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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양화(陽畵)사진은 필름에 피사체의 색채나 톤이 실제의 피사체와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영어로는 'positive film' 이라 표기하지요. 글 써 먹고 사는 '쓰새' 언니 변지혜와 사진으로 먹고 살길 소망하는 사진학과 '찍새' 변지윤은 자매애로 뭉쳐, [변자매의 양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순간이! 자칫하면 지나치고 말았을 아름다운 무언가를, 선명하고 긍정적인 느낌의 사진으로 담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 기자 말 <편집자말>

새벽 네 시가 훌쩍 넘은 지금. 네이트온에 남아있던 마지막 친구 한 명까지 로그아웃한 시각, 저는 여전히 컴퓨터 앞에 앉아있습니다.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키보드에 손목 묶인 노예 마냥 죽치고 앉아 '이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름 아닌 글을 쓰는 짓(!) 말입니다.

 

<오마이뉴스>에 처음으로 기사를 쓴 날이 어언 6년 전입니다. 심심풀이로 올린 에세이 기사 한 꼭지가 포털 사이트에서 제법 주목을 받자 '에라 모르겠다' 하고 시작한 글쓰기는, 제 인생을 상당 부분 개선해주었지요. 문예창작과 수업을 들으며 본격적으로 문학 공부를 하게 됐고, 여러 과정을 거쳐 드라마 작가로 데뷔도 했죠.

 

하지만 꿈에 그리던 데뷔는 마라톤의 출발지점에 불과했습니다. '축구공녀'도 아닐진대, 초짜 작가라고 여기저기서 뻥 뻥 차이며 흰머리가 나고 불면증을 겪는 날들이 지속되었습니다.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백수나 다름없는 신세에 머리 쥐어뜯다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딘가'의 늪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스스로를 어르고 달래며 한발짝 한발짝 가는 중이랍니다.

 

그러다 문득, 왜 쓰는가?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왜 나는, 햇빛 쨍쨍한 길 다 놔두고 안개 자욱한 이곳에 와 자괴와 자뻑을 반복하며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인지요.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의 저서 <나는 왜 쓰는가>를 읽어보니, 작가가 글을 쓰는 데는 대략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동기가 있다고 하네요.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그리고 정치적 목적. 이와 더불어 오웰은 '모든 작가는 허영심이 강하고 이기적이며 게으르다'는 말을 덧붙여 글밥 먹는 이들을 뜨끔하게 만듭니다.

 

이기심 혹은 허영심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하니 당장 그만두고 다른 일을 알아봐야하나 싶습니다. 가뜩이나 부족한 사회성 탓에 소심해지는 일이 잦은데, 오웰의 글을 읽으니 더욱 맥이 빠집니다. 드러내 보이기 위해 쓰는 것만은 분명 아닐 텐데요.

 

시간을 돌려 6년 전. 저는 우울의 덫에 걸린 이십대 초반의 복학생이었습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 과 생활에 지쳐 1년간 휴학했다 학교로 돌아갔지만, 동기 모임도 엠티도 죄다 빠져가며 제2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었죠. 사는 게 재미도 없었고, 내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학점은 학사경고 맞기 일보직전이었고요. 그러던 중 운명처럼, 인생 제2막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글쓰기가 제게 와주었거든요.

 

인터넷 신문 기사로 시작해 소설을, 시를 쓰게 되었고 이어 대본 습작을 하며 제 인생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긍정적으로 변해갔습니다. 글은 제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학비도, 생활비도, 학자금 대출 이자도,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도. 늘 이리저리 휘둘리며 살아온 줏대 없던 인생에 심지가 생겨갔고요.

 

글을 꾸준히 쓰면서부터는 더 이상 다른 이들의 말에 휘청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남을 부러워하는 일도 현저히 줄었고, 유머감각은 수직상승했으며,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죠.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함으로써 생긴 놀라운 변화랍니다.

 

이제 날이 서서히 밝아옵니다. '나는 왜 쓸까'를 생각하다 글쓰기가 가져다준 치유의 힘과 행복감에, 쓰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맙니다. 나를 솔직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글쓰기에 새삼 감사까지 곁들이게 됩니다.

 

당신에게는 이런 일이 있나요? 밤을 지새워도 힘이 나는 일,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하는, 진정한 나 자신이 되게 하는 일. 그런 일이 있다면 발목잡고 매달려 꼭 곁에 붙들어두시길 바랍니다. 그 순간부터 인생은 새로이 시작될 테니까요.


태그:#글쓰기, #변자매의 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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