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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한상균(52) 전 지부장, 문기주(53) 정비지회장, 복기성(38)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이 77일째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부근 철탑에서 국정조사 실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4일 오후 철탑 농성장으로 연결된 줄을 통해 저녁식사가 올라가고 있다.
▲ "밥 올라갑니다" 철탑농성장과 연결된 생명선 4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한상균(52) 전 지부장, 문기주(53) 정비지회장, 복기성(38)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이 77일째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부근 철탑에서 국정조사 실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4일 오후 철탑 농성장으로 연결된 줄을 통해 저녁식사가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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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는 지금 당장에라도 정리해고자까지 복직시킬 수 있습니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이 소장은 지난 4일 <오마이TV> '철탑 1박2일'에 출연해 "지난 10년간 쌍용차의 인력규모와 판매대수를 비교한 결과, 현재 쌍용차의 경영상태는 해고자 정리해고자 복직과 희망퇴직자 복직이 모두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자동차산업 분야의 정책 전문가로 쌍용자동차 사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 (관련기사: [철탑24시]은수미·전순옥·정호희·이종탁 농성천막에서 머리를 맞대다)

<오마이TV>는 지난 4일 오후 2시부터 5일 오후 2시까지 24시간 동안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앞에서 송전탑 고공농성 현장과 서울 대한문 거리농성장의 모습을 생중계했다.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쌍용차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해고자복직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의 요구안을 걸고 6일 현재 79일째 공장 앞 송전탑 위에서 농성 중이다.

이날 '철탑 1박2일'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약속한 쌍용차 국정조사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농성현장을 시민들과 직접 연결해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핵심 쟁점을 생생하게 알리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 일환으로 <오마이TV>는 전순옥,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과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 이종탁 소장을 초청해 철탑 바로 아래 농성천막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진행했다.

"쌍용차 생산량, 해고자 복직시킬 수준까지 왔다"

이종탁 소장은 '천막좌담회'에서 "쌍용차의 정리해고 이전 판매량과 회계 관련 통계를 보면, 쌍용차는 약 13만대만 팔아도 흑자경영이 가능했다"며 "쌍용차의 한 해 판매량이 2011년 11만 3000대, 2012년 12만 717대였다, 이 정도 생산량은 정리해고 이전인 2006년 수준"이라고 말했다. 곧 "무급휴직자와 정리해고자 약 600여 명 정도는 충분히 재채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최근 쌍용차 측은 455명 무급휴직자 전원 복귀를 결정했다. 남은 것은 159명의 정리해고자들이다.

이 소장은 또 "현재 쌍용차의 코란도C 생산 라인은 가동률이 120%에 달하기도 한다"며 "7천여 명이 하던 일을 4천여 명이 하고 있으니 현재 노동강도가 엄청날 것"이라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일자리 나누기를 하면 현재 쌍용차에 희망퇴직자들이 복직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현행법상 정리해고자는 사업장의 신규고용 필요가 발생할 경우 우선 복직하게 돼 있지만, 희망퇴직자는 재고용의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회사의 의지가 있다면, 현재 생산량과 이후 발생하는 신차개발 등으로 고려했을 때 희망퇴직자의 복직도 가능하다는 게 이 소장의 주장이다. 2009년 구조조정 당시 본인 의사로 회사를 떠난 희망퇴직자는 1904명이다.

이 소장이 희망퇴직자 문제까지 거론한 것은 이들이 쌍용차 출신이라는 이유로 취업이 안 되거나 지역사회에서 격리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 사태 이후 자살하거나 돌연사한 노동자와 그 가족 24명 중에는 희망퇴직자의 수가 가장 많았다. 이 소장은 "(이들이) 스스로 선택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법적, 사회적 배려도 못 받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대책과 지원방안을 마련해 희망퇴직자의 복직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조사 포기 아니다, 5월 안에 이끌어 낼 것"

노동전문가인 은수미· 전순옥 민주당 국회의원과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이 황방열·최지용 오마이뉴스 기자와 함께 4일밤 철탑앞 농성천막에서 좌담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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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해고자들과 그 가족들이 연속적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 원인을 ▲정리해고 시점의 명분이 없는 점 ▲장기간 위기 경험에 따른 불안감 ▲회사의 무책임 경험 ▲공동체 붕괴 등 4가지로 분석했다.

은 의원은 "2009년은 IMF 때와 달리 기업을 먼저 살려야 한다는 명분도 재취업에 대한 희망도 없는 낭떠러지였다"며 "특히 쌍용차는 IMF이후부터 장기간 회사매각을 경험했고, 그동안 노동자들의 자발적 희생에 보답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경험이 회사에 대한 분노로 쌓였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겪은 지역공동체 내의 갈등도 큰 트라우마가 됐을 것"이라 덧붙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국정감사와 청문회에서 쌍용차 사태를 집중적으로 다뤄온 은 의원은 "쌍용차의 구조조정 과정은 고의부도, 회계조작, 부당해고, 인권유린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며 "청문회 당시 차량 한 대당 생산대수(hpv지수)가 잘못되었다는 지적에 담당 회계법인이 '실수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조작된 회계정보로 부도를 내고, 해고했다는 증거가 밝혀진 것"이라 말했다.

