7월 "정쟁을 유발시킨 김상곤 교육감이 도의회 의결사항에 딴죽을 걸면 사퇴 권고 결의안을 채택할 수 있다"며 김 교육감에게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 의원은 6·2지방선거에서 성남 분당에 출마해 당선됐다.

남양주시에서 출마했던 이우창 의원은 지난 5월 인터뷰에서 "김 교육감은 포퓰리즘으로 정치 이슈 만들려고 무상급식을 들고 나왔다"며 "대통령도 감히 선거공약에 무상급식이라는 말을 못 넣는데, 그걸 일개 교육감이 들고 나온 것은 쇼"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낙선했다.

"무상급식보다 먼저 학교 화장실을 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방영기 의원(성남 중원), "먹을거리는 학부모 책임"이라고 말한 장경순(안양 만안) 의원도 떨어졌다.

이재삼 경기도교육위원은 작년 6월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도교육청에서 농성을 벌였다.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주장해 온 이재삼 위원은 6.2지방선거에서 다시 교육의원으로 당선됐다.
 이재삼 경기도교육위원은 작년 6월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도교육청에서 농성을 벌였다.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주장해 온 이재삼 위원은 6.2지방선거에서 다시 교육의원으로 당선됐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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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예산 삭감 후회 안해" 교육위원 7명 중 6명 낙선

경기도교육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 도민들의 심판은 더욱 냉정했다. 현 경기도교육위원 13명 중 9명은 6·2지방선거에서 다시 교육의원으로 출마했다. 9명 중 이재삼·최창의 위원을 제외한 7명은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동의하거나 기권했던 인물들이다.

작년 무상급식 예산 심사에서 "피 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한다, 무상급식 실시하자"고 했던 이재삼·최창의 위원은 다시 도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했거나 기권했던 7명 중 당선된 이는 단 1명에 불과하다.

강관희 위원은 작년 6월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전교조가 뒤에서 비난여론을 조성한다"고 말했다. 강관희 위원은 당선됐다.

유옥희 위원은 작년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한 뒤 "요즘 굶는 애들 없다"며 "예산 삭감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위원은 이번 6·2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무상급식·무상교육'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자신을 "경기교육의 신사임당"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 위원은 떨어졌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인.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인.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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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예산 삭감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던 최운용 위원, "대충 급한 아이들은 다 도와주고 있다"고 말한 정헌모 위원도 모두 낙선했다.

도민의 선택을 받은 이재삼 당선인은 "모든 표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볼 수는 없지만, 시종일관 무상급식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며 "예산 삭감에 동의했던 이들이 거의 대부분 낙선했다는 사실은 민심의 무서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무상급식의 발목을 잡았던 이들은 1년 만에 무상급식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반대로, 지난 1년 동안 경기도의회·경기도교육위원회에 막혔던 김상곤 교육감의 정책은 이제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회는 야당이 과반을 장악했고, 교육의원은 진보 성향 인사들이 절반 이상 당선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1년 만에 모든 게 역전됐다.


태그:#무상급식, #6.2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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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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