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선거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동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치행위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선거에서는 당시의 사회적 이슈들이 집중적으로 공론화됩니다. 정치학과 대학생 연합동아리 '여정(與政)'은 한국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후보들을 찾아서 인터뷰를 해보고자 합니다. '지역주의 극복, 군소정당, 여성 정치인, 청년 정치인, 이색 경력 후보'를 카테고리로 하여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 기자 말

정치외교학과(부) 연합 동아리 <여정>
 정치외교학과(부) 연합 동아리 <여정>
ⓒ 여정

관련사진보기


황종섭(29세, 양천구 제4선거구, 노동당) 후보를 인터뷰하며, 그의 정치 경험이나 정치 일반에 대한 의견은 ①부에 담고, 그가 소속된 '노동당'이라는 정당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내용은 ②부에 담았다. 여러 군소 정당들 중 노동당이 지닌 차별점은 무엇인지, 노동자들의 정당을 만들기 위해 노동당이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 자세히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황 후보는 제3세력으로서 진보 정당이 성장하기 위해 앞으로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는지, 어떤 전략과 비전을 마련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생각을 털어놓았다. 과연 그의 바람대로 진보 정당은 신뢰를 쌓아 제3세력으로 원만히 성장할 수 있을까? 황종섭 후보는 대한민국의 진보 정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 들려주었다.

"노동당에게 '의회'는 목표가 아닌 전략적 수단"

황종섭 서울시의원 후보
 황종섭 서울시의원 후보
ⓒ 한민호

관련사진보기


- '노동당'에 대해 소개해달라.
"역사부터 이야기 하면, 민주노동당으로 출발해 2007년 대선을 겪으며 분리되어 나온'진보신당'이 그 뿌리이다. 작년 7월 당명을 바꾸긴 했지만 노동당의 가치는 진보신당에서 이야기했던 '평등, 평화, 생태, 연대' 그대로이다."

- 한국의 진보정당은 현재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노동당만의 장점, 혹은 내세울 만한 가치관은?
"사실 대중들이 보기에 큰 차이점은 없을 것이다. 애초에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 자체가 사람들이 차이를 잘 모른다는 증거 아닐까. 실제로 녹색당에서 내걸었던 가치들은 우리 노동당에서 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노동당에는 노동자의 계급성을 지니고 이들을 대변하는 정당을 만들자는 문제의식이 있었던 것이다.

구체적 차이점이라 한다면 의회 진출을 '전략'으로 택할 뿐, 그 자체를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의회를 통해 사회운동에 기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얼마 전 지인과도 이야기를 했지만 '운동과 정치를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운동이라는 큰 그릇이 있다면, 그 일부로서 정치가 존재하는 것이다. 노동당이 의회 진출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사회라는 전체 영역이 돌아가는데 있어서 사회 운동적 흐름을 수렴해 '정치화'하는 힘이다. 의회 진출이 '목표'가 아닌'전술'이라는 점이 노동당의 차별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추구하는 가치 자체를 본다면 크게 다른 점은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정당이 따로 존재하는지 묻는다면, 사람에 관한 문제들과 과거사에 얽힌 복잡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라 말씀드릴 수 있겠다."

- 한국의 진보정당은 처음에 '민주노동당'이라는 단일정당으로 출발했으나, NL이나PD 등 서로 다른 지향을 가지고 있었던 집단에 의해 분당과 통합을 거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진보를 지향하면서도 다른 노선에 있었던 이들과 함께 '진보'를 지향했던 점에서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애초에 계파 갈등이 정리된 후에 입당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었다. (웃음) 군대 갔다 오니 모든 게 정리되어 있었다. 오히려 입당할 당시는 당원들 간 통합-독자 논쟁이 활발하던 때였다. '통합진보당'을 만들 때 다 같이 참여할 것인지 여부의 문제로 이야기가 오갔다. 결국에는 당의 이른바 핵심 플레이어였던 노심조(노회찬-심상정-조승수)가 나가고, 진보신당은 명망가 없는 정당이 되어 버렸다. 합당과 분당에 대해 묻는다면 '언제나 옳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통합이든 분리든 언제나 옳은 답은 아닐 것이다. 결국 어떤 시기에 어떻게 판단하는지의 문제 같다.

