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쯤에나 기대했던 장마비가 아침부터 굵은 장대비를 쏟아붓는 바람에 텃밭에 나가 작물들을 살피고 지주대를 보강하거나 부족해서 세우지 못한것들을 작업하려던 계획은 할 수 없이 장마비가 그치는 날에 나가봐야 할 것 같다. 대신, 그동안 가족의 민원접수를 받아 두었던 일을 해결하기로 했다.
1)선풍기: 덜덜 거리는 소음때문에 잠을 방해하기도 했고, 시간예약 손잡이가 부러져서 마냥 아침까지 돌리다 보니 몸이 찌뿌듯하게 만든 선풍기다. 소음의 원인은 5년을 사용하다 보니 부품의 노쇠화때문으로 진단되었다.
날개를 보호하는 앞뒤 덮개는 잘 끼워진 상태라 문제가 아니였다. 날개를 분해하고 회전하는 모터축을 보니 매우 건조해 보였다. 회전시에 마찰음으로 인한 소음으로 판단이 되어서 윤활유 대신 식용유 몇 방울을 떨어뜨르고 작동해보니 바람소리만이 잔잔하다. 시간예약을 설정하는 손잡이를 대신해서 버려진 볼펜자루를 이용했다. 라이터불로 용접(?)을 하고 철사줄로 단단히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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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선풍기 소음의 해결책은 날개를 장착하는 모터 회전축에 윤활유나
식용유 한두방을 떨어뜨리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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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잡이는 취약부분중의 하나로서 볼펜자루를 이용한 수리방법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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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밥상다리: 식사때마다 밥상을 폈다 접었다 하다보니 밥상다리를 고정하는 부분이 헐거워져 자칫 밥상을 엎을수도 있는 상태로 조심스럽게 사용을 한 것이 몇 달은 된 것 같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왜 오랫동안 방치했을까? 드릴로 밥상다리를 고정하는 부분에 구멍을 뚫고 고정시킬 수 있는 볼트를 하나씩 추가로 박았더니 튼튼하다.
3)전기청소기: 작년에 흡입구 쪽 몸통관이 낡아서 절단된 부분을 잘 맞춘 후에 포장용 테이프로 깁스(?)를 해서 잘 사용 했었는데 올해는 손잡이 연결관과 전기배선까지 떨어져서 폐기처분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이는 친환경생활을 지향하는 자세가 아닌듯 하여 수술 부위를 꼬매듯이 짧은 전선을 겨우겨우 연결하고 전기테이프로 단단히 감아서 아직까지도 고장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제조일을 보니 10년을 사용했다.
4)변기커버: 일주일 전쯤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커버 한쪽의 고정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나머지 부분마저 앉은 하중을 견디지 못해 부러지고 말았다. 어찌어찌해서 사용은 가능했기에 그대로 방치를 했었는데 딸아이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학교에 등교를 할 때마다 고쳐놓거나 사다 놓으라고 엄포를 하고 나간다. 가만 생각해보니 녀석에게는 꽤 불편할듯싶다. 수리 방법을 고민하다가 케이블타이(pvc소재의 묶는 끈)를 이용해서 떨어진 변기
커버의 구멍과 고정된 부분을 묶어서 해결했다.
5)전기밥통: 어디서 굴러다니다 우리집에 들어온 밥통인지 출처가 불분명한 채로 10여년간 우리 가족에게 밥을 해준 밥선생이다. 기능이라고는 (취사-보온)이 전부이지만 누룽지를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특기를 가졌다. 덕분에 슝늉도 먹고 좋았지만 설거지를 하려면 30여분 이상 물에 불려야 하고 코팅이 벗겨지고 닳고 닳은 바닥에서 혹시라도 유해물질이 나올까 걱정되어 전자매장으로 갔다가 보통 20~30만원 하는 가격표를 보고 슬며시 나온 적이 있다.
혹시나 해서 오늘 제조사 홈페이지 접속해 해당 모델의 내부 밥솥만 구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이미 단종된 지 수년이 지났을텐데 수천만원짜리 자동차도 그렇게 안 하는데, 와우! 내부솥만 판매 한다. 가격은 설렁탕 두 그릇 값이다.
내 마음속에 언제부턴가 자리잡은 명언 '죽도록 돈 벌어서 죽도록 사 모으고 죽도록 내다 버린다'며 낭비하는 소비 행태를 꾸짖던 故 전우익 선생님의 말씀을 오늘도 떠올리며 가족의 민원해결을 완벽하게 처리한 오늘은 기분 좋은 날.
덧붙이는 글 | 제 사례가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