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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은 지자체 최초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그 이후 그가 시도한 행정혁신 성공 사례에도 거의 어김없이 '지자체 최초'라는 수식이 붙었다.
 민형배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은 지자체 최초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그 이후 그가 시도한 행정혁신 성공 사례에도 거의 어김없이 '지자체 최초'라는 수식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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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지자체 혁신 성공의 첫 사례로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도전을 네 차례에 걸쳐 소개했다. 지자체 최초로 각종 공공데이터를 지리정보시스템에 접목시켜 정책을 생산하는 사례를 시작으로, 역시 전국 최초의 민-관복지연대망인 '투게더광산'의 활동을 소개했다.

어르신들 스스로 노인복지관을 지역사회 전 계층의 교류와 소통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더불어樂' 활동과 지역 대안경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폐지수거․북카페․두부공장․청소용역 등 광산구의 협동조합 붐도 전했다.

이 모든 혁신 성공 사례엔 어김없이 '사람'이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민선5기 들어 민간계약직의 형태로 새롭게 일을 시작한 이들이었다. 어떤 이는 자발적으로, 또 어떤 이는 '삼고초려'를 통해 광산구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펼치고 있다. 결국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였던 것이다.

이런 일꾼들을 발굴하고 채용한 주체는 두말할 것도 없이 자치단체장이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에게 어떠한 기준과 원칙으로 사람을 모으고 일을 추진하는지 직접 들어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광산구 혁신 성공 비결엔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있었다. 특히 외부 전문 인사를 충원하는 비율이 타 지자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눈에 띄었다. 인사원칙이 있는가.
"인사할 때 갖는 세 가지 의문이 있다. 이 의문이 원칙이 되고 있다. 첫 번째, 우리가 하려는 '자치'가 현재의 공무원만으로 온전히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현재의 인력으로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외부에서 모셔와서라도 해야 한다. 이것은 제도적으로 보장이 되어 있다. 지자체 전체 정원의 10%를 개방형 직위로 쓸 수 있다.

두 번째, 사람을 안에서건 밖에서건 확보했다고 하자. 그 일에 맞는 사람인지 스스로 물음표를 던진다. 우리는 흔히 적재적소(適材適所)라고 한다. 적당한 인재를 적당한 곳에. 얼른 보면 맞는 말 같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할 때는 그 일이 무슨 일인지 먼저 알아야한다. 그래야 그 일에 맞는 사람을 알 수 있다. 해야 할 일을 먼저 분석하고, 그 일에 맞는 사람 보내자는 것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하던 적소적재(適所適材) 원칙이다.

세 번째, 인사만 깨끗하게 해도 50%는 먹고 들어갈 것이란 소리를 취임 당시 들었다. 그래서 인사권을 조직에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조직에서 인정받아야 승진하고, 중요한 자리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이 통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조직이 인정해주는 평가의 여러 가지 장치를 만들었다. 다면평가제라고 하는데 우리는 사무관 되려면 상호평가(선배들 평가, 동료들 평가, 후배들 평가), 각 부서 평가, 직무 계획서 등 다섯 가지 평가를 한다. 대부분 평가가 신기하리만큼 일치한다."

"공무원은 직업 이름 아냐... 공공선 창출하는 '공무활동가'"

"협동조합 시대에 지원할 팀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말로 행정조직 혁신을 이야기하는 민형배 광산구청장.
 "협동조합 시대에 지원할 팀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말로 행정조직 혁신을 이야기하는 민형배 광산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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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출직 단체장이 직업공무원과 인사 원칙을 공유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인사 할 때, 공무원을 어떻게 규정하고 인사를 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은 단지 여러 직업의 이름 중의 하나일 뿐인가? 그렇게 분류하는 게 현실이긴 하지만, 공무원은 다른 직업과는 다르다. 소명이란 것이 있다. 공무원은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쓰는 게 아니다. 이윤창출 행위에 관여하지 않고 공공선을 창출하는 일을 한다. 그래서 나는 공무원이 아니라 '공무활동가'가 더 맞다고 생각한다."

