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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큐 식당에서 만난 가무와 오락

양고기 바비큐 파티
 양고기 바비큐 파티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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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저녁식사는 양고기 바비큐다. 프로그램에 명시되어 있어서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식당에 도착하니 종업원이 양념한 양을 통째로 들고 왔다 갔다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양꼬치를 숯불에 굽느라 연기가 피어오른다. 우리는 2층의 한 방으로 안내된다. 조금 있다가 위구르 복장을 한 여인 둘이 양념을 묻혀 구은 양 한 마리를 가지고 들어온다.

이들은 양 바비큐를 자르는 의식을 하기 위해 대표 한 사람을 불러낸다. 우리는 송양의 선생을 대표로 추대한다. 이들은 송양의 선생에게 위구르 전통복장을 입히고는 모자를 씌운다. 그러고 보니 위구르 사람처럼 보인다. 옷이 날개라는 옛말이 생각난다. 송양의 선생이 칼을 들고 양의 등을 가른다. 이어 옆에서 보조하던 여자가 고기를 한 점 송양의 선생 입에 넣어준다. 그리고는 잔에 맥주를 한잔씩 따라 건배를 하도록 한다.

양고기 바비큐가 놓이고 있다.
 양고기 바비큐가 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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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이어 이들이 칼을 받아 바비큐를 먹기 좋게 자른다. 이곳에서 양은 젖과 털은 물론이고 자신의 몸까지 인간에게 제공한다. 풀도 흔하지 않은 오아시스 지대에서 자라서 그런지 살코기가 많지 않은 편이다. 비개가 전혀 없어 얇은 껍데기는 조금 딱딱하다. 맛도 돼지고기나 소고기와는 다르다. 좀 더 담백한 편이다. 두 사람에 한 접시씩 양고기 바비큐가 놓이고 밥과 반찬이 나온다.

그런데 우리 팀에는 식탐이 있는 사람이 없어 영 바비큐가 줄지를 않는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나온 음식을 다 먹어 본 적이 없다. 중국음식이 입에 안 맞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식사량이 적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한 절반쯤 먹었을까? 민속춤을 보여주기 위해 밖에서 남녀 한 쌍이 들어온다. 남자의 복장은 단정하고 여자의 복장은 화려하다. 오디오 음악에 맞춰 이들이 함께 2인무를 춘다. 남자는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춤을 춘다.

▲ 투르판 민속춤 공연 투르판 민속춤은 3부로 구성된다. 공연시간은 7분15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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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3부로 구성된다. 이들 2인무는 2분쯤 계속된다. 곧 이어 하늘색 의상을 한 무희가 밸리댄스를 춘다. 밸리댄스는 허리의 움직임에 주안점을 둔 춤으로 조금은 관능적이다. 그렇지만 이곳 투르판에서의 춤은 점잖은 편이다. 허리를 유연하게 돌리는 정도지, 몸을 눕히거나 하지는 않는다. 중간에 송양의 선생을 초대해 함께 춤을 춘다.

이어 접시를 머리에 인 무희가 들어와 춤을 춘다. 붉은색 계통의 민속의상을 입고 팔을 천천히 움직이는데, 동작이 가장 조심스럽고 우아하다. 몸을 한 바퀴 돌릴 때도 안정감이 있다. 머리에 인 접시는 모두 4개다. 그런데 그 안에는 적은 양이기는 하지만 물이 들어 있다. 접시는 물론 물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 꽤나 많은 연습을 했을 것 같다. 춤이 끝나고 우리는 그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관객과 하나 되는 민속공연

민속춤 공연 후 관객과 기념촬영
 민속춤 공연 후 관객과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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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호텔로 돌아와 하루를 정리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호텔 후원에서 음악소리가 들린다. 밖을 내다보니 뭔가 공연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나는 서둘러 호텔 후원으로 갔다. 그랬더니 그곳에서 민속공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벌써 1부는 끝나고 2부가 진행되는 것 같았다. 공연단이 관객을 불러내는 것을 보니.

이들 공연단과 관객은 연주되는 음악에 맞춰 무대를 돌며 춤을 춘다. 공연을 위해 3명의 악공이 악기를 연주한다. 해금처럼 생긴 현악기, 북, 실로폰처럼 생긴 타악기가 한 조를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즉석 연주라 더 생동감이 있다. 또 포도넝쿨 아래 야외에서 하는 공연이라 그런지 훨씬 더 생동감이 있다.

공연 배우와 함께
 공연 배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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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공연단과 관객이 무리를 이뤄 한바탕 춤을 춘다. 그리고 남자 춤꾼이 관객 중 여자에게 꽃을 주며 함께 춤출 것을 제안한다. 그러자 관객이 흔쾌하게 응해 2인무가 된다. 둘의 보조가 잘 맞고 마음이 통하는 듯하자 남자 춤꾼은 여자 관객을 들어 올려 감사를 표한다. 공연단과 관객이 잘 어울리는 한판 놀이다.

