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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고향인 태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 '향수'에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당시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과 농민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기성세대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 지요하 장편소설 '향수' 작가의 고향인 태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 '향수'에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당시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과 농민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기성세대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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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속의 주인공 허칠만과 한미숙의 인연의 끈을 연결시켜준 건 다름 아닌 소매치기였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 보내봤을 법한 러브레터도 사랑의 싹을 키우는 데 역할을 했지만 결정적으로 두 촌놈·촌년을 한 이불속에서 평생을 함께 하도록 연결시켜 준 매개체는 극적으로 등장한 소매치기였다.

뱀술 사건으로 인해 허칠만을 괴씸하게 여긴 한미숙은 복수심에 불타 함께 탄 버스에서 잠든 허칠만을 깨우지 않고 혼자서 내리게 되고 미처 내리지 못했던 허칠만은 목적지를 지나 천안까지 올라게가게 된다. 그 버스 안에서 허칠만은 소매치기 일당을 만나게 되고, 결국 소매치기 일당과의 격투 끝에 두 방의 칼을 허벅지에 찔리게 된다.

사태는 경찰이 출동하면서 마무리되지만 흉기에 찔린 허칠만은 병원으로 후송되고 죄책감에 병원으로 찾아온 한미숙과의 질긴 인연의 끈을 평생토록 이어가게 된다.

하지만, 결혼 이후 한미숙은 남편 허칠만의 보증과 시아버지 병수발, 시어머니의 죽음 등 시련을 겪으며 가치관의 차이 등으로 둘 사이에는 미묘한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기성세대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편소설 <향수>

작가 지요하씨의 고향이자 보금자리인 태안의 구수한 사투리와 고향을 배경으로 한 소설 <향수>는 태안사람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성세대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픽션이다. 하지만, 픽션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당시 시대상이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구수한 사투리가 극적 효과를 더해 극적 요소가 가미된 역사의 기록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해 보인다.

특히, 평범한 이웃사람들의 이야기를 극적 요소를 가미해 전개되는 스토리는 400페이지 분량의 장편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펼쳐진다. 또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대다수가 현재 실존하고 있는 주민들이어서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눈 앞에 영상이 그려진다.

또, 태안사람 뿐만 아니라 세계꽃박람회와 기억하고 싶지는 않지만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의 손길로 청정태안의 제 모습을 찾고 관광휴양지로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안면도, 태안반도의 토속마을이 등장해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장편소설 <향수>가 부담없이 독자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두 명의 주인공과 주인공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삼각관계는 사랑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조금은 식상한 소재지만 <향수>는 자칫 독자들이 식상해 할 수 있는 삼각관계를 현실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극적 요소와 갈등관계를 가미해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간다.

이에 더해 <향수>는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 뿐만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농촌문제와 반미감정 등을 극중 작가의 분신으로 볼 수 있는 '허칠박'이라는 제3의 인물을 통해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작가 지요하씨는 두 주인공을 연결시켜주는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자처 하면서도 비록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양담배를 피우는 친구에게 거침없이 반미감정이 실린 독설을 내뱉는 소설속의 '허칠박'을 자신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소설 <향수>는 태안지역을 한정된 배경으로 써 내려갔지만 당시 농촌현실과 이산가족찾기 등 시대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특히, 소설의 도입부분이기도 한 주인공 허칠만이 태일관으로 발길을 옮긴 장면은 소설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진짜 농민으로 불리는 허칠만이 태일관을 찾은 이유는 배추 농사를 짓던 주인공이 계약재배를 통해 배추를 350원에 넘겼지만 이후 배춧값이 폭등해 1000원 이상으로 배춧값이 오르면서 돈을 더 받기 위해 기웃거리는 장면과 하필이면 그곳에서 한미숙과의 사이에 갈등의 씨앗이 된 친구 박송범을 우연찮게 만난 점은 극적 요소를 더해주고 있다.

애향심으로 <향수> 출간한 소설가 지요하의 꿈은?

이렇듯 태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속에서도 당시 시대상을 두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잘 담아낸 장편소설 <향수>를 쓴 소설가 지요하씨는 겉부터 속까지 천생 태안사람으로 '애향심'에서 이번 소설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애향심의 발로로 소설 '향수'를 출간했다는 소설가 지요하. 그는 '향수'에 대해 남녀간의 러브스토리도 있지만, 농민들의 삶의 애환과 농촌현실, 그리고 사회상이 반영돼 있어 기성세대들에게 제목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 소설가 지요하 애향심의 발로로 소설 '향수'를 출간했다는 소설가 지요하. 그는 '향수'에 대해 남녀간의 러브스토리도 있지만, 농민들의 삶의 애환과 농촌현실, 그리고 사회상이 반영돼 있어 기성세대들에게 제목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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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소설문학>지 신인상을 받은 작가는 30여년 동안 7편의 장편소설을 비롯해 모두 12권의 책을 출간했지만, 2002년 장편소설 <죄와 사랑> 이후 10년 만에 장편소설 <향수>를 냈다.

이 소설이 주목받는 이유는 20년 전의 정서를 그대로 담아냈다는 점이다. 작가는 고향 태안에 거주하면서 20년 전 창간한 지역신문에 '고향타령'이라는 제목으로 매주 소설을 연재했고, 연재를 묶어 이번에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해 당시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또한, 작가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작가는 당시 고향의 시대상과 지명, 점점 잊혀져가는 정겨운 고향사투리 등을 후세에 알리기 위한 '애향심'도 소설 전체에 녹아있다.

