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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월 6일(목)부터 다섯차례에 걸쳐 <오마이스쿨> 오프라인 강좌 <공격하는 국가,사냥꾼의 사회>를 여는 문화학자 엄기호 선생.
 오는 2월 6일(목)부터 다섯차례에 걸쳐 <오마이스쿨> 오프라인 강좌 <공격하는 국가,사냥꾼의 사회>를 여는 문화학자 엄기호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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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스쿨>에서는 오는 2월 6일(목)부터 문화학자 엄기호 선생(덕성여대 겸임교수)의 오프라인 강좌 <공격하는 국가, 사냥꾼의 사회>를 열 계획입니다. 엄기호 선생은 이번 강좌를 통해 자기 소진과 무기력 사이를 맴도는 우리의 자화상을 살펴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외면하고 있는 우리의 삶, 어쩌면 타인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지경까지 이른 우리사회의 난맥상을 타파할 수는 있는지, 점점 뒤로 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민주주의'는 회복이 가능한지, 수강생들과 함께 살펴볼 계획입니다.

아래는 <오마이스쿨>이 2월 강좌에 앞서 엄기호 선생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 선생께서는 오는 2월 6일부터 <공격하는 국가,사냥꾼의 사회>라는 주제로 다섯차례 강의에 나서기로 했다. 기획안에는 정치의 실종, 민주주의 후퇴, 공격하는 국가에 대한 개념이 담겨있는데 어떤 강의를 계획하고 있나? 

"'불통'이란 말을 많이 쓰는데, 그 핵심은 상대방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상대방 말이 나랑 같든 다르든 '듣는 것' 자체가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권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대표적이다. '나는 너희들을 정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아닌가. 이것은 단지 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다. 지금처럼 상대를 인정하는 않는 것,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은 아예 정치 과정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는 것, 이것이 민주주의의 위기고 정치의 부재를 불러왔다."

- 국가는 늘 국민을 통제하고 조정해왔지만, 통치 전략은 시대마다 다르다. 지금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통치 전략은 무엇인가? 
"국가는 항상 '배제'에 기초해있다. 모든 사람을 포괄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구를 배제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과거 행려병자라든지 노숙자 같은 분들을 배제하는 전략은 '격리'였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나온 전략이 '고립'이다. 밀양의 경우, 주민들이 저항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외부세력이라고 지목할 수가 없으니 외부에서 격리하려고 한다. 곧 고립이다. 그 이외에는 영국 대처정권에서 많이 사용한 방법 즉 내부 사람들을 외부로 지목하는 것, 다시 말해 내부의 적으로 지목하는 방식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이 전략은 오래된 것이다, 빨갱이로 모는 것이 그렇다. 서구의 경우는 이주노동자, 가족에 대한 공격으로는 성소수자가 그 대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젠 철도노조 파업처럼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걸어 경제적인 시민권을 박탈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이 모든 통치전략과 함께 아주 강한 무시 전략을 펼치는 것 같다."

-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란 책이 대중의 호응을 얻은 이후 '성과 사회'라는 말도 따라 유행했다. 이른바 '성과 사회'에서 사람들은 어떠한 삶을 살고 있고, 어떤 어려움에 처해있나? 
"성과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 삶을 장기적으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을 했으면 성과를 내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늘 성과를 내야 된다. 문제는 이 성과를 얼마만큼 빨리 내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혁신학교는 좀 천천히 가는 학교였는데, 교육감이 바뀌고 나니깐, 혁신학교도 이제 5년 이상 했으면 성과를 내라, 이렇게 나온다. 이렇게 항상 눈 앞의 가시적 성과를 내는데 급급하기 때문에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성찰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는 두 단어를 꼽으라면 하나는 '소진'이고 하나는 '무기력'이다. 성과가 있을 것 같으면 자기를 소진하면서 끊임없이 달려갈 수밖에 없고 성과가 없을 것 같으면 아예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성과사회의 핵심은 소진과 무기력 사이를 미친듯이 왔다갔다하면서 사는 것이다."

▲ 오마이스쿨 2월 오프라인 강좌 엄기호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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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께선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는 책도 썼고, 이번 강좌에서도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사회'에 대해서 말할 예정이다. 좀 근본적인 질문인데,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관심을 꼭 가져야 하는가? 
"레비나스라는 철학자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가 고통의 문제때문이다. 사람이 어떻게 사람이 될 수 있는가, 사람이 어떻게 윤리적 주체가 되는가?에서 핵심은 고통받는 타자의 얼굴을 봤을 때, 내가 그것을 외면할 수 없고, 응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응답을 통해서만 인간은 윤리적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타자의 고통을 외면하기 위해서 타자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는 그런 상황인 것 같다."