학생 때는 오히려 NL로 활동하였다. NL 노선을 벗어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2008년의 촛불집회였다. 아무래도 당시 핵심 문제였던 쇠고기 수입 문제는 민생문제이자,경제적인 문제였는데, 기존 (NL) 운동권들은 여기에 대해 자꾸 '반미' 구호를 외쳤던 것이다. FTA 대상국이 미국만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럼 미국만 안 되고 유럽이나 중국과의 FTA는 되나? 그것도 아니지 않는가. 이런 점들이 입장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영국 노동당 같은 형태는 힘들 것... '지역 노조' 등 활발한 실험 진행 중"

황종섭 서울시의원 후보
 황종섭 서울시의원 후보
ⓒ 한민호

관련사진보기


- 노동당이 존재하고, 실제로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영국과 달리, 한국의 경우는 역사적 배경이나 환경을 고려하면 유럽과 다른 출발점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노동자 정당이 성장하는데 어려움이 되지 않을지?
"사실 안 될 이유로 치면, 이 나라는 끝도 없을 것이다. (웃음) 선거법부터가 애초에 제3정당이 들어갈 자리를 막고 있으니. 그리고 물론 영국의 노동당과 같은 형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당명을 바꾸며 당 내부에서도 여러 논쟁과 토론이 있었다. 노동자나 노동 계급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그리고 과대하게 늘어나는 서비스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면서 대안도 만들게 되었는데 그 중 '지역 노조'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기업별 노조가 대세인 편이라, 산별노조까지 열심히 띄워놓았는데도 불구하고 산별노조 차원의 교섭 이야기는 없다. 지금도 보면 현대차 노조가 교섭을 하지, 금속노조가 하지는 않는다. 이 산별노조 실험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또 하나의 축으로서 '지역노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지역노조를 만들면 '연대'라는 가치를 앞에 놓고 자기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양천구 노조 연합회'를 만들면, 이 지역에서 해고 사태가 일어날 때, 지역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항의할 수 있다. 또 지역 노조의 틀로 의결해 사업비를 조성해 구청을 상대로 하는 사회적 교섭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 구상도 꽤 오래된 편이고, 3여 년간 노력을 들인 결과 약간의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노조가 그리 쉽게 바뀌는 구조도 아니라, 아직 실험단계라 할 수 있겠다.

실제 노조 안에 들어가서 보면 교섭을 할 때 노조가 조합원들을 잘 못 챙기는 경우가 많다. 공동체 의식을 만들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해야 하는데,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직장에서는 조합원이지만, 퇴근하는 순간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을 지역구로 묶는다면 퇴근하고도 지역 노동자들과 함께 섞여서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사업을 할 수 있다. 애초에 최저임금 과 같은 문제는 개별기업과 관련된 문제라기보다 국가 전반에 걸친 문제인데, 당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다루며 지역 노조를 활용하는 등 여러 변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노동당이 실제로 이 부분에서 노력을 꽤 기울였다."

"'사람' 키우고 당 생각 알리며 '신뢰' 쌓는 일이 중요"

황종섭 서울시의원 후보
 황종섭 서울시의원 후보
ⓒ 한민호

관련사진보기


- 한국 정치문화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정치혐오'나 '반정치'의 정서의 보편화에 대해 기성 정치권과 더불어 정치 자체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던 진보세력의 이른바 '운동권 멘탈리티' 또한 지적되고 있다. 오랫동안 진보정당의 일원으로 활동하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주장은 적절한가?
"진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비판만을 하는 그런 시기는 끝났다. 더 이상 진보 정당이 예전과 같이 '젊고 깨끗한' 이미지로 승부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미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사태를) 다 봤지 않았는가, 그것도 생중계로. 그런 사태들이 벌어졌는데, '그건 우리들이 아닙니다'라 해봐야 먹히지를 않는다. 노동당이나 정의당이 이런 걸 다 분리해서 봐 달라고 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너무나 큰 요구를 하는 거라 생각한다.

이미 우리는 '깨끗한 사람들'이 아니다. 도덕적 우위가 사실상 깨져 버렸다면 우리도 똑같은 입장에서 똑같이 실력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물론 비판의 순기능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우리도 프로답게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수정당이기에 여러 전략이 있어야 할 텐데, 지금은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는 단계인 것 같다. 결국은 '신뢰'를 쌓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까.

