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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 참성단 강화도(江華島) 마니산(摩尼山) 서쪽 봉우리에 있는 제단(祭壇). 방형(方形)의 돌로 쌓은 단으로, 단군이 쌓았다고 전해 오는 단군(檀君)의 제천지(祭天地)이다.
 마니산 참성단 강화도(江華島) 마니산(摩尼山) 서쪽 봉우리에 있는 제단(祭壇). 방형(方形)의 돌로 쌓은 단으로, 단군이 쌓았다고 전해 오는 단군(檀君)의 제천지(祭天地)이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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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장인어른, 1주기를 기억하며

지난해 (2012년 2월 2일) 밤 저녁을 드신 86세 장인 어르신께서 갑작스러운 감기 증세로 체력이 급격히 저하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소재) '모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다. 연세는 있으셔도 평소 잔병 없이 건강하시던 분이셨다.

그 후 병원에서 엑스 레이(X-ray)와 엠알에이(Mra) 등 각종 검사를 하더니 장인어른의 대동맥에 문제가 있어 수술하셔야 한다고 한 후 다음날 새벽에 대동맥 확장 수술을 하셨고, 담당 의사 소견은 수술 결과가 아주 좋다고 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수술 후 장인 어르신께서는 한 번도 깨어나지 못한 상태가 되셨다. 또다시 천식으로 호흡기가 안 좋아 여러 차례 수면치료하였으나 호전은커녕 더 나빠져 식물인간 상태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시다 결국 내 발로 병원 들어가신 지 1개월 만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오늘(3일)이 장인 어르신 기일이다. 동서 내외와 함께 강화에 사는 처남댁으로 장인어른 1주기 제를 모시러 가야 하는데 아내와 처제가 전날밤 장시간에 걸쳐 전화 통화를 하더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여보, 우리 낼 마니산에 갔다가 아버지 제사 모시러 갈까?"라고 묻는다.

마니산 들머리 입구에 조성된 맨발로 걷는 건강길
 마니산 들머리 입구에 조성된 맨발로 걷는 건강길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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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 정상 가는길에 동서내외와 인증샷을 남기고 간다.
 마니산 정상 가는길에 동서내외와 인증샷을 남기고 간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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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보다 잿밥에 눈먼 딸과 사위들

아내에게 그 소리를 듣고 나는 '얼씨구 잘한다. 마음속으로 추임새'를 넣으며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아니 이 여편네들이 아버지 제사 모시러 가는 사람이 일찍 가서 처남댁을 도와 제사 모실 생각은 안 하고 뭔 소리 하는 거냐"며 핀잔을 주니 아내가 조금 머쓱해 한다. 그러더니 이내 "오랜만에 동생네하고 가는 길이니 마니산에 한번 올랐다가 가자"고 사정하다시피 말을 건넨다.

'나 참 별꼴 다 보겠네!' 평소 그렇게 내가 산에 갈 때 함께 가자면 다리가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는 둥 별의별 핑계를 대며 요리조리 빠지려고 개구멍만 찾던 아내였다. 뭔 꿍꿍이속 바람이 불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놈의 '여심'은 참 모를 일이다.

갑자기 오랫동안 안 쓰던 배낭을 챙기느라 시간을 보내더니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평소 같으면 밤 10시면 어김없이 꿈나라 여행로 떠나는 할망구가 '눈이 반짝반짝'해서 짐을 챙기느라 분주하다.

마니산 정상을 코앞에 두고 깎아지르듯 올라야 하는 고가사다리 구간 일면 천국의 계단길
 마니산 정상을 코앞에 두고 깎아지르듯 올라야 하는 고가사다리 구간 일면 천국의 계단길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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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로 코스로 오름길에 멀리 뒷편에 마니산 정상 참성단이 보인다.
 단군로 코스로 오름길에 멀리 뒷편에 마니산 정상 참성단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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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지난 아내 아직도 친정이 편한가 보다

"당신 나이가 환갑인데 아직도 친정 가는 게 그렇게 좋으냐"고 물으니, 아내왈 배시시 웃으며 "그렇다"고 한다. '나 참 기가 막혀 누가 알면 생전 아내를 친정에 안 보낸 못된 남편 놈으로 알겠네,' 기왕지사 말이 나왔으니... 이참에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라고 내 자랑 한 번 해야겠다.

