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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여자 중고등학교 졸업을 한 선배 문정수님께서 후배들에게 자신의 공부하던 시절 이야기와 대학 진학 후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경험담을 들려주고 계신다.
 일성여자 중고등학교 졸업을 한 선배 문정수님께서 후배들에게 자신의 공부하던 시절 이야기와 대학 진학 후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경험담을 들려주고 계신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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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어린 시절 피치 못할 가정 형편으로 또는 여자라는 이유로 상급학교 진학을 하지 못하고 배움의 기회를 놓친 아줌마들이 자식들 다 키워 공부시키고 편안하게 살아도 될 즈음, 평생 배우지 못한 한이 남아 늦게라도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일성 여자 중·고등학교에 진학해 늦깎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보았다. 순간 같이 방송을 보던 아내가 뒤돌아 눈물을 훔치는 것을 목격했다. 그때가 2001년 1월 초였다.

그런 아내 모습을 보다 아내에게 말도 않고 인터넷 검색으로 방송에 소개된 일성 여자 중·고등학교 연락처를 찾았다. 그렇게 시작된 아내의 중학교 생활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새벽 2~3시까지 이어진 늦깎이 공부와 싸움의 연속이었다. 그 결과 아내는 우수한 성적으로 4년 만에 일성 여자 중·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아내가 일성 여자 중·고등학교 재학 중인 친구와 전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올해 스승의 날을 앞두고 5월 13일 오후 3시 고등학교 각 반에서 조촐한 스승의 날 행사가 있다고 했다. 나는 아내에게  말도 하지 않고 13일 오후 1시 집을 나서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45번지에 소재한 일성 여자 중·고등학교 2학년 6반을 찾았다.

늦깎이 학생들과 함께 한 특별한 '스승의 날' 현장

▲ 아주 특별한 스승의 날 기념식장을 찾아서 가난 때문에 상급학교 진학을 하지 못하였던 아주마들께서 늦깎이 공부를 시작하여 일성여자 중고등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계신 2학년 6반 스승의 날 행사장 모습입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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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래경 담임 선생님을 모신 가운데 일성여자 중고등학교 2-6 스승의 날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강래경 담임 선생님을 모신 가운데 일성여자 중고등학교 2-6 스승의 날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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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강래경 선생님께 양해를 얻어 취재하려니 50여 명의 아줌마 학생들 대부분이 고개를 숙이신다. 아무래도 늦깎이 공부하시는 당신들 모습이 보도되는 것이 부끄러우신 듯했다. 그래서 사실은 나도 6년 전 영어 단어하나 한문 한자 못 읽는 아내가 여러분이 공부하는 이 학교에 다녀 중·고등학교 졸업을 한 '일성 가족' 남편이라고 소개를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늦깎이 공부 모습을 취재하려 함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나이 드신 어른들도 저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신다는 경종을 울리고, 더 나아가 평생 배우지 못한 한을 끌어 안고 사시는 많은 분께 용기와 희망을 드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라 설명하고 취재를 시작했다.

13일 일성 여자 중·고등학교 2학년 6반 스승의 날 행사에서는 국민의례, 담임 선생님께 감사의 꽃 전달에 이어 학생 대표가 선생님께 드리는 감사의 글이 낭독되었다. 뒤이어 이 학교를 졸업한 선배 문정수님의 중·고 4년간 공부한 경험과 대학에 진학하여 활동하는 과정 그리고 앞으로 후배들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격려 이야기가 있었다.

이어서 스승의 노래를 제창할 때는 선생님도 아줌마 학생들도 목이 메었고 나중에는 선생님을 끌어 안고 눈물바다를 이루며 "우리 선생님 화이팅"을 다 함께 외쳤다. 이날 학생들로부터 감사의 꽃다발을 받은 강래경 선생님은 연세 드신 아줌마 학생들에겐 딸 같고 동생 같은 어린 선생님인데도 선생님은 50여 명의 아줌마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대단했다.