사람의 일이라는 게 예상치 못한 것에서 일이 터지고 하는 등, 힘들 때가 많은데, 잘 될 때를 보면 또 다 잘 풀리기도 한다. 2004년 당시의 민주노동당을 보면 지역구에서 잘 되고 중앙에서도 잘 되고, 여러 곳에서 일들이 한꺼번에 잘 풀린 적이 있었다. 물론 노력 없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안 되겠지만, 이런 점에서 '희망'은 있다고 본다. 관악구의 나경채 의원이나, 구로의 김희서 후보, 그리고 대구나 전주에 계신 현직 의원 분들을 보면, 지역구에서 신망이 되게 높으시고, 노동당이라는 당직을 걸고서 당선이 된다. 심지어 대구 같은 곳에서 민주당이 당선이 안 될 때 노동당이 당선될 때가 있었다.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지치지 않고 당의 생각을 알리려는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 한국 정치사를 보면 제3정당은 한 때 힘을 얻다가도 오랫동안 지지를 얻지 못하고 와해되거나 분열되는 경우가 잦았다. 한국에서 제3정당으로서 진보정당의 미래가 있는지?
'기회' 자체는 많이 온다고 본다. 이 한국 사회는 너무나 역동적이지 않은가? 어제 쓴 기사를 오늘 올리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이다. 그래서 신뢰를 쌓아놓다 보면 진보 정당이 더 많은 지지를 받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준비가 아직은 다 안 되어 있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촛불 시위가 터지고 하는데, 이것을 좋은 의미에서 '의회정치화'를 하려면 시민들의 의사를 수렴할 수 있는 준비된 세력이 필요하다. 이는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계속 지치지 않고 자신들의 가치를 뚜렷하게 알릴 당원이나 활동가들이 존재할 때 가능한 일이다."

- 대안적인 제3정당으로서 진보 정당을 성장시키기 위해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당원들 모두가 내 의견에 공감하지는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정치라는 것이 사람을 키우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명망가'라 하면 조금은 나쁜 표현이 될 것 같고, 좋게 이야기를 하면 정당의 '대표선수'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시민들이'정당'에 관해 가장 묻는 질문이 '대표가 누구'냐는 질문이다. 노동당의 정책에 대해 묻기보다 '누가 있는' 정당인지 묻는 것이다. 노동당의 이용길 대표 같은 경우 노동운동 하시던 분들은 꽤 알지만 동네에 계신 주민 분들은 모르는 편이다.

홍세화 전 대표의 경우도 30~40대 젊은 사람 중에는 아는 사람이 꽤 있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거의 모르신다. 이게 현실이다. 이걸 부정한다고 무언가 바뀌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당을 기억할 때 어떤 정책과 연결을 해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연결해서 기억한다. 예를 들면 '노동당의 황종섭이 정책으로서 뉴타운을 반대했다.' 이런 식으로 기억하지, '노동당-뉴타운 반대-황종섭' 이런 방식으로 연결 짓지 않는다.

그래서 당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도 당의 인물을 성장시키는 게 필요하다. 노동당의 경우 유명인을 키워놓자 그 사람들이 당을 떠났던 과거의 아픈 경험이 있다. 그래서 사람을 키우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도 당 내에 꽤 많다. 그래서 '당이 커야 되는 것이지, 사람이 명망가가 되면 안 된다.'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사실 나는 반대로 생각을 한다.

일단 사람이 커야 당을 알릴 수 있는 어떤 작은 루트라도 확보되는 것이다. 물론 키워준 사람이 자기 이익을 더 중시할 수도 있고 나중에 당을 나갈 수도 있겠지만, 일단 그 사람이 우리 당에 있는 한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우리 당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물론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고, 당장 지방선거 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나중에 떠날 사람이라 하더라도 당 입장에서는 새 인물을 또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노동당이 아니더라도 '정당'이라는 조직을 성장시키고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정당이 인물을 키워야 한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 서울대-이화여대-서강대 정치외교학과(부) 연합동아리 '여정(與政)'은 정치학도로서 주변의 작은 것들에서부터 정치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참여하고자 현재 세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시민단체 정치발전소와 함께 '이상한 나라의 선거 기자단'에서 선거법과 관련한 기사를 작성하여 <프레시안>에 연재하고 있으며, 매주 국회에서 논의한 내용을 인형극으로 재연해 UCC를 제작하는 '이주의 국회', 그리고 '6.4 지방선거 이색후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정(與政), #이색후보인터뷰, #6.4 지방선거, #노동당, #황종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