- 이처럼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사회까지 오게 된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타인의 고통을 생각하게 되면 살아갈 수 없다. 능력이 있으면 파업이나 정리해고가 있더라도 해고를 안 당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이 상황에서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까? 해고당한 내 동료의 고통받는 얼굴을 차마 바라볼 수 없는 사람이다. 그는 파업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설령 파업에 동참하지 않더라도, 그 동료의 얼굴이 회사다니는 내내 유령처럼 나를 따라다닌다면, 그 회사를 다닐 수 있겠는가? 다닐 수 없을 거다. 타자의 고통을 기억하는 한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개개인의 정서 문제나 능력 문제라기보다는 이 시스템 자체가 체계적으로 우리에게 '타자의 고통을 기억하지 마라, 기억하는 순간 네가 살아갈 수 없다'고 하는 거다.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고통을 외면하는 훈련을 받는데, 그 훈련을 받는 곳이 바로 학교다.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사회가 초래하는 결과는 남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밀양 같은 경우도, '그 사람들은 안 됐지만, 우리가 전기를 쓰려면 어쩔 수 없다'라는 식이다."

오는 2월 6일(목)부터 다섯차례에 걸쳐 <오마이스쿨> 오프라인 강좌 <공격하는 국가,사냥꾼의 사회>를 여는 문화학자 엄기호 선생.
 오는 2월 6일(목)부터 다섯차례에 걸쳐 <오마이스쿨> 오프라인 강좌 <공격하는 국가,사냥꾼의 사회>를 여는 문화학자 엄기호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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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를 기획하면서 '무력해진 말, 말의 민주주의'란 문구를 제안했다. 무력한 말과 민주주의의 위기'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지배자들 또는 통치자들이 사실 속임수를 많이 쓴다. 그걸 흔히 이데올로기라고 부를 수도 있는데, 말이 그것을 간파하는 힘을 가졌을 때 '힘 있는 말'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박근혜 정권의 경제민주화? 이게 말이 돼? 사기 아니야?' 사람들이 간파를 했다면, 사실 통치 권력이 무력해져야 한다. 그 말을 한 사람과 나 사이의 신뢰는 깨어져버렸고, 나에게 아무런 힘을 행사할 수 없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말을 간파한다고 하더라도 바뀌는 게 없다. 정권이 '간파를 하든 말든 우린 그냥 간다' 이런 상황이 되면서 사람들이 '말이 힘이 없구나, 말은 그냥 말에 불과하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된 거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말에 대해서 냉소하게 되고, 정치에 대해 냉소적일 수밖에 없다. 몽둥이 들고 할 거 아닐 바에야 정치는 어차피 말로 하는 거니깐. 이게 민주주의 위기를 만든 가장 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말이 힘을 되찾고 더불어 민주주의가 되살아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말이 힘을 가질 수 있으려면 말이 지켜져야 한다. 낮은 계층에서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말을 안 지킨다. 말이 안 지켜질 때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구제받을 수 있다. 바로 '사과'다. 말한 것을 다 지킬 수는 없다. 지키지 못했을 때 '사과'라는 말을 해야 구제받을 수 있다. 우리는 말을 안 지키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사과도 안 한다. 그러면 누가 말을 하려하고, 말이 정치적 힘을 가질 수 있겠는가.

그리고 말의 문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경청이다. 그냥 앉아서 끈질기게 들어주는 차원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사회적 존재감을 돌려주는 거다. 당신의 얘기가 끝까지 들을만하다는 것이니까. 경청의 핵심은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말로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 스스로 세워놓은 말의 위계를 허물어뜨리지 않는 한, 말을 통한 민주주의, 말의 민주주의는 이루어질 수 없다."

- 2014년 2월 6일부터 <오마이스쿨> 2월 오프라인 강좌 <공격하는 국가, 사냥꾼의 사회>를 연다. 수강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께 할 말이 있다면? 
"우리 사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우리가 본질을 알고 있다는 것 때문에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우리를 냉소적 주체로 만들고 무기력과 자기 소진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번 강좌에서 우리가 뭘 놓치고 있는지 함께 찾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오마이스쿨> 2월 오프라인 강좌 '엄기호 <공격하는 국가,사냥꾼의 사회>'는 오는 2월 6일 개강해 3월 13일까지 매주 목요일(2강은 2월 19일 수요일) 홍대입구역 근처 '강원도민회관'에서 열립니다.

☞ 엄기호 <공격하는 국가, 사냥꾼의 사회> 수강 신청하기


태그:#엄기호, #오마이스쿨, #오프라인 강의, #민주주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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