어쩌면 장편소설 <향수>는 픽션이라기보다는 당시 고향의 정서와 사회상이 담긴 역사의 기록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 지역신문 연재 당시의 글을 현대적으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담아냈다"고 밝히는 작가의 말에서 소설보다는 지역의 아픔과 삶의 애환이 담긴 서민들의 역사라고 표현하고 싶다.

또, 당시 지역에서는 유일했던 지역신문에 1990년 5월부터 1992년 9월까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무려 104회에 이르는 연재한 사실만 놓고 볼 때도 같은 해에 복군된 태안군의 역사와 함께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소설가 지요하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출간한 <향수>와 관련해 "출간의 기쁨보다는 불안과 두려움이 앞선다"며 "하지만, 애향심으로 출간한만큼 자신감도 있고 굳이 지방출판사(도서출판 가야, 충남 서산 소재)를 통해 출간한 이유는 지방출판사에서도 책을 깔끔하고 멋지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고,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모험정신으로 신기원을 창출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소설가로서 신작을 써야 하지만, 이전에 쓴 연재소설을 하나의 책으로 묶는 것도 살아 생전에 다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향수>도 40대 중반에 쓴 작품으로 무려 20년 동안 잊고 있던 소설을 책으로 엮은 것처럼 빈부격차 등 사회현상을 다룬 장편소설 '동트는 로마'와 1985년 지방일간지에 연재했던 '저문산에 별이 뜨다', '인생', 1990년대 태안 소재 서남중(현재 남면중학교) 사태를 모티브로 사회갈등과 이념문제를 다룬 '등불' 등을 현대적 감각으로 각색해서 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요하 작가는 올해 초 태안예총 지부장직을 내려놓고 현재 글쓰기에 매진하면서 지역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매주 월요일마다 여의도로 올라가 4대강 반대 미사에 참석해 2002년부터 10년째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오마이뉴스>에 태안지역의 이슈와 함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장편소설 <향수>를 출간한 지요하 작가와의 일문일답

그의 남은 꿈은 아직도 책으로 엮지 못한 4편의 연재소설을 출간하는 것이다.
▲ 장편소설 '향수'를 출간한 소설가 지요하 그의 남은 꿈은 아직도 책으로 엮지 못한 4편의 연재소설을 출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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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에 쓴 연재소설을 10년만에 장편소설로 엮었는데
<향수>는 본래 연재될 당시 '고향타령'이었는데 '들에는 지금도 무지개가 뜬다'로 바뀌었다가 이번에 <향수>라는 제목으로 출간하게 됐습니다. 무려 20년 동안이나 잊고 있었던 소설을 이제서라도 책으로 엮어 내게 돼 기쁘게 생각하면서도 두려움도 있습니다. 고향 태안을 배경으로 한 <향수>는 당시의 시대상이 반영되어 있어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특히 기성세대들에게는 제목처럼 향수를 불러일으켜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애향심으로 책을 출간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독자들에게 많이 읽혀야 될 텐데
대형 서점의 진열대에 오르는 기간이 대략 열흘이라고 하더군요. 책이 잘 빠지지 않으면 열흘 후에는 진열대에서 퇴출을 당하게 되고, 책이 좀 빠지면 좀 더 오래 진열대에 붙어 있게 된다고 하더군요. 웬만한 출판사들은 대형 서점의 진열대에서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음으로 양으로 '작업'을 하고, 이렇다 하는 출판사들도 자사의 책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리기 위해 '사재기'라는 것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나는 서울도 아닌 지방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저 겨우 유통구조를 활용하기만 할 뿐입니다. 판촉능력 같은 건 아예 없는 거지요. 그걸 뻔히 알면서 지방 출판사를 선택했습니다.

또,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서도 홍보하기 위해 책을 몇 군데 보내긴 했는데… 내가 <동아일보> 신춘문예 작가라서 <동아일보>에도 홍보하는 게 맞는데 조중동과 싸우고 있다보니 안하게 되네요. 지역에서는 많이들 구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소설가로서 신작을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등단 이전이나 이후에 쓴 연재소설을 하나의 책으로 묶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책으로 엮지 못한 작품이 네 작품 정도 됩니다. 이 네 작품을 살아 생전에 다 엮어 낼 지는 알 수 없지만요.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등단 전에 쓴 '동트는 로마'는 1970년대 중반에 썼는데 빈부격차 등 사회현상을 다룬 소설로 미래를 내다보고 쓴 작품인데 40년 지난 후에 보니까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고 있어 나도 놀랐습니다. 또 하나는 1985년부터 지방일간지에 2년간 연재했던 '저문산에 별이 뜨다'인데 학암포 등 고향을 배경으로 한 러브소설이죠. 1990년대 안면도 반핵항쟁과 함께 태안의 가장 큰 사건이었던 서남중학교 사태를 모티브로 사회갈등과 이념문제를 다룬 '등불'과 '인생'이라는 연재소설도 현대적 감각으로 각색해서 책으로 엮으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한 마디
<향수>는 우리 인간에게 진실로 고귀한 정서입니다. 일차적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뜻하는 것일 테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또 '고향'이라는 것이 어떤 지리적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모르는 가운데 잊거나 잃어버린 원초적인 그 무엇들은 사실 많고도 많을 것입니다.

또 어쩌면 우리는 '향수'라는 것 자체를 잊고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영혼을 지니고 살기에 향수를 잊거나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뭔가를 그리워한다는 것, 마땅히 그리워해야 할 것들을 그리워하며 사는 그 '마음'이 인간사회에 '희망의 꽃'을 피워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독자 여러분과 '향수'를 나누는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지요하 장편소설 <향수>(도서출판 가야) 398P/15,000원, 초판1쇄 발행(2011년 9월 9일)



향수

지요하 지음, 가야(2011)


태그:#지요하, #향수, #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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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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