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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전라북도는 농촌유학 숙소 건립사업 대상자로 정읍 농촌유학공동체를 지정했다. 지난해 11월 전국 처음으로 농산어촌유학지원 조례를 제정한 전라북도(도지사 김완주)는 매년 농촌유학숙소 건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에 선정된 정읍 농촌유학공동체는 그동안 정읍 수곡초등학교 농촌유학생들을 상대로 숙소를 제공해왔던 농가들로, 5명의 농민들이 설립한 민간법인이다. 농가가 부지를 내놓고, 정읍시가 2억3천만 원, 전라북도가 1억 원 등 총 3억3천만 원을 투자해 엄마들과 농촌유학생들이 생활할 6세대, 2층 규모의 숙소를 건립한다. 이번 숙소 건립으로, 재래식 농가에서 생활했던 아이들은 올해 말 현대식 건물에 입주할 수 있게 됐다.    

도시화, 고령화로 인해 농촌학교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농촌유학이 학생 유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촌유학은 수도권 학생들이 우수한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농촌학교로 일정기간 유학을 하는 것으로, 학습 과잉 등 학생스트레스지수가 증가하면서 최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라북도에는 정읍수곡초교, 완주 삼우초교, 임실 대리초교, 완주 장승초교 등이 농촌유학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임실 덕치초등학교에도 수도권과 부산 등지에서 농촌유학을 온 엄마와 학생 8세대가 생활하고 있다. 김용택 시인이 근무했던 곳으로 유명한 이 학교는 몇 년 전 교사들이 쓰던 관사를 리모델링해 농촌유학을 온 엄마·아이 여덟가구가 생활하고 있다. 임대료도 월 3만~6만원으로 저렴해 인기가 많아 5~6명의 엄마들이 방이 비우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교생이 32명에 불과한 이 학교는 농촌유학생이 1/3를 차지하고, 병설유치원은 수도권 학생들이 절반이 넘는다.

25일 임실 덕치초등학교 농촌유학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엄마 3명을 만났다. 정성실(안양), 정윤주(인천), 은칠선(분당)씨가 그 주인공. 이들은 올해 42살로 동갑내기다. 고참은 농촌유학 4년째인 은칠선(사진 왼쪽)씨. 그녀는 지난 2010년 3월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높은 문화 수준, 교육열을 자랑하는 분당의 학교를 떠나 임실 덕치초등학교를 선택했다. 이제 6학년이 된 딸에게 아파트가 아닌 자연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을 다니던 아이가 시골학교를 가고 싶다고 졸라 며칠 동안 인터넷을 뒤졌어요. 임실 덕치초등학교는 엄마와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걸 듣고 주저없이 결행했습니다. 남편과는 주말부부를 하고 있죠."

아이가 졸업하면 다시 분당으로 돌아간다며 쑥을 캐고, 고추도 따던 농촌생활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천당 아래 분당' 아닌 임실 덕치초교를 선택

인천, 안양, 분당이 집인 이들 동갑내기 엄마들은 자녀교육을 위해 과감히 임실 덕치면의 작은 학교를 선택했다. 일명 농촌유학을 결행한 것. 사진 왼쪽부터 은칠선(경기도 분당), 정윤주(인천), 정성실(경기도 안양) 씨가 주인공.
▲ 수도권이 아닌 임실 작은학교를 선택한 엄마들 인천, 안양, 분당이 집인 이들 동갑내기 엄마들은 자녀교육을 위해 과감히 임실 덕치면의 작은 학교를 선택했다. 일명 농촌유학을 결행한 것. 사진 왼쪽부터 은칠선(경기도 분당), 정윤주(인천), 정성실(경기도 안양) 씨가 주인공.
ⓒ 장남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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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시가 집인 정성실(사진 오른쪽)씨는 대안 어린이집 교사 출신이다. 공동육아를 희망하는 엄마들이 모여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던 그녀는 어린이집 원생들에겐 다양한 자연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정작 자신의 아이는 컴퓨터에 매몰되게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올해 3월 아이와 함께 농촌유학을 결행했다.

정성실씨는 아이가 내성적인 편이라며 덕치초등학교는 학생수가 적어 선생님의 세심한 보살핌이 가능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학교는 과밀학급이라 내성적인 아이에겐 기회가 적잖아요. 얼마 전 공개 수업을 참관했는데, 학생수가 적다보니 모든 아이에게 발언 기회가 돌아가고 있더군요. 내성적인 우리 아이가 좀 더 자신감과 적극성을 키울 것 같아 좋아요."

유치원과 초등학교 1학년생과 함께 지난해 3월 농촌유학을 온 정윤주(사진 가운데)씨는 인천에서 왔다. 남편의 고향이 전북 순창이라 시댁도 자주 찾는다는 그녀는 아이의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덕치초등학교에서 농촌 유학을 마치고 인천 중학교에 진학한 큰 아이를 두고 있기도 한 그녀는 온 동네와 마을을 들쑤시고 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특히 아토피 등 잔병 치레가 많았던 아이가 인천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자 건강해지고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농촌 유학 인프라 확대해야

이들 엄마는 수도권 등지에는 농촌유학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이 많다며 유학센터 건립 등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성실씨는 "나홀로 아이만 유학을 보내는 방식은 엄마들이 꺼려한다"며 "엄마와 아이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유학센터 건립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홍보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윤주씨는 "농촌유학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각종 정보가 있으나 학교와의 연계가 부족해 학교 현황을 알 수 없다. 지역과 학교를 연계하는 정보 제공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봄철이면 고사리와 나물을 캐고, 고추 따기 아르바이트, 노인복지관 자원봉사도 다닌다는 엄마들은 농촌유학을 꿈꾸는 부모들에게 과감히 결행해보라고 조언했다.


태그:#농촌유학 , #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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