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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우 강병원 8폭 <사군자도> 부분, 164x320cm
 소우 강병원 8폭 <사군자도> 부분, 164x320cm
ⓒ 한국국학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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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다. 그 맨 앞에 봄의 전령사, 꽃의 우두머리, 매화가 동장군의 등짝을 휘어 쳐 저만치 밀어내며 달려오고 있다. 엄동설한을 견디며 온 힘을 모았다가 얇은 속살을 찬란히 드러내는 매화, 그 기상과 향기를 기다리며 펼쳐지는 전시가 3월 27일까지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매화를 기다리며> 전시에는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하고 있는 5점, 문인화 12점, 시화 7점, 공예 12점과 금강 송윤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소우 강벽원의 매화가지는 손에 베일 듯 날카롭고 난처럼 가늘다. 사실적 묘사보다 창공으로 높이 치켜 올린 가는 가지로 매화의 고고한 기상, 그 정신적 힘을 높이 드러내고 있다. 군더더기 하는 없는 붓질을 보니 작가의 성품이 강직하고 빈틈없었을 것 같다.

죽농 서동균의 매화는 힘차게 뻗어 나온 줄기와 가지 끝에 소담스레 달려 있다. 추위를 뚫고 올라 온 강한 힘이 느껴진다. 라창교의 매화는 언 땅에서 영양분을 힘들게 끌어올려 꽃잎으로 보내는 그 긴 여정의 힘듦을 끊어질 듯 이어진 가지를 통해 보여준다.

죽농 서동균 10폭 <사군자도> 부분, 139x429cm
 죽농 서동균 10폭 <사군자도> 부분, 139x429cm
ⓒ 한국국학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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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이겨내고 어김없이 돌아 온 봄, 그 봄의 초입에서 만나게 되는 매화 그림들을 보면서 흘러가는 세월을, 살아 온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뭐하나 제대로 이뤄놓은 것 없다는 자조감이 드는 건 나만의 생각인가? 시화작품으로 나온 김명자의 '매화나무 가지치며'의 종반부를 다시 한 번 읊어 본다.

"나는 언제쯤/ 향기 나는 꽃 한 송이/ 피워 볼까나// 이 몸도 매화같이/ 물도 먹고 바람도 먹고/ 햇볕도 먹었는데/ 열배도 더 먹었는데/ 나는."

이 전시의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지역 작가들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작품의 다양성이 약해진 점이다. 또한 시를 제외하곤 매화의 현대적 해석 즉 '현 시대의 시선'이 빠져 전반적으로 고풍적, 고답적 분위기라는 것이다.


태그:#전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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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행위미술, 설치미술, 사진작업을 하며 안동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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