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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2일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의정부 성희롱 교장 관련 기사 화면.
 지난 7월 22일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의정부 성희롱 교장 관련 기사 화면.

경기도 연천군의 한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9월 1일 어제 오전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분노가 치밀다 못해 허탈한 느낌이 들더군요.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성희롱과 막말을 일삼고, 학교의 독단적 운영으로 지난 7월 문제가 됐던 의정부 모 초등학교의 교장이 연천군의 한 초등학교 교감으로 발령을 받았답니다(관련 기사: 성희롱 교장을 교감으로? 김상곤 항의방문 갑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인사 발령이 난 파일을 열심히 뒤져 보았지만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뒤늦게 '비공개 발령'이라는 걸 언론을 통해 알았습니다.

성희롱 교장의 징계 부임, 왜 하필 연천입니까?

경기도 교육청이 뭔가 구리기는 구렸던 모양입니다. 언론 보도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성희롱이나 막말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교육자가 했다고 믿기에는 입에 담기도 힘든 말들이 많았습니다. 언론을 통해 나온 게 이 정도라면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는 더 할 말이 없겠지요. 각설하고 연천 지역에 근무하는 교사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왜? 연천으로 발령을 냈을까? 의정부에서 가까운 고양이나 구리가 아닌 연천일까? 연천은 아무나 교장 교감으로 와도 되는 지역인가? 아마도 이 지역의 특성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왜곡된 승진제도 탓에 고분고분한 교사들이 모여 있고, 시골의 순박한 학부모들이기에 교육청에서 하면 하라는 대로 따를 것이라고 생각한 게 아닌가요.

경기도교육청은 언론의 포화를 맞을 게 두려웠는지, 비공개로 슬그머니 성희롱 교장을 연천의 초등학교 교감으로 발령 냈습니다. 교장은 아무리 큰 잘못을 해도 교감은 되는가 봅니다. 정직 3개월을 채우고 12월 1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한답니다. 아마 그 때쯤이면 조용해지지 않을까, 할 수 없지 않냐고 체념할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당신이라면 이런 교장에게 아이 맡기겠습니까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에게 묻습니다. 당신이라면 그런 교감에게 자녀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에게 묻습니다. 당신이라면 그런 교감에게 자녀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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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역이냐를 떠나서 이런 교장은 교육자로서 자질이 없습니다. 아니 같은 교육자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이고 어디 가서 이런 교장이 있더라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교장이 교감으로 학교에서 교사 위에 다시 군림할 상상을 하니 앞이 캄캄하기만 합니다.

이 성희롱 교장이 있었던 학교 선생님들의 모습이 상상이 갑니다. 얼마나 초조했을까? 웬만한 학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교장에 대한 진정서를 작성한 이후의 생활이... 아마도 지금은 벼락을 맞은 듯한 심정일 것이라 판단됩니다. 결국은 힘없는 우리들은 안 되는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1년 꾹 참다가 다른 학교로 조용히 갈 것을 괜한 짓을 했나... 하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또 성희롱 교장이 교감으로 부임할 학교의 교사들과 학부모들을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이라면 자녀의 학교 교감이 이런 사람이라면 과연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겠습니까?

경기도 교육청은 이 질문에 뭐라고 답할까요? 경기 교육이 혁신교육을 이야기한다면, 그 답은 정해져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부디 이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도 교육청이 답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답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부터 먼저 뭔가를 시작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쓰는 것이 첫 번째 일이겠지요. 1인시위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발령이 철회되고, 교육계에서 퇴출되었다는 소식이 빨리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성희롱교장, #연천, #경기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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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외곽의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입니다.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등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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