재학생 대표가 담임 강래경 선생님께 꽃다발과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 드리고 있다.
 재학생 대표가 담임 강래경 선생님께 꽃다발과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 드리고 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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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정성으로 성의껏 준비한 선물이 선생님께 전달되는 동안 담임 선생님은 아줌마 학생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어머니 같고 언니 같은 여러분께서 부족한 담임선생의 뜻을 따라 열심히 공부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실 땐 선생님도 학생들도 눈시울을 적셨다.

이어 '사랑의 보약 주기'란 이름으로 교장 선생님을 대신해 담임 선생님께서 일일이 사탕인 듯한 선물을 학생들에게 전할 땐 조금 전까지 눈물바다를 이루었던 학급 분위기는 어느 사이 반전되어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를 끝으로 일성 여자 중·고등학교 2학년 6반 스승의 날 행사는 끝이 났다.

기자는 교정을 떠나기 전 이날의 스승의 날 행사를 격려차 방문하신 졸업생 몇 분을 만나 늦깎이 공부를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소감을 들어 보았다.

"포기할까도 했지만...어엿한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하신 문정수 선배님께서 후배 재학생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전해 주고 계신다. 문정수씨게는 유방암보다 더 무서운건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하실 정도로 학업에 열중 하셨다고 한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하신 문정수 선배님께서 후배 재학생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전해 주고 계신다. 문정수씨게는 유방암보다 더 무서운건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하실 정도로 학업에 열중 하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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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대표가 스승의 날에 즈음하여 강래경 선생님께 감사의 글을 낭독하고 있다.
 재학생 대표가 스승의 날에 즈음하여 강래경 선생님께 감사의 글을 낭독하고 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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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상 그럴 수 없었습니다. 펜 대신 집안일을 도와 일을 해야 했어요. 저의 어린 시절은 그렇게 공부 못함을 한으로 알고 살아야 했어요. 그러다 아들도 장성하고 문득 나를 돌아보니 나 자신을 위하여 시간을 할애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다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연한 기회에 일성 여자 중·고등학교를 알게 되어 입학하였어요. 그런데 문제는 오랜 세월동안 손 놓았던 공부였기에 수업 진도 따라가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포기할까 생각도 했어요.

그러다 내가 이 기회를 잃으면 영원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자신을 채찍질해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어느덧 고3 생활이 지나고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다시 일성 여고의 후배 앞에서서 조언을 할 수 있는 선배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가족이 있어 이루어낸 것입니다." - 숭의여자대학 문헌정보과 안정순 (2011년 졸업)

학급 대표가 교훈과 급훈 그리고 반가를 제창하고 있다.
 학급 대표가 교훈과 급훈 그리고 반가를 제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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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2006년에 졸업한 시인이자, 화가로 제2의 인생을 즐기는 오광자(용인대 회화과)졸업생,  유방암보다 두려운 건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신 문정수(2011년 졸업, 김포대학 부동산경영학과)씨의 소중한 경험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마 이렇게 훌륭한 선배님들의 주옥같은 말씀이 늦깎이 공부를 시작한 이 학교 재학생 여러분께는 큰 용기와 희망이 될 수 있고 어린 학생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하며 교정을 나선다.

선생님 존경합니다. 사랑해요. 담임선생님과 포즈를
 선생님 존경합니다. 사랑해요. 담임선생님과 포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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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 여자 중·고등학교 연혁
- 일성 이준 열사의 구국이념을 구현하는 학교임
- 1952년 야학으로 시작
- 1953~1988년 일성고등공민학교 운영
- 1978~1988년 일성일요학교 운영 (근로여성을 위한 무상교육)
- 1983~1987년 일성주부반 운영 (성인여성을 위한 교육)
- 1985~1993년 일성여자상업학교 운영 (고등학교 미진학 청소년들을 위한 학력인정학교)
- 1993~2002년 일성여자상업학교 운영 (학교형태 사회교육시설)
- 1988~현재 일성주부반을 양원주부학교로 변경
- 2001~현재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성인여성을 위한 학력인정 2년제 학교)
- 2008년 현재 개교 55주년, 졸업생 4만2000여 명


태그:#일성여자중고등학교, #강래경 선생님 , #문정수 선배님 , #양원주부학교, #아줌마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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