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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투를 벌이던 수달이 방파제로 도망치고 있다.
 혈투를 벌이던 수달이 방파제로 도망치고 있다.
ⓒ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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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옥 카~옥."

갈매기 울음 소리가 메아리 치는 조용한 섬마을 해변가. 방파제 낚시터에 한바탕 큰 싸움이 벌어졌다. 괴성을 지르며 죽기 살기로 혈투를 벌이는 녀석들이 있다. 다름 아닌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된 천연기념물 330호 수달의 싸움. 이곳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수달이 황금어장 터를 놓고 영역 쟁탈전이 한창이다.

이 같은 광경은 지난 9월 전남 여수시 남면 안도리 동고지마을에서 낚시꾼들을 대상으로 민박집 '시인과 촌장'을 운영하는 김성수씨가 '순간포착' 했다. 그는 수달의 혈투를 이렇게 전했다.

"수달이 물속에서 한 시간 가량 사투를 벌였습니다. 싸움이 계속 이어져 끝내 육지 방파제까지 올라왔지만 싸움은 더 커졌죠. 급기야 아내가 뜰채로 쫓아 싸움이 끝났죠."

▲ 수달의 혈투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된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 두 마리가 영역 다툼 '혈투'를 벌이고 있다.
ⓒ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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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짜(한 짜에 약 10cm)급 감성돔의 포인트로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안도 동고지 방파제. 이곳엔 고양이 보다 더 고급 생선 도둑이 있다. 종종 낚시꾼이 잡아놓은 감성돔만 골라서 훔쳐먹는 해적이 있으니 바로 '수달'이다.

야행성인 수달은 주로 밤에 활동한다. 대낮에 영역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보기 드문 광경이다. 낚시꾼이 잡아 놓은 감성돔을 몰래 훔쳐먹어 시인과 촌장 주인장을 도둑으로 오인케 만든 간 큰 녀석은 뒤늦게 수달로 밝혀졌다. 최근 포착된 이 같은 광경은 시인과 수달이 공존하는 모습이 참 평화롭기만 하다.

족제비과에 속하는 수달은 세계적으로 13종이 분포하고 있다. 전문가에 의하면 수달은 육지쪽 수계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 수달의 절반 가량은 리아스식 해안이 잘 발달된 남해안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달은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 제330호와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된 법정 보호종이다. 수(水)생태계에서 수달은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수달은 성질이 온순하고 놀이를 좋아하는 동물이다. 청정 바다가 있는 이곳은 먹이가 풍부해 해안 바위 틈새 또는 나무 뿌리 등 자신에게 적합한 보금자리를 찾아 살고 있다.

감성돔 등 고급 어종만을 골라 잡아먹는 수달. 이곳 사람들은 종종 이들을 해달로 오인하고 있었으나 수달임이 분명해졌다. 사진에 포착된 수달의 모습은 다리가 짧아 배가 땅에 닿을 정도다. 발가락 사이에는 물갈퀴가 있어 수중에서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수중에서 혈투를 벌이던 수달이 방파제로 오르고 있다.
 수중에서 혈투를 벌이던 수달이 방파제로 오르고 있다.
ⓒ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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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에 오른 수달 2마리의 본격적인 혈투가 시작되었다.
 방파제에 오른 수달 2마리의 본격적인 혈투가 시작되었다.
ⓒ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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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에서 수달은 낚시꾼들에게 골칫거리다. 채집망 아래쪽 틈새를 찢고 들어와 몰래 물고기를 훔쳐가고 있다. 그동안 많은 낚시꾼들이 잃어버린 감성돔만 수십 마리다. 수달은 조사들이 애써 산채로 잡아놓은 어망을 노린다. 그것도 볼락 등 잡어는 손도 안 대고 오로지 감성돔만 노린다.

인천에 사는 한 프로 낚시꾼이 지난해 이맘때 겪은 얘기다. 소문을 듣고 멀리서 이곳 남해안까지 낚시를 왔다. 그날은 물때와 여로 조건이 잘 맞았는지 감성돔 4짜 3마리와 3.5짜급 2마리를 잡아 살려두었단다. 그날 잡은 고기를 살림망에 넣어 방파제 묶어 두고 다음 날 고기를 더 잡기 위해 주인장과 함께 해상 낚시터인 바지선으로 갔다. 그곳에서도 5자에 가까운 감성돔 1마리와 참돔 서너 마리를 낚아 올렸다.

간만에 맛본 대박 낚시였다. 조과에 잔뜩 고무된 그는 오늘 잡은 어종과 방파제에 살려둔 감성돔이면 아버님 제사상에 굴비와 가족들에게 자연산 회를 잔뜩 먹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뿌듯함에 힘이 절로 났단다. 이후 방파제에 도착해 고기를 살려놓은 살림망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화들짝 놀란 그는 이렇게 소리쳤다.

"사장님, 여기 방파제 누구 다녀간 사람 없어요."
"고기가 없어졌어요. 내 감성돔이 없어졌단 말이요…. 아이고 내 감성돔!"

갈매기 울음 소리가 메아리 치는 조용한 섬마을 바닷가 부두의 전경
 갈매기 울음 소리가 메아리 치는 조용한 섬마을 바닷가 부두의 전경
ⓒ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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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아침이라 아직 낚시꾼도 안 오고 마을 사람도 왔다간 사람이 없다. 놀란 김씨는 다급히 말했다.

"나도 이곳에서 서너번 물고기를 잃어버린 적이 있어 한동안 낚시꾼들을 의심한 적이 있어요. 살림망을 자세히 한번 봐봐요"

아니나 다를까. 사람 얼굴 크기만 하게 찢겨 있는 그물망. 수달에게 털린 것이다. 주인장은 도둑으로 의심받았던 오해가 풀리는 시간이었다. 이후 둘은 허탈한 마음에 바지선에서 낚아온 감성돔 한 마리를 회로 떴다. 한잔 술을 위안 삼으려 했으나 아쉬운 마음은 오래오래 갔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달, #시인과 촌장,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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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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