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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코리아연구원(사)과 함께 새롭게 출범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대외정책을 분석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코리아연구원(사)은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통합부문에서 정책대안과 국가전략을 제시하는 네트워크형 씽크탱크입니다. 두 번째 순서로 주장환 한신대 중국지역학과 교수가 중국의 부상과 미-중 사이에서 한국 외교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글을 올립니다. [편집자말]
동북아의 인접 국가라고 할 수 있는 중국과 한국에 새 지도부가 들어섰거나 들어선다. 중국은 시진핑, 한국은 박근혜 체제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다른 경쟁자들이 여전히 죽을 쑤고 있는 사이 7.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한층 더 강대국으로 발돋움한 중국.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향권에 벗어난 적이 별로 없으나 최근 몇 십년간 태평양 건너 있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의 관계가 더 밀접해진 한국. 이 새로운 양국 지도자 시대의 한중관계는 어디로 갈 것인가? 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위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우선 양국이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런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비유를 통해서 상황에 대한 이해를 시작해보자.

옛날 '중국'이라는 무림의 고수가 있었지만

옛날 약 두 세기 전, '중국'이라는 강호를 휘젓고 다니며 패자로서 오랫동안 군림했던 무림의 고수가 있었다. 그는 타고난 체력과 출중한 무예, 그리고 강자다운 품성으로 강호를 평정해왔었다. 그러나 워낙 오랜 시간 강호를 평정해왔기 때문인지 자만심에 빠져 어느날부터는 자기 발전을 꾀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강호에 새로운 강자들이 나타났다. 주로 서쪽 지역에 있는 또 다른 무림의 고수들이었다.

서쪽에서 새로이 등장한 무림의 고수들은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중국과의 친분을 쌓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중국은 자기도취에 빠져 이들을 하대하고 깔보는 자세를 취했다. 어느 날 이들 서쪽 지역에서 온 영국 등 무림의 고수들이 중국과의 대결을 신청했다. 새로운 기술과 전투성을 겸비한 영국 등은 예상과는 달리 중국을 몇 합 겨루지 않고 꺾어버렸다.

처음에 중국은 이럴 리가 없다며 의아해했다. 그러나 영국에게 당했다는 소식이 무림에 전해지자 프랑스, 독일, 심지어는 인근 지역에 있었으나 별다른 존재감이 없던 일본까지도 한판 하자는 대결장을 보내왔다. 이미 기가 꺾여버린 중국은 이들과의 대결에서도 번번이 패배하고 말았다.

중국은 자존심이 상해 이런 저런 방법을 통해 무림의 이런 '하극상'을 평정해보려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로부터 중국은 강호의 패자의 지위에서 물러나 여기저기 심각한 내상을 입고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극약처방 : '내 무공이 돌문을 깰 정도가 되기까지 안 나오리라'

 중국 신임 국가주석 시진핑
ⓒ 중국 신화사
한편 절대 강자였던 중국이 없어진 자리를 둘러싼 치열한 쟁투에서 미국과 소련이라는 양대 강자가 나타나 무림을 평정해나갔다. 중국은 절치부심하면서 새롭게 강자로 부상하기 위해 자신의 몰락을 직접적으로 촉진한 서쪽 지역의 무공이 아닌, 그와는 다른 소련식의 방식을 따르기로 했다.

그로부터 한동안 중국은 수치심을 참으면서 소련의 지시를 받으면서 권토중래를 노렸다. 그러나 소련의 무공 단련 방식은 중국에 잘 맞지 않았으며, 미국과 각을 세운 탓에 점점 더 많은 무림의 고수들로부터 위협을 받았다.

그러던 중 중국은 결단을 한다. 무림의 고수들이 무공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해 사용했다던 극약처방, 즉 '도광양회'가 바로 그것이다. 빛을 감추고 어둠속에서 힘을 기르기 위해 그는 동굴 속에 들어가 커다란 돌문을 스스로 걸어 잠그고 '내 무공이 이 돌문을 깰 정도가 되기까지는 안 나오리라'고 결심했다.

이렇게 스스로를 어둠속에 가두고 무공을 연마하던 중국은 서서히 예전의 실력을 찾아갔다. 해서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쌓인 내공으로 동굴 문에 균열이 나기 시작했고 산 전체가 떨리기도 했다.

