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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전쟁을 아시나요? 밀양 할매, 할배들이 지팡이 들고 뛰어든 싸움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월 1일부터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싸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대학가 등 전국 곳곳에 '안녕 대자보'가 나붙는 하수상한 박근혜 정부 1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시민기자와 상근 기자로 현장 리포트팀을 구성해 안녕치 못한, 아니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밀양의 생생한 육성과 현장 상황을 1주일여에 걸쳐 기획 보도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기사 수정 : 21일 오후 8시45분]

부러지고, 찢기고, 할퀴고...
쓰러지고, 밟히고, 뇌출혈까지...

아래 사진은 장영식 사진작가가 찍은 밀양의 상처입니다. 
 
장영식 작가가 찍은 밀양 할매의 멍든 다리
 장영식 작가가 찍은 밀양 할매의 멍든 다리
ⓒ 장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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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식 작가가 찍은 밀양 할매 멍든 손목
 장영식 작가가 찍은 밀양 할매 멍든 손목
ⓒ 장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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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식 작가가 찍은 밀양 할매 멍든 손등
 장영식 작가가 찍은 밀양 할매 멍든 손등
ⓒ 장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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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 달 동안 치료비만 2000여만 원이 들었답니다. 10월에는 50명이 병원을 들락거렸고, 11월에는 32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를 다시 시작한 뒤부터 12월 현재까지 병원에서 치료받은 주민들은 족히 100여 명이 넘는답니다. 그만큼 싸움이 치열했다는 뜻입니다. 방패를 든 젊은 경찰에 맨몸으로 저항해야 했던 할매, 할배들은 그만큼 절박했습니다.

90세 노모, 허리뼈에 금 갔다고...

"여경들이 어머니의 다리와 팔을 번쩍 들고 끌어 내리면서 온몸을 마구 꼬집었답니다. 울퉁불퉁한 개울 자갈밭으로 끌고 와서 던져 버렸습니다. 허리랑 머리를 다쳤는데 숨도 잘 쉬지 못하고 말도 못했습니다. 20여 일이 지난 뒤에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봤더니 밤톨만 하게 혹이 생겼더라고요. 머리는 생각도 못 했었습니다."

지난 10월 25일에 부상 당한 90세 조아무개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그의 큰딸은 "우리 형제들은 (어머니) 죽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합니다.

그는 특히 "대구의 큰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의사가 '잘 보이는 공간이 아니지만 할머니의 증상으로 보아 허리에 실금이 갔을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수술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면서 "어머니가 그때보다는 조금 나았지만, 아직도 온몸에 시퍼런 상처가 남았고, 머리와 목,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과의 몸싸움은 밀양 할매들의 일상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상도 다반사로 일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현장리포트팀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주민들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상도면 여수마을 조동댁(62, '조동댁'이라는 명칭은 시집을 오기 전에 살았던 지명을 따서 붙인 것)은 "지난 10월 한전이 (송전탑) 공사를 위해 교대하는 시간에 남자 경찰 3명이 내 양팔을 잡아 비틀고 꼬집어서 살점이 떨어지고 양 팔에 피멍이 들었다"면서 "날 집어 던져서 허리를 다쳤고 3~4달 정도 병원 신세를 지다가 엊그제 퇴원해서 한방병원을 다니며 침을 맞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구 꼬집고 쥐어뜯는 여경들"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음독 자살했던 주민 유한숙(74)씨의 빈소가 밀양 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 차려진 가운데, 7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이 병원 정문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민들이 울먹이고 있다.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음독 자살했던 주민 유한숙(74)씨의 빈소가 밀양 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 차려진 가운데, 7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이 병원 정문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민들이 울먹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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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들 잡아서 고발이라도 하려는데 얼굴도 정확히 모르겠다. 여경들은 들고 가면서 아무 곳이나 마구 꼬집는다. 주민을 보호해야 하는데 우리를 개 취급한다. 어느 정도냐면, 처음 송전탑 공사를 하고 있는 산에 오르면 탁 밀어서 군용 담요에 돌돌 만다. 그렇게 끌고 내려와서 쓰레기 버리듯 툭 던지고 가버린다."

상동면 여수마을 가인댁(73)도 그날의 악몽을 잊지 못했습니다.

"주민이 50여 명 있었는데 경찰 3000여 명이 모였다고 했다. 그놈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나를 밀치고 던져 버렸다. 엉덩이뼈와 허리를 다쳐 정신을 잃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구급차가 날 병원에 실어 왔다고 하더라."

가인댁은 일주일 가량 병원에 입원했답니다. 깻잎을 따고, 들깨도 수확해야 하는데, 아직도 거동하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또 "자식들에게는 말도 못했는데, 어느 날 아들이 전화해서 '엄마가 TV에 나온 것 같다'고 말했을 때 아무 말도 못했다"면서 "지금도 엎드리지도 못하고 가끔 발을 달달 떠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헬기 소음, 집이 마구 흔들린다

가인댁에게 더 고통스러운 건 소음이라고 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헬기 소리 때문입니다. 그는 "얼마나 큰지 온 신경이 다 쓰이고 집 건물이 흔들릴 정도"라면서 "온 동네 할매들이 다 병나고 있다. 나중에 송전탑을 막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 걸려 죽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상동면 고답마을 주민 반대 천막에서 만난 주민들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마을 입구 저수지 앞에는 119 구급차가 세워지고 경찰 승합차량이 주민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5분도 안 돼서 온몸이 떨려왔습니다. 주민들은 이불 한 장에 서로의 체온을 유지하면서 온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봐라, 저기에 구급차를 와 세워 논지 아나? 한전 놈들이 우리 집 재산을 훔치러 와서 지키고 있는데 와 경찰이 우리 편을 들어주지 않고 도둑놈인 한전 편에 서서 우리를 이렇게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다. 저기 경찰 놈들 저놈들 집에도 우리같이 도둑이 들어오면 반대할 것이다. 우리는 살기 위해 이 짓을 하는데 우리 편은 하'나도 없다."

