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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안철수씨는 개인의 정치적 성공 여부를 떠나 이미 정치적으로 성공했다. 흔들어야 할 이 나라 정치를 흔든 공로가 크다."    <조선일보> 2011.09.17.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안철수가 박원순에게 조건 없이 후보를 양보하고 난 후 <조선일보> 강천석 주필은 '안철수 태풍은 예고편이다'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당시 강천석 주필이 안철수 태풍은 여야에 오도 가도 못하는 답답한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만든 것이라고 지적한 것에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박근혜 치부 드러났지만, 오히려 지지율은 올랐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첫 번째 대선후보 TV토론회를 끝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스튜디오에서 나오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첫 번째 대선후보 TV토론회를 끝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스튜디오에서 나오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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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열린 대선 TV토론회를 보면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은근히 짜증이 났다. '다카키 마사오', '전두환에게 받은 돈 6억' 등 박근혜라는 성역 뒤에 숨겨진 사실이 드러나고, 네이버 등 포털에서 관련 단어들이 검색어 순위를 장식하는 것을 보면서 다음 날 유권자들이 받았을 충격을 상상했다. 새누리당은 여기에 대해 충분히 해명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필자만의 생각이었다. 오히려 치부가 드러난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했고 시청율 1%도 안되는 종편들이 1% 지지후보가 대선 토론회를 망쳤다며 난리를 쳤다.

이대로 끝나는 게 아닌가 해서 조바심도 났다. 미국산 쇠고기 무차별 수입을 둘러싼 촛불집회, 민간인 불법사찰, 25조원을 쏟아부은 4대강 사업, 수많은 측근비리가 있을 때 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던 "두고 보자"는 분노는 찻잔 속에 태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명박 정권 5년이 또다시 연장된다면 서민들은 무슨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라는 절망마저 엄습한 힘든 며칠이었다.

국민성공시대를 열겠다며 출범했던 이명박 정부. 그러나 5년 동안 서민들에게 안겨준 것은 빚더미의 절망이었고 오를 수 있는 사다리마저 차버리는 냉혹함이었다. "무역규모 1조 달러,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8위의 무역대국으로 올라섰다"며 자화자찬하던 지난 5일 무역의 날 축사 장면 뒤로, 서민들의 초라한 자화상이 그대로 겹쳐졌다. 할머니와 손자가 전기 요금을 못내 촛불을 켜놓고 자다가 타 죽는 세상, 칠순 노모와 마흔의 딸이 같이 줄을 묶고 한강으로 뛰어내리는 이 참혹함은 이명박 정부가 숨기고픈 서민들의 '생얼'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말했던 이명박 정부. 그러나 민간인 불법사찰에서 보여준 정권의 모습은 10년 전으로의 역사적 회귀가 아니라 전두환 군부 독재 때로의 복귀였다. 미행하고 협박하고 한 가정을 송두리째 짓밟아 버린 민간인 불법사찰. 칠성판에 매달고 고문을 자행하지 않았을 뿐이지 인권 유린은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용산 철거민과 쌍용자동차 노동자 투쟁에 대한 살인 진압은 또 어떤가. 페퍼포그가 물대포로 바뀌고, 백골단이 경찰특공대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노동자와 철거민은 때려잡아야 할 폭도들이었다. 그래서 숱한 사람들이 죽어 나갔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길거리로 쫒겨 나거나 값싼 노동자로 전락했다.

야당도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전략에는 무능했고, 자본과 서민의 대척점에서는 분간할 수 없는 행보를 계속했다. 집권의 고민은 부족했고, 정치 철학은 부재했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맞선 전선에서 가장 먼저 이탈했던 것도 야당이었다.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번번이 여당에게 뒤졌다. 지난 총선만 보더라도 새누리당이 잘해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것이 아니라 야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측면이 강했다.

이명박의 국민성공시대와 박근혜의 국민행복시대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식당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가진 회동에서 '전폭적인 지원'과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약속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 전 후보는 "오늘이 대선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많은 분들의 열망을 담아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안철수-문재인 회동 "오늘이 대선 중요한 분수령 될 것"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식당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가진 회동에서 '전폭적인 지원'과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약속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 전 후보는 "오늘이 대선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많은 분들의 열망을 담아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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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등장은 시대적 요구의 반영이었다. 흔들어야 할 정치판을 흔들고자 나섰던 안철수, 양당 정치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의 호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안철수를 통해서 위로받고자 했고, 희망을 걸고자 했다. 대선 후보로 이름도 올리기 전 유력한 여당 대선 후보를 압도하는 지지는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지친 서민들이 절규와 같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또 한 번 기회를 내려놓았다. 후보 사퇴와 며칠의 칩거. 후보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 했지만 여당 후보와 야당 후보의 지지율은 더 크게 벌어졌다. 문재인 후보 진영 뿐만 아니라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은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형국이었다. 대선 토론회에서 여당 후보의 치부가 오히려 수구 세력의 집결을 유도하는 이해하지 못할 대선 판도. 보수 세력과 자본과 정권의 시녀가 된 언론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안철수를 찾았고 쉽게 돌아오지 않는 그의 발걸음에 화를 내기도 했다.

"국민 70%를 중산층으로 세워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많은 사람들은 그의 집권이 이명박 정권 5년의 연장이 될까 두려워 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와 함께 국민성공시대를 약속했던 5년 전부터 지금까지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와 함께 했다.

시장에서 어묵을 먹으며 서민의 등을 어루만지던 이명박 대통령은 정작 대형 마트 때문에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상인들의 하소연에 시장 자율 운운하며 인터넷 직거래를 권했던 웃지 못할 행보를 보여줬다. 유통법 개정도 두 차례나 무산시키면서 재래시장을 살리겠다는 박근혜 후보가 이 대통령과 다르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정치 이념이나 인재풀을 공유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선 후보. 국민성공시대가 국민행복시대로 넘어간다고 해도 그것은 새로운 정치권력의 탄생이 아니라 정권의 재창출에 불과하다.

안철수, 정치 제대로 흔들어라

6일 문재인 후보의 손을 잡은 안철수는 "오늘이 대선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많은 분들의 열망을 담아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록 그가 대선 후보가 되어 국민의 열망을 짊어지는 행운은 얻지는 못했지만, 본인의 말처럼 정권교체를 위해 큰힘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경쟁 속에 살아남아야 하는 미래 세대들을 위로하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젊은이들에게 큰 울림이 되어 정권교체의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보고 희망의 5년을 기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에게 바라는 것이 또 하나 있다. 6일 합의문의 첫번째 내용에 담긴 '새정치 실현'의 약속처럼 정치를 제대로 흔들었으면 좋겠다.  야당이 여당으로 바뀌는 권력 이동이 아니라, 정치의 낡은 찌꺼기가 와르르 떨어질 때까지 제대로 한번 흔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서울시장 후보와 대선 후보 양보라는 두 번의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좌절이 아니라 연기일 뿐이다. 정권교체를 넘어 새시대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싶은 소망은 필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태그:#대선,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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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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