무림의 패권은 돌고 돌아 미국이라는 새로운 강호에게 가있었다. 전체 강호는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모두 그에게는 굽실거리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그러던 중 한동안 존재 의식이 없던 중국의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없어진 줄 알았던 그가 도광양회를 하고 있었고, 서서히 예전의 내공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굴 문에 균열... 한반도라는 무림 한 유파의 딜레마

한편 중국의 영향력 하에 있었던 한반도라는 무림의 한 유파가 있었다. 이 유파는 대대로 자의든 타의든 중국에 의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이 몰락한 이후 내부 분열이 생겨 한국과 북한으로 나뉘어졌다. 북한은 소련의 방식으로, 한국은 미국의 방식으로 나름대로의 생존을 도모했다. 한동안 미국이 강호를 장악해왔기 때문에 한국의 세력이 확장되었으며, 북한은 그 유파의 기세가 많이 꺾여 내부적으로 많은 곤란을 겪는 지경이 되었다.

현재 중국은 여전히 자신이 동굴로 스스로 들어가면서 뱉은 약속을 지키고 있다. 강호를 평정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기 전에 나오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패자인 미국은 2인자 자리를 주어 중국이 완전히 예전 실력 이상을 회복하기 전에 강호로 나오게 하든지, 아니면 아예 못 나오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안한 것은 바로 한국이다. 일종의 딜레마에 빠졌다. 영원히 이제는 강호에서 사라졌다고 여겼던 중국이 다시 돌아올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더구나 슬슬 동굴에서 나올 채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패자인 미국과의 관계도 당장 끊을 수 없는 처지다. 더구나 마냥 상황을 관망만 할 수는 없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없듯이, 동굴에서 나온 중국과 현재의 최고 고수 미국은 무림의 패자 자리를 두고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이 너무나도 자명하다. 참으로 난감한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먼저 현재 친선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 힘을 합쳐서 중국이 동굴에서 못 나오도록 막거나, 완벽하지 않은 컨디션으로 나오도록 자극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옵션을 선택하기에는 미국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것과,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중국의 상태가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이 걸린다.

다음으로 아직 동굴 속에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미국과는 대립각을 세워서 돌아올 강자의 측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언제 동굴에서 나올지 여전히 미지수기 때문에 그동안 현존하는 강호의 패자인 미국의 등살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지 아무래도 불안하다.

한바탕 혼란 예상되는 강호... 약간만 생각 바꾸면 다른 선택이 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중국 정부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장즈쥔(張志軍)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만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중국 정부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장즈쥔(張志軍)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만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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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 놓인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즉 약간만 생각을 바꾸면 다른 선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두 선택과 같은 '명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실리' 중심 사고를 하는 것이다. 실리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다음과 같은 선택에 논리적으로 다다르게 된다.

향후 강호는 한바탕 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누가 언제 강호의 패자가 될 것인지 현재 상황으로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실리를 중심으로 사고한다면, 한국은 잠재적 패자와 현재 패자와의 사이에서 허허실실하고 애매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즉 최대한 양자택일의 상황을 피하면서, 둘 다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을 버티기 위해 실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선 고려할 수 있는 것은 몸집을 키우는 것이다. 그 최우선 순위는 바로 한때 같은 유파에 있어서 동질성이 매우 높은 북한이다. 마침 북한은 고립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강호가 혼란한 틈을 타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기도 하다.

한국이 어쩔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는 솔직한 자세로 인정하고 불똥 튀지 않도록 노력하고, 반면 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적극적으로 노력하여 몸집과 실력을 제고시키는 것이야 말로 향후 강호의 패자가 누가 되든지,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발생하든지 지켜나가야 할 원칙일 것이다.

핵심은 미국-중국과 동시 우호적 관계, 그리고 실력 키우기

이런 상황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한다면, 시진핑과 박근혜 시대의 한중관계는 어디로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 우선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자신은 마뜩치 않지만 G2로서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고, 이를 인식하고 있다.

즉 도광양회를 기본으로 하지만, 이전 시기에 비해 유소작위, 즉 보다 많은 외부 세계에 대한 개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는 경쟁적 구도 속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펴고있는 이상 지역 내 문제에서 부분적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위에서 밝힌 대로 실리를 중심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그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현재 '연미화중', '연미협중' 등 여러가지 신조어들이 있지만 그 구체적인 명칭은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미국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 못지않게 중국과의 관계 역시 우호적이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친미'냐 '친중'이냐하는 명분에 치우친 소모적인 논쟁은 그 저의를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지금은 매우 신중하게 기술적으로 어떻게 이 두 국가와 모두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나갈지를 고민할 때다. 그리고 내부 문제도 잘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외부 문제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다만 평화적으로 해결해나갔으면 한다는, 다소 체면은 구기지만 겸손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야말로 난세를 헤쳐나갈 수 있는 한국의 선택이 아닐까.


태그:#중국외교, #한중관계, #시진핑 체제, #연미화중, #도광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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