65세 덕산댁은 분통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습니다.

"11월 22일 남자 경찰이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날 집어 던졌다. 갈비뼈에 금이 갔단다. 병원에 있었는데 시아버지 제사라 어쩔 수 없이 퇴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나이 많은 할매들이 나와서 고생하는데 젊은 사람이 아프다고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 그냥 나와서 밥이라도 해주고 설거지라도 해주고 있다." 

"짓밟히고 방패로 허리 찍히고..."

덕산댁 주변에 둘러앉은 할매들의 증언은 쏟아졌습니다.

"경찰이 우리 막사에 와서 째려보기에 경찰이 와 째려보는데 하며 달려들었더니 그냥 확 밀어 버렸다. 늙고 힘이 없으니 툭 넘어지고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었는데 그나마 머리를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진실댁. 75)

"지난 10월 2일 공사를 막아 보려고 새벽 3시에 산으로 가서 6시 무렵에 경찰과 한전 직원 과 엉켜 넘어졌다. 허리 늑골에 금이 가고 부러져 6주 진단을 받았지만, 보름 정도 있다가 집안 꼴도 엉망이라 퇴원했다. 지금 생각하면 죽지 않은 게 다행이다. 경찰이 내 쪽으로 넘어지면서 방패가 허리를 찍었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자다가 식은땀을 흘린다." (상주댁. 64)

"오늘(18일) 골안마을에 연대하러 갔다가 경찰이 날 밀치고 밟고 지나갔다. 지금은 정신이 없다. 온몸이 아프고 다 부러진 것 같다. 넘어졌을 때 죽는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언 놈 하나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짓밟아 버렸다." (정동댁. 73)

장수민 밀양송전탑대책위 간사는 "다치면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어머니들이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그러신지 말씀도 안 하신다"며 "우리가 파악한 부상자 외에도 실제로는 상당수가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밀양 할매들의 증언이 충격적인가요? 믿기지 않으신가요? 그럼 아래 사진을 봐 주십시오. 지난 17일 아침 밀양 산외면 골안마을에서 제 카메라에 담은 사진입니다.  

지난 17일 경남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골안마을에서 오전 8시경 송전탑 공사장으로 향하는 한전을 막기 위해 누워있는 주민을 경찰들이 옮기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이런 경우에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7일 경남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골안마을에서 오전 8시경 송전탑 공사장으로 향하는 한전을 막기 위해 누워있는 주민을 경찰들이 옮기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이런 경우에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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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저도 한전 작업자에게 멱살을 잡히고 끌려갔습니다. 그들에게 기자 신분을 밝히자 "기자면 어쩔 건데"라면서 막무가내로 주먹을 휘두르려 했습니다. 누군가 말리지 않았으면 병원에 있었을 겁니다.

밀양 할매들은 지금 경찰과 전쟁중입니다. 자기 땅을 지키겠다고 나선 할매, 할배들의 인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경찰 "주민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밀양경찰서측은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21일 다음과 같은 입장문을 보내왔다. 

〇 조아무개 할머니 이야기와 관련, 10월 25일 주민 35명이 하도곡 저수지 앞 도로에 연좌하여 도로통행을 방해하여 30여 분간 경고 및 설득을 하였으나 불응하여 안전하게 갓길로 모셔 놓았음. 온몸을 꼬집거나 울퉁불퉁한 개울 자갈밭으로 끌고 와서 던진 사실은 없음.

〇 상동면 여수마을 조동댁, 가인댁 이야기와 관련, 10월 2일 126번 공사장 인근에서 공사 현장 진입을 시도하여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옆구리 등 통증을 호소하여 119 구급차량으로 밀양병원으로 후송한 사실이 있을 뿐 남자경찰 3명이 양팔을 잡고 꼬집거나 잡아 던진 사실은 없음.

〇 65세 덕산댁 이야기와 관련, 11월 22일 주민 등 35명이 하도곡 저수지 앞 도로에서 통행을 방해하여 현장에 있던 경찰관이 방석을 들어 안전하게 모신 후 박OO 할머니가 허리 통증을 호소, 119로 병원 후송한 사실이 있으며 경찰관이 집어 던진 사실은 없음.

〇 상주댁 이야기와 관련, 10월 2일 109번 공사 현장 인근에서 주민들이 공사 현장 진입을 시도하여 경찰관과 대치 중 주민 일부가 고통을 호소했음. 주민들을 갓길로 모시는 과정에서 주민 대열 안에서 의식이 혼미한 강ㅇㅇ을 발견, 안전한 장소로 모셨음. 따라서 경찰관이 넘어지면서 방패로 허리를 찍거나 다치게 한 사실은 없음.



태그:#밀양 송전탑 , #밀양 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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