공연이 끝나고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는데, '신장에서 다시 만나 기쁩니다(我們歡聚在新疆)'라고 적혀 있다. 서양인과 중국인이 섞여있는 것으로 보아 문화교류 차원에서 서양 사람들이 신장을 방문해 환영을 받는 것 같다. 공연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나와 봤을 텐데 아쉽다. 그렇지만 이곳 투르판에서 서너 번이나 민속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다. 

문화여유광장의 밤 풍경

투르판의 밤
 투르판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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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고 아내와 나는 투르판의 밤거리를 보기 위해 문화여유광장으로 향한다. 우리는 청년로를 따라 간다. 꽤나 늦은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도로변에서 여유 있게 밤을 즐기고 있다. 이곳은 낮이 더워 밤에 더 많이 활동하는 것 같다. 가면서 투르판시 청사와 투르판 박물관을 볼 수 있다.

고창로와 청년로 사이에 있는 문화여유광장은 투르판 시민들이 문화적으로 놀며 즐길 수 있게 만든 광장이다. 우리는 청년로 쪽에서 고창로 쪽으로 광장을 한 바퀴 돌 예정이다. 현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안 사실이지만, 이곳은 광장이라기보다는 공원이다. 가운데 호수와 산을 만들고, 주변에 분수대와 산책로, 공연장 등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황동 조형물의 투르판 18괴(怪)
 황동 조형물의 투르판 18괴(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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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지역에 와서 정말 오랜만에 풍부한 물을 보니 기분이 좋다. 이곳은 애들과 함께 온 가족, 연인 또는 친구와 함께 온 젊은이로 가득하다. 분수 한 켠으로 보니 대형 황동조형물이 보인다. 투르판의 명물과 자랑을 조각과 글로 표현한 것 같다. 그 중 한 면에는 '투르판 18괴(十八怪)'가 적혀 있다. 투르판에서 볼 수 있는 18가지 괴이쩍은 일이다.

그 중 재미있는 것을 적으면 다음과 같다. "온도가 40도가 넘는데 서늘하고 쾌적하다. 카레즈의 물이 저절로 흘러 들어온다. 사람이 죽어도 천 년간 썩지 않는다. 소와 양이 평상시에도 풀을 뜯을 수 있다. 마른 호수(干湖)가 현묘(玄妙)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온다." 투르판이 사막의 오아시스임을 나타내는 것들이다.

문화여유광장의 연지(蓮池)
 문화여유광장의 연지(蓮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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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보고 나서 우리는 연지(蓮池)로 향한다. 전체 호수의 절반 정도에 연을 심었는데, 7월말인지라 꽃이 피었다. 사막 한 가운데 오아시스, 그 한가운데 연못에서 연꽃을 보다니. 이건 정말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다. 대부분 꽃송이가 큰 홍련이다. 가족과 함께 나온 사람들은 물가에서 홍련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밤 10시 반이 되었는데도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삶이 그렇게 즐거운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끼다

연지를 지나 다른 쪽 연못으로 가니 애들을 위한 놀이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반투명 통 안에 들어가 걸으면 물 위를 갈 수 있는 놀이기구가 보인다. 이곳 물에는 물고기가 있어선지 애들이 그것을 관찰하려 물속을 들여다본다. 이곳을 지나 지붕이 있는 공연장으로 가니 한 떼의 사람들이 어울려 춤을 춘다. 남녀가 짝을 맞춰 추는 현대적인 춤이다. 두 사람이 느슨하게 손을 잡고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돌면서 원형으로 움직인다.

시원한 분수를 즐기는 아이들
 시원한 분수를 즐기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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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지나면 다시 큰 분수광장이 나온다. 아치형의 쌍다리를 건너면 음악에 맞춰 수량이 조절되는 음악분수가 있다. 이곳은 애들의 천국이다. 더위를 피해 나온 애들이 옷을 입은 채로 물에 뛰어든다. 아이들의 즐거운 비명이 물소리와 어울려 밤공기 속으로 흩어진다. 삶의 즐거움이 바로 여기 있는 것 같다. 부모들도 가까이서 발에 물을 적시며 즐거워한다.

공원을 떠나 호텔로 오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삶의 목적이 뭔가? 정말로 돈과 명예인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하인리히 뵐의 짧은 단편「노동 도덕의 타락에 관한 일화」가 생각난다. 여기서는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되어, 여가나 여유를 잃어버린 현대인을 그리고 있다. 마지막 구절이 인상적이다. "그래 돈을 벌어 어쩔 건데?"

엄마와 함께 한 위구르 아이
 엄마와 함께 한 위구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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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투르판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내일이면 우루무치 남쪽에 있는 남산풍경구로 간다. 사막을 떠나 초원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오늘 저녁 투르판 사람들의 음악과 춤 그리고 삶의 여유를 보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진정한 삶의 의미, 그것은 노동과 여가의 조화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여행의 중국식 표현 여유(旅游)는 좋은 것이여!


태그:#양고기 바비큐, #투르판 민속춤, #문화교류, #문화여유광장, #연못과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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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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