은 의원은 "확인된 것 이외에도 많은 의혹이 있다"며 "단 하루 진행된 청문회에서도 많은 문제들이 불거졌는데, 당연히 국정조사를 통해 쌍용차 사태의 의혹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에서 국정조사 대신 여야합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간다는 것은 사실상 국정조사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본다, 5월 안에 국정조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을 없애는 것은 인간에게 모독행위"

4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한상균(52) 전 지부장, 문기주(53) 정비지회장, 복기성(38)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이 77일째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부근 철탑에서 국정조사 실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쌍용차 철탑농성 77일째 밤 4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한상균(52) 전 지부장, 문기주(53) 정비지회장, 복기성(38)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이 77일째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부근 철탑에서 국정조사 실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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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옥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가가 실효성 있는 재취업․직업훈련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체계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보장과 사회안전망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1970년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다.

전 의원은 "기계는 망가지면 고치기라도 하는데, 노동자는 쫓겨난다"며 "(쌍용차 사태의 본질에는) 노동자를 쓰고 버려도 되는 쓰레기 취급하는 사회문화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의원은 70년대 산업화시기와 현재 노동자의 삶을 비교하며 "지금은 경제적으로는 나아졌지만, 개별적으로 일하고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등 정신적으로는 희망이 없다"고 진단했다. 또한 "희망이 없는 노동은 인간에게 모독행위"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철탑 위에 올라가 있는 노동자들을 거짓말해서라도 내려오게 하고 싶다"며 "이달 안에 쌍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해고자 몇 명이 복직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라며 "건강한 기업문화와 국가경쟁력을 위해 국정조사를 통해 기술유출·회계조작·야만적 탄압 등 잘못을 밝히고 치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변인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1월 4일 경기도 평택시 쌍용차 평택공장 앞 철탑농성장에 방문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정조사에) 회의적"이라 밝힌 바 있다.

정 대변인은 "회계를 조작하고, 기술을 빼 가고, 자본이 먹튀를 하는 과정에서 쌍용차의 신용도가 땅으로 떨어졌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투명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신용도가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은 정리해고하면서 기업총수가 대국민사과를 한 적 있다"며 노사관계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하늘로 올라가는 노동자들...전국의 고공농성 현장은 지금

<오마이TV>는 좌담회 이후 쌍용자동차와 같이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국의 다른 투쟁현장을 전화로 연결했다. 또 고 최강서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의 시신을 두고 노사가 대치 중인 부산 영도조선소를 연결했다.

충남 아산 유성기업 앞 굴다리 위에서는 홍종인 지회장이 108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유성기업은 지난해 5월 직장폐쇄를 겪으며 노사갈등이 증폭된 바 있다. 홍종인 지회장은 <오마이TV>와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창조컨설팅 문건에 의해 유성기업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밝혀졌다"며 "같은 잘못을 해도 우리(민주노조)는 중징계를 하고 기업노조는 문서상 징계를 하는 등 노조탄압과 노조파괴를 막으려 올라왔다"고 말했다. 현재 유성기업 민주노조 간부 27명이 해고된 상태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전주종합경기장 야구 조명탑 아래에도 사람이 있다. 전주 공공운수노조 천일택시 김재주 분회장은 5일로 고공농성 33일째이다. 김재주 분회장은 "지난해 1월 30일 노조를 설립했으나 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고, 노조원만 골라 부당징계·해고 해왔다"며 "노조인정과 해고자 원직복직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 현대자동차공장 송전철탑 밑 농성천막은 철거위기에 처했다. 은수미 의원은 이날 좌담회에서 "대법원이 울산 현대차 철탑 농성장의 철탑 밑 천막철거를 휴일에 가능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사내하청 해고자 최병승씨와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천의봉 사무국장 현대차 불법파견에 반대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주장하며 6일 현재 113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이날 최병승씨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아직 강제철거를 시행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며 "농성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데, 우리를 지원해주는 천막이 철거되면 고립돼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는 고 최강서 한진중지회 조직차장의 시신을 두고 노사가 대치 중이다. 최 차장은 사측의 노조파괴와 손배가압류 158억을 비관하며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금속노조 한진중지회는 영도조선소 내 빈소를 차리고, 사측에 손배가압류와 노조탄압 문제 해결을 요구해 왔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오마이TV>와 전화통화에서 "사측이 기업노조 설립을 지원하고, 민주노조를 탈퇴해야 해고자를 복직시켜주는 등 노조탄압을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4일 한진중지회는 사측에 대화를 요구했으나 사측이 최강서 차장의 시신을 회사밖으로 내보낼 것을 협상조건으로 걸어 난항을 겪고 있다.

앞으로 <오마이TV>는 장기농성장과 고공농성장을 찾아 노동자가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현실을 조명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박선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오마이TV, #소금꽃올레, #철탑24시, #쌍차, #쌍용차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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