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나는 며칠 전 고객으로부터 토지를 매매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1년 전에도 전화를 했다는 고객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는 강원도 속초시 아파트 인근의 야산으로, 매입한 지 6년이 지났다고 했다. 소유한 땅은 496㎡으로 150평이며 소유자가 100평, 후배가 50평을 공유하고 있었다. 매입 당시의 가격은 5000만 원으로 평당 50만 원에 매수했단다. 소유자는 그 토지를 1000만 원에 내놓았다.

남동향의 집터. 집 터로 들어오는 비포장 길이 맹지다.
 남동향의 집터. 집 터로 들어오는 비포장 길이 맹지다.
ⓒ 송성영

관련사진보기


전화를 받고 의뢰한 토지 위치를 확인하고 토지이용확인원을 떼어보았다. 지번도에 나타난 토지는 맹지(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전혀 없이 타 토지에 둘러싸인 토지)였다. 마치 바둑판을 그려놓은 듯 획일적인 것으로 봐서 기획부동산에 속아 매입한 것 같았다. 소유자에게 다시 전화를 해보았다.

"안녕하세요! 의뢰하신 물건을 확인해 봤는데요. 혹시 기획부동산에 속아서 매수한 땅 아닌가요?"
"예... 결과적으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처음 살 때는 전혀 모르고 샀습니다."
"누구 부탁으로 매수하신 건가요?"
"예, 아주 친한 누님으로부터 권유를 받아서 현장에 가 보지도 않고 샀습니다."
"당시에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요... 더구나 맹지인데..."
"주변에 아파트도 있고 사두면 값이 많이 오를 것이라고 해서 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속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5000만 원에 매수해서 1000만 원에 팔려면 무척이나 속상하실 텐데 어쩌죠?"
"속상해서 그냥 놔둘까 생각했지만 끙끙 앓는 것보다 빨리 처분하고 잊어 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1000만 원에 매도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소유자가 갖고 있는 토지는 주변이 공동묘지라 다른 용도로는 사용하기 힘든 곳이다. 토지를 매입하고 토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 몇 년이 걸린 셈이다. 현장을 방문해 보고 주변 부동산에 들러 시세를 확인해 보고 매수했다면 기획부동산에 속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기획 부동산에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뢰자처럼 주변 사람 권유로 아무것도 확인해 보지 않고 토지를 매수했다가 팔려고 해도 팔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도 많다. 정부도 기획 부동산 피해를 막기 위해 필지분할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근래에는 이것을 교묘히 피하기 위해 가분할을 해놓고 매수자를 찾은 후 등기를 넘기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기획 부동산에 당하지 않으려면, 토지를 매수하기 전에 아래와 같은 사항을 꼭 알아두어야 한다.

첫째,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과 묶여 있는 공유지분이나 공동분할의 땅은 되도록 사지 않는다. 물론 잘 알더라도 분할된 것이 아닌 현지인의 땅을 직접 사는 것이 좋다. 기획부동산은 쓸모없는 땅이나 싼땅을 위탁매매 계약을 하거나 직접 사서 가분할한 상태에서 분양한다. 물론 공유지분이나 공동분할은 매매는 가능하지만, 막상 내가 필요할 때 단독적인 행위를 할 수 없어 나중에 막상 처분하려고 해도 매수자가 없어 애를 먹게 된다.

둘째, 전화로 받는 텔레마케터의 투자설명이나 유혹은 단호하게 끊어 버린다. 대부분의 가정주부들은 텔레마케터의 유혹에 쉽게 노출되고 설명을 듣다 보면 정말 좋은 투자처인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친척의 투자 권유도 사실 확인없이 받아들이면 낭패를 당할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특급비밀'임을 강조하며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십중팔구 기획부동산일 확률이 높다.

셋째, 정말 좋고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고 해도 참고, 일단 사려는 땅을 혼자 직접 돌아봐야 한다. 기획부동산은 현장에 가기 전 혹은 가면서 바로 가계약을 권유한다. 일단 발목을 잡으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그러므로 혼자 현지에 가서 현지 부동산이나 마을사람을 만나 직접 알아보고 결정해야 한다. 가보지도 않고 사는 사람, 자기 땅이 될 곳에 발도 디디지 않고 계약서를 쓰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십중팔구 기획부동산의 먹이가 된다.

넷째, 개발계획에 대해 확실히 검증해야 한다. 분양하는 회사는 어떤 회사인지, 개발호재와 개발계획이 시나 군에서 확실하게 발주하는 것인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관계부서에 전화 한 통이면 확인이 가능한데, 그런 수고로움마저 회피한다면 피해를 당할 확률은 그만큼 커진다.

다섯째, 부동산에 관련된 간단한 서류를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요즘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인터넷으로도 확인 가능한 것이 많다. 토지대장이나 등기부열람, 토지이용확인원 등은 집에서도 간단하게 확인하고 열람할 수가 있다. 기획부동산은 단기투자를 권유하는데 단기투자해서 이득을 보는 것은 기획부동산이지 결코 투자자가 아니다. 직접 발로 뛰고 확인하고 검증하는 것만이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첩경임을 명심해야 한다.

여섯째,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자신만의 기본 원칙을 세워야 한다. 기획부동산으로부터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 없는 분야에는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은 다른 투자대상에 비해 투자금액이 크고, 한 번 투자하면 현금으로 다시 회수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다음에도 실립니다.



태그:#기획부동산, #부동산, #매수, #매매, #매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민기자를 통하여 소소한 일상의 삶을 따뜻하게 전하고 싶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