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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호 의원님, 요즘 힘드시죠? 이해합니다. 그러니 매일 술 안 드시고는 잠이 안 오시겠죠. 그래도 국회의원이란 중차대한 임무를 맡고 계시니 건강을 위해서라도 술은 좀 그만 드시죠.

 

최근 신 의원님께서 서울시장에 출마한 박원순 후보에게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계신데 혹시 그런 것도 <100분토론> 때처럼 술 취해서 하는 소리는 아닌지 궁금하네요. 서로 다른 정당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다른 의견을 가질 수도 있고 부득이하게 상대를 공격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역사를 왜곡하거나 진실이 아닌 것을 억지 주장하는 것은 정치인의 윤리상 자제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조카 위해 절묘한 때에 돌아가주신 박 후보의 당숙

 

신 의원님은 지난 17일 박 후보의 '제적등본'까지 공개하며 날선 공격을 하셨습니다. 박 후보의 작은할아버지의 따님이 1937년 사할린에서 출생했고 그 출생신고가 1943년에 이루어졌음을 지적하며 박 후보의 작은할아버지는 강제징용이 아닌 자발적 도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강제징용이든 자발적 도일이든,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죠. 일제강점기 그 팍팍한 삶 속에서, 일제를 피해서 돈벌이를 갔든 일제에 의해서 강제징용이 되었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든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것이 힘없고 가진 것 없던 우리네 할아버지 아버지들의 삶이 아니었나요? 마치 병자호란 이후 나라가 힘이 없어 청국에 끌려간 우리네 할머니 엄마 누나들더러 "몸 버리고 온 화냥년"이라고 욕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신 의원님도 정치를 하고 계시니 민초들의 마음을 살펴주세요. 나라가 백성을 지켜주지 못했을 때 백성들이 당한 고초를, 이제 와서 한 나라의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께서 야단치면 안 되죠. 정말 신 의원님이 역사의식이 있는 분이라면 박 후보에게 그런 역사에 대하여 사과하고 위로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말 문제는 왜 박 후보가 양손으로 입양되었느냐 하는 것이죠. 신 의원님이 주장하듯 국방의 의무를 면하려고 했다면 그 시기가 중요하겠지요. 박 후보가 작은할아버지의 호적으로 입양된 것이 1969년이라고 하네요. 박 후보의 형이 징집을 1년 앞둔 시점이라, 병역 기피를 의심할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박 후보의 당숙이죠. 박 후보가 작은할아버지의 호적에 입적한 것은 '대가 끊긴 작은할아버지 댁의 대를 잇고 제사를 지내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우리네 가족사에서 흔히 있는 일이죠. 박 후보의,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박 후보 형의 군대 징집 기간을 줄이려 했다면 박 후보를 입양했어야 하고, 입양의 조건이 '대를 잇기 위함'이기 때문에 대가 끊어지기 위해서는 당숙이 돌아가셔야만 합니다.

 

그런데 마침 고맙게도 당숙이 돌아가주셨네요. 조카의 군 복무 기간 단축을 위해 절묘한 시기에 돌아가신 당숙. 이런 이유 말고는 설명이 안 되죠. 매일 취한듯 주장하는 신 의원님께 좋은 공격거리 알려드릴까요?

 

"당시 13살이던 박원순 후보는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하여 당숙과 모략하고 입양되기로 했다. 그런데 입양을 위해서는 대가 끊어져야만 했고 이를 위해 당숙이 죽음을 선택한 패륜적 짓을 저질렀다."

 

어때요? 이만 하면 박 후보에게 치명적이지 않을까요?

 

'안철수 바람'이 왜 불었나 생각해보세요

 

우리 사회는 병역 문제에 대하여 특히 엄격한 듯합니다. 그래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아들의 병역 문제로 좌절하기도 했죠. 그런데 병역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을 잘 보면요, 부모들이 힘이 있어서 자기 자식의 징집을 그 힘과 돈으로 막은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국회의원들의 자식들의 징집율이 일반 사람들의 징집율보다 현저히 적은 것은 잘 아시죠? 왜 그리도 돈도 많고 잘사는데 건강상태가 부실한지 모르겠네요.

 

병역 문제가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런 사람들입니다. 박 후보에게 병역 문제를 거론하는 것보다 신 의원님이 계신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나 청와대를 비롯한 집권층의 병역 이행 상태를 한번 살펴보시죠. 

 

며칠 전 정봉주 전 국회의원은 나경원 후보의 아버지 감싸기에 대하여 <나는 꼼수다>를 통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사학비리 감사와 관련 나경원 후보가 자기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립학교를 감사에서 빼줄 것을 청탁했다는 내용이죠. 설마 나경원 후보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나 후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죠. 역시 나 후보는 그런 일이 없다고 말씀하셨고요.

 

그런데 정말 희한한 일은 으레 이럴 때면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 고발이 이어져야 하는데, 이번에는 대응을 하지 않네요. 나경원 후보님이 마음이 예쁜 것일까요? 아니면 괜시리 고소 고발했다가 난처한 일이 있을지 몰라 그러는 것일까요?

 

나 후보는 아버지와 관련된 의혹들에 대하여 "그건 아버지 일"이라며 서울시장 후보는 자신이라고 말했는데요. 박 후보가 입양된 것은 13살 된 때였죠. 자신도 잘 모르는 사이에 입양된 일과 국회의원인 나경원 후보가 청탁성 부탁을 한 것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요?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정말 필요 없는 선거를 하는 것입니다. 신 의원님이 속한 한나라당 출신의 오세훈 시장이 독단으로 아이들 밥그릇을 뺏으려다가, 화가 난 서울시민들이 다시 밥그릇 찾아주자 저 혼자 씩씩대며 뛰쳐나간 일 때문에 치르는 선거입니다. 아이들 밥값은 680억 원이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밥그릇 뺏기 투표'로 200억 원을 쓰고 다시 서울시장 선거로 1000억 원 정도 들어가는 선거를 해야 합니다. 아이들 2년치 밥값이 그냥 공중으로, 아니 한강에 두둥실 떠서 흘러간 것입니다. 그러면 사과부터 했어야죠.

 

일본산 '술 깨는 약' 보내드리겠습니다

 

나경원 후보는 연일 "박 후보는 안철수 바람에 무임승차한 후보"라고 공격합니다. 맞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안철수 바람이 왜 불었는지. 그리고 그 바람에 올라탄 박원순 후보를 왜 시민들이 지지하는지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기존 정치가 더 이상 백성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번에 60년 전통의 야당이라는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못했습니다. 왜일까요? 시민들이 그걸 원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바람으로 표현되는 백성들의 열망이 믽주당을 날려 보낸 것이죠. 이제 그 바람이 한나라당을 날려 보낼지 모릅니다. 그러니 정말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들이 무얼 원하는지 살펴보세요. 언제나 우리네 백성들의 손에 들렸던 괭이나 곡괭이는 땅을 갈아 먹고 사는데 이용했지만 어느 때는 그걸 들고 관아를 향해 내달리기도 했습니다. 이 시대 백성들이 그럴지 모릅니다. 그만큼 삶이 어렵기 때문이죠.

 

신 의원님, 이제 정말 술에서 깨세요. 그리고 백성들의마음을 제대로 읽어보세요. 신 의원님께 술 깨는 약 보내드리겠습니다. 그것도 신 의원님의 역사관이 우리의 역사관이 아닌 일본의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 듯하여 '메이드 인 저팬(Made in Japan)'으로 보내드릴 테니 쭉 마시고 이제 그만 술 좀 깨세요.


태그:#신지호, #박원순, #나경원, #서울시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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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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