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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의 모든 부당거래에 반대한다"

올해 청룡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영화 <부당거래>의 류승완 감독의 수상소감입니다. 영화는 제목대로 검찰-경찰-언론 사이의 부당거래 현장을 사실적으로 묘사합니다. 스폰서인 부동산 업자는 건물입찰 청탁을 목적으로 검사에게 시계를 건네고 검사는 다시 기사청탁용으로 모 신문 기자에게 같은 시계를 전달합니다. 돌고 도는 이 시계처럼 '돈'과 '인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이 검은 커넥션은 2011년 대한민국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영화속 부당거래의 고리는 무척이나 견고해서 그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약한자들이 죽어나가도 그 고리는 사라지지 않고 더욱 강력하게 그 집단들을 묶습니다.

▲ 참여연대 의인기금 홍보영상(부당거래) 참여연대 의인기금 홍보영상, 제작 피플TV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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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너무 현실적이다보니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와도 내가 영화를 본 것인지 뉴스를 본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MBC <피디 수첩>은 영화촬영이 시작될 즈음 '검사와 스폰서' 편을 방송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26일에는 '그랜저 검사'에 이은 '벤츠 여검사' 의혹도 등장했습니다.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영화의 뒷맛이 찝찝한 이유는 현실이 영화와 다를바 없을 뿐더러 그 부당거래들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와 같은 일반시민들에게 돌아올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끊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이 검은 고리를 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양심의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 우리가 흔히 내부고발자라고 부르는 공익제보자들입니다. 공익제보는 내부자 간의 공모와 담합 속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예산낭비나 부패행위, 권력남용을 밝혀내는 것은 물론 이를 사전에 예방하는 가장 강력한 행위입니다.

▲ 참여연대 의인기금 홍보영상(도가니,모비딕) 참여연대 의인기금 홍보영상, 제작 피플TV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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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의 로비로 감사원의 감사가 중단된 것을 고발한 이문옥 감사관
국군보안사령부의 민간사찰을 고발한 영화 <모비딕>의 실제 주인공 윤석양 이병
오염혈액의 유통을 알리고 이를 막은 대한적십자사 직원들
삼성그룹의 차명계좌 50억 원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
영화 <도가니> 속 실제 사건의 전말을 세상에 알린 인화학교의 전응섭 선생님
KTX 사고원인을 언론에 제보한 KTX 직원 등

어찌보면 이들은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잘못을 지적하고 더 나은 사회로 바꿔 온 이 시대의 '의인'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적 존경이나 보호는 커녕 조직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혀 왕따가 되거나 파면, 해임 등의 박해를 받고 있습니다. <한겨레 21> 조사에 따르면 1990년 이문옥 감사원 감사관의 양심선언 이후 2011년 7월까지 36건의 공익제보와 45명의 공익제보자 중 20명이 신고 후 파면 및 해임되었고, 그 중 12명만이 소송을 통해 복직했습니다. 또한 36건 중 약 33%인 12건만 비리혐의자가 유죄판결을 받은 반면, 이 중 10명의 비리혐의자나 사건 책임자는 승진을 하기도 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부터 <2010 공익제보자의 밤-양심의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을 개최하고 ▲ 국가나 기업 등 조직의 부패, 예산낭비를 양심선언 등의 방법으로 공개한 공익제보자 ▲ 국가의 권력남용을 공개하거나 맞서 민주주의 후퇴를 막는 데 공이 있는 시민 ▲ 공익제보자를 지원하거나 국가의 권력남용 피해자 지원에 앞장서는 등 공이 있는 시민들 대상으로 후보를 추천받고 심사과정을 거쳐 선정된 7분에게 '의인상'을 드렸습니다.

참여연대는 올해에도 제2회 공익제보자의 밤을 열고(제2회 공익제보자의 밤 안내 바로가기) '의인상'을 시상할 예정입니다. 또한 의인의 사회적 발굴과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의인기금'을 설립하고 모금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일여고 비리를 고발했던 공익제보자 조연희씨(당시 동일여고 교사)는 공익제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해직, 파면 등에 따른 생활고를 해결할 금전적 도움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정과 명예라고 했습니다.

더 교묘하고 더 견고해지는 대한민국 부당거래의 고리, 우리 사회가 공익제보자들을 응원하고 지원할 때만이 끊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할 수 없다면 시민들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2010년 참여연대 의인상 수상자
김동일(전남 나주세무서 계장): 국세청장의 권력남용 비판
조직의 장인 국세청장의 권력남용에 대한 성찰을 내부에 요구했다가 조직적 탄압을 받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유형의 공익제보자로 볼 수 있음.

김영수(해군 소령): 해군의 군납품 비리 고발
해군 내부의 부패를 내부에서 문제제기했다 해결되지 않자 시민단체와 언론에 공개한 전형적인 공익제보자임.

김이태(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원):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 이라는 양심선언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려 4대강 사업이 대운하임을 폭로한 것은 전형적인 양심선언에 해당하며 이로 인해 조직적인 탄압을 받고 있어 전형적인 공익제보자임.

김종익(전 NS한마음 대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고발
국가권력의 사유화를 통한 권력농단과 직권남용 사건의 피해자이면서 이에 맞서 언론을 통해 직접 공개한 새로운 유형의 공익제보자임.

김형태(전 양천고 교사, 현 서울시 교육의원): 양천고 재단비리 고발
학교 내부의 부패 문제를 감사기관에 신고하였고 이를 이유로 신분상 불이익을 받은 전형적인 공익제보자임.

이두희(장신대학교 학생): 군종사관후보생선발 부정행위 고발
군종사관후보생 면접과정의 부정행위를 홈페이지 올린 행위는 전형적인 양심선언으로 공익제보자에 해당함.

이용석(연세대 교수): 'SK텔레콤의 우정사업본부 기반망 사업' 선정 평가위원 로비 제보
자신에게 행해진 불법로비에 대해 이를 권익위에 신고하고 시민단체에 제보한 전형적인 공익제보자임.


태그:#참여연대, #공익제보자, #부당거래, #도가니, #모비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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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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