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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세상네트워크 빈곤층건강권사업단에서는 <오마이뉴스>와 함께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건강권에 대한 실태를 살펴보는 '가난한 사람들도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라는 주제로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말]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나기 하루 전날인 지난 15일은 송파구에 살고 있던 세 모녀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지 49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 시민사회단체들은 세 모녀의 49제를 열고 더 이상 가난 때문에 목숨을 잃어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 세 모녀 사건은 우리 사회의 복지정책을 새로 돌아보게 만들었고 정부의 무능함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대적인 사각지대 발굴을 통해 '세 모녀'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직접 찾아 나서겠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민생법안 1호로 '세모녀' 법을 발의하며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을 모아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런 발표와 대책은 지금도 어디선가 생활고 때문에 목숨을 버려야 하는 이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오히려 이들이 추진 중인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안은 가난한 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개악안'일 뿐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의 행렬, 멈출 수 있을까?

'세모녀 동반자살'을 보도하며 '정부 복지 정책'을 강조한 <MBC 뉴스데스크>.
 '세모녀 동반자살'을 보도하며 '정부 복지 정책'을 강조한 <MBC 뉴스데스크>.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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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에 발의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 관련 법안은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안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세모녀법이다. 정치권이 민생을 챙기겠다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는 이 법들은 기존 기초법이 안고 있던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종합적인 빈곤대책으로서 역할을 해왔던 기초법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다.

기초법은 IMF 이후 가난한 이들의 사회안전망을 자처하며 현재까지 대표적인 공공부조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공공부조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낮은 보장수준과 넓은 사각지대를 양산하며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작년 9월 사회보장위원회를 열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방안'과 '국민중심의 맞춤형 복지 전달체계구축방안'을 확정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 급여별 특성에 따라 선정기준을 다층화하고 급여수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일부 조정하여, 수급대상자를 최대 110만 가구로 늘려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빈곤인구가 700만명을 넘어서고 많은 사람들이 빈곤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인구가 410만명을 넘어가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야할 기초생활수급자는 사회통합전산망 도입 부작용 등으로 2000년 148만 명에서 2013년에는 138만 명으로 더 줄어들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생활고로 자신의 목숨을 포기해야만 했다.

빈곤한 상황에 놓인 수많은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유일한 공공부조인 기초법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에게 복지병 운운하며 부정수급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안은 최저생계비 기준과 부양의무자 등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독소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전혀 개선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악안, 막아야 하는 이유

(그림. 아는 것이 힘! 토론회, 김윤영 2014)
 (그림. 아는 것이 힘! 토론회, 김윤영 2014)
ⓒ 민생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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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정부안인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이 지난해 6월 국회에 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선정과 급여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생계비 개념을 해체하고,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을 개별급여화 하여 소관부처를 이전하는 한편, 각 급여의 기준을 각 행정부처 장관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가난한 이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각지대를 완화하겠다는 맞춤형 급여체계가 아니다. 오히려 정부의 예산에 맞는 예산 맞춤형 기초법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2014년도 기초생활보장예산은 생계급여를 받는 수급자 수를 대폭 축소 추계하여 예산이 삭감되었다. 수급권자의 권리와 생계가 후퇴될 가능성이 높아 그동안 시민사회는 이 개악안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국민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소한의 기본권으로 기초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미이다.

세모녀가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허망하게 목숨을 끊은 지 두 달이 넘었다. 기초법은 가난한 국민들이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목숨줄과도 같다. 정부와 정치권이 예산과 정치적 이슈에 따라 이리저리 좌지우지되는 정치권의 놀이가 아니다. 5월로 미뤄진 임시국회에서가난한 이들을 또다시 죽음의 문턱으로 몰아넣는 일이 없길 바란다.


태그:#기초법, #건강세상네트워크, #사각지대, #빈곤층, #건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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