내 주위 여러 친구는 처가 나들이를 일 년에 서너 번 아니면 몇 년에 한 번 간다는데 난 아내가 좋아서 그런 것인지 처가댁이 좋아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결혼 39년 지나도록 (설, 추석, 장인·장모님 생신, 어버이날, 여름나들이, 기타)일로 일 년에 보통 6~8번은 처가댁을 '생쥐 풀 방구리'드나들 듯해 왔다. 이쯤 되면 내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아내에게 못된 서방은 아니라고 자부한다.

지난 3일 찾아간 강화도 마니산 산행은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부쳐 먹는 날이다. 이날 오전 11시에 강화 국민관광지 마니산 주차장에서 동서 내외와 만나서 마니산 산행하기로 해서 운전대를 잡았다. 주차장에 도착해 안산에서 오는 동서 내외를 40여 분 정도 기다려 산행을 시작했는데, 지난겨울 극심했던 추위 탓인지 강화도 마니산 진달래는 아직 몽우리도 보이지 않는다.

마니산 정상에서 함허동천 방향 코스에 산불 감시초소와 사람들
 마니산 정상에서 함허동천 방향 코스에 산불 감시초소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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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참성단에 자라고 있는 수령 150년의 "소사시나무" 문화재로 지정된 나무이다.
 강화 마니산 참성단에 자라고 있는 수령 150년의 "소사시나무" 문화재로 지정된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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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 진달래는 아직도 동면 중

그래도 다행인 것은 기온이 조금 쌀쌀해도 해마다 이맘때면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 현상이 없어서 천만다행이다. 또 코발트색 파란 하늘이 상쾌한 느낌을 전해 준다. 함께 온 처제가 12시 반쯤 배낭에 넣어 온 막걸리와 김밥, 형부가 좋아하는 돼지껍질 요리 등을 꺼내며 우리 한잔하자고 권한다. 모처럼 넷이서 기분 좋은 점심을 먹고, 아이들 키우며 사는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느림보 산 거북이가 되어 오르니... 마니산 산행길이 즐겁다.

무엇보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날씨에 솔솔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을 가슴에 앉고 오르는 가족 산행은 남다른 재미를 준다. 마니산 산행 코스 중 좀 수월하다는 단군로 코스로 향한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 마치 '천국의 계단'처럼 깎아질러 오르는 계단 길에 평소 같으면 엄살떠느라 지체하고 있을 아내가 처제와 뭔 재미가 그리 좋은지... 하하호호 산행길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소문만복래' 산행으로 나보다 먼저 마니산 정상에 오른다.

멀리 마니산 정상인 참성단이 보인다.
 멀리 마니산 정상인 참성단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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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 정상에서 동서 부부와 함께 인증샷을 남기낟.
 마니산 정상에서 동서 부부와 함께 인증샷을 남기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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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앞으론 자주는 아니어도 우리 일 년에 몇 번이라도 오늘 못 온 막내 동서네 그리고 처남들과 함께 가족 산행을 즐기며 우리 가족의 화목과 단합을 이루자고 제안한다. 곧 이어진 하산길은 오를 때와 달리 '참성단'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이곳 구간엔 계단 높이가 어중간해 무릎이 안 좋거나 관절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겐 만만치 않은 계단길이다. 그렇지 않아도 다리가 튼튼 치 못한 아내와 동서가 어렵게 내려왔다.

강화도 고인돌 인근에 사는 처남댁에 도착해, 밤 9시 반 장인어른 1주기 제를 모시고 늦게 귀가를 서두른다. 한우농장을 운영하는 처남과 처남댁이 여름내 땀 흘려 정성으로 지은 농작물과 된장, 고추장, 간장, 김치, 시래기 등 바리바리 챙겨줘서 차에 싣고 돌아왔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한 산행이 즐거웠으며, 처남과 처남댁에 고마움을 표한다.

▲ 氣 받으러 오른 마니산 장인어른 기제에 참석하는길에 동서 내외와 함께 오른 마니산 산행길 풍경을 동영상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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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에서 서쪽으로 바라본 풍경
 참성단에서 서쪽으로 바라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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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마니산, #참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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