- 외부 충원인사가 많으면 기존 직원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나.
"인사실무자들부터 자리를 차지한다는 이유로 항의를 한다. 7급 아래는 상관없는데 계약직 '나급' 즉 팀장급만 되어도 그런 항의가 나온다. 계약직이 팀장급을 가져가면 6급 승진자리를 하나 먹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사실무자들이 여론 악화를 우려해 항의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돼서 인사를 그르치거나 잘못한 적은 없다. 기존에 있던 일인데 기존 직원 중에 그 일을 할만한 적합한 사람이 없는 경우 외부 인사를 충원했기 때문이다."

- 그런 사례가 있나.
"가령 전국적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인화학교 문제의 경우 약 240일을 농성했는데 해결이 안 되어 있었다. 인화학교 대책위 박찬동 집행위원장에게 사정을 했다. '당신이 들어와서 일해달라'고. 원래 사회활동가였던 이분은 공무원 즉 공무활동가가 되어 전국 지자체 최초로 '장애인복지시설 운영 길라잡이'를 만들었다. 장애인 인권을 보장하는 시설 운영 점검 매뉴얼이다. 그분은 이 일을 끝내고 다시 사회활동가로 돌아갔다.

또 문화기획전문위원으로 전주에서 광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이현숙씨를 채용했다. 전임으로 채용하려 했는데 총 정원과 인건비 논란이 일어서 시간제 '다급'으로 뽑았다. 광산구 문예회관이 있다. 근데 8명이 근무하면서 만날 하는 일이 대관만 하는 것이다. 이분이 오셔서 '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사업'이란 큰 성과를 냈다. 이 밖에도 8개의 사례가 더 있다."

"자치는 진보다... 의지와 비전 문제지 예산 문제 아냐"

민형배 구청장은 앞으로도 아파트 공동체 운동가, 노동문제 전문가 등을 광산구청에 모시고 싶다 했다.
 민형배 구청장은 앞으로도 아파트 공동체 운동가, 노동문제 전문가 등을 광산구청에 모시고 싶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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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또 충원하고 싶은 인재가 있다면.
"제일 먼저 아파트 공동체 운동을 자기 소명으로 삼고 있는 분을 모시고 싶다. 활동을 통해서 밥벌이도 하고 자기 삶의 재미와 활력을 높이는. 또 도심텃밭을 잘 가꾸고 키울 분도 모시고 싶다. 그리고 노동문제 전문가를 모시고 싶다. 노동부와 교류를 할 것인지, 새로운 사람을 데려올 것인지 고민 중에 있다."

- '안정감을 해치는 잦은 조직변화'라는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일할 분들을 모셔오는데 '너는 왜 자주 조직을 바꾸냐'고 하신다. 나는 안 바꾸는 게 더 이상하다고 본다. 협동조합의 시대가 왔으면 지원할 팀이 있어야 한다. 지역경제과를 사회경제과로 이름 바꿔야 하지 않나. 주 5일제로 학생들이 175일 학교 안 가면 구청에 교육지원과가 있어야 하지 않나. 작은 도서관이 많으니까 교육도서관과로, 마을 살리기 대세인 시대에 주민자치 하려는데 총무과밖에 없다.

공익활동지원센터 생기는 데 32개월 걸렸다. 서울시장은 나보다 늦게 시작했는데 사회경제지원센터 등 만들었다. 제대로 하려고 동의 구하고 행정적 도움 받고 공감대도 얻어야 했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그걸 비판하는 것은 세상을 그대로 두거나, 뒤로 돌아가자는 얘기다. 이것이 행정의 진보이고 조직의 진화, 진보이다."

- 예산 등의 문제로 힘들다고 하는데.
"예산의 문제는 있지만 결국 의지의 문제이다. 그래서 자치는 진보다. 진보하려는 자세와 태도, 의지가 문제다. 밖에서 인력 들여오면 인건비 든다고 하는데, 우리는 인건비 초과해본 적 없다. 의지와 비전의 문제이지, 예산 문제는 아니다."


태그:#민형배, #광산구, #공무원, #박원순,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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