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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2012년 12월 16일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 참석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토론 시작을 기다리며 앵커 출신인 정성근 공보위원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2012년 12월 16일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 참석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토론 시작을 기다리며 앵커 출신인 정성근 공보위원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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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이 아웃됐다. 그러자, 농담으로나 회자됐던 '정홍원 총리 유임'이 현실이 됐다. 여기선  '농담'이 중요하다. 술자리 우스갯소리로 통용되던 가능성을 현실로 밀어붙이는 막무가내 대통령과 정부. 그들의 '불통'이 '불도저식' 인사로 현현되고 있는 중이다. 4대강을 밀어붙였던 MB가 사적 이익을 위해 불도저를 굴린 것과는 또 다른 양상이다.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논문 표절, 연구실적 부풀리기 등 의혹 종합선물세트다. 최양희 미래부장관 후보자는 병역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아들의 병역 면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차떼기'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고문료로 수억을 챙겼고,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역시 '황제' 사외이사 급여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실로 대단하다. '잘' 생겼다. 어느 하나 조용히 넘어갈 후보자가 없다. '어디서 이런 사람들만 골랐느냐'는 한탄이 괜히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새누리당이 나서서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 제도를 고치자는 응석을 부리고 있을까. 그런데 어쩌나. 우리는 2005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일성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것을.

"최근 우리는 4명의 장관급 고위 공직자가 줄줄이 불명예 퇴진하는 것을 봤습니다. 청문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 인사'가 역대 최악인 상황이다 보니,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고위 공직자들이 개인의 '도덕성' 문제에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청문회 통과가 최우선 목표가 돼버린 인사의 폐해다. 전문성과 업무 적합성이야말로 한 부처를 이끌 책임자가 지녀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 아니겠는가.

'수첩공주'의 수첩인사가 불러온 또 하나의 참극

오는 7월 10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하 문광부) 후보자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도무지 '문화체육관광'에 별다른 관심 없이 살아온 것으로 보이는 언론인 출신 '친박' 인사 정성근 후보자. 그를 보면, 낙하산 인사로 문화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문화' 정책을 담당하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엄습한다.

한평생 배우이자 연극인(이며 MB의 측근)이었던 '막말' 유인촌 전 장관이나 그나마 문화부 차관 경력을 인정 받았(지만 재산 등 도덕성 문제로 낙마했)던 신재민 전 차관이 나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생겨날 지경이다. 문창극이 오자 안대희가 아쉬워졌던 총리 후보자 인선과 같은 효과랄까. 같은 의미로, 별다른 사고나 잡음이 없었던 유진룡 현 장관의 유임까지도 염두에 둬야 할 판이다.

"문화융성이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부흥을 일으키는데 새로운 동력을 끊임없이 줄 수 있겠다는 확신을 저는 갖고 있습니다. 문화융성을 창조경제의 든든한 토대로 앞으로 만들어가려 합니다."

지극히 원론적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예술인과 만난 자리에서 건넨 덕담이다. "통일은 대박"처럼 문화를 지극히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보는 대통령의 단견이 잘 드러난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창조경제에 입각한 문화융성을 이끌어갈 장관은 꼭 '친박'인사여만 했나 보다. 문화에 전혀 관심도, 전문성도 없었던 정성근 후보자를 내정한 걸 보니.

박근혜 바라기와 정미홍 절친 사이에서 '정치'를 외치다

2012년 3월 정성근 문광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한 사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부터 공천장을 받고 있다.
 2012년 3월 정성근 문광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한 사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부터 공천장을 받고 있다.
ⓒ 정성근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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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증 교부 ~~~ ㅋㅋㅋ 오늘이 만우절이라 농담했습니다. 공천장을 박근혜 비대위원장으로부터 증서를 받는 장면이었습니다. '웃자고 농담하는데 죽자고 덤비는 분' 없으시겠죠? 휴일 오후 평안하세요."

2012년 3월 31일, 만우절을 앞둔 정성근 후보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농담(이라 쓰고 진담이라 읽고 싶었)을 적었다. 농담을 가장했지만, 그의 지독한 권력욕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KBS와 SBS를 거치며 30년 방송언론인으로 살아왔던 정 후보자는 2012년 새누리당 입당과 함께 '박근혜의 호위무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박근혜 대통령 바라기로 살아왔다는 평가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경기도 파주시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이후 2012년 대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유세에 열성으로 참여했다. 대선캠프에서 공보위원으로 박근혜 후보의 TV토론을 돕기도 했다.  총선 당시 정성근 후보자는 오매불망 바라보던 박근혜 대통령 외에도 또 다른 여성과의 친분을 과시한 바 있다. 바로 '세월호 망언' 등으로 전 국민적 비난을 받고 있는 정미홍씨다.

2012년 총선 당시 정성근 후보의 선거운동에 나선 정미홍씨.
 2012년 총선 당시 정성근 후보의 선거운동에 나선 정미홍씨.
ⓒ 정성근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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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홍 전 아나운서가 지원유세에 와 주었습니다. KBS 공채10기 동기입니다. 아나운서로서 그녀는 빛났었고 기자로서는 칙칙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한 곳을 바라보는 다정한 동기생이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역시 2012년 4월 정성근 후보자가 쓴 글과 사진이다. 2년 전 "한 곳을 바라보는 다정한 동기생" 중 정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은혜를 입어 아리랑TV 사장에 이어 4개월 만에 문광부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고, 입을 잘못 놀린 정미홍 전 아나운서는 또 다시 망언을 계속하며 변희재 등과 함께 '애국보수'의 길을 걷고 있다. 그래서 줄을 잘 서야 하는 거다.

<강남스타일>을 진영 논리로 해석하니 박원순 시장도...

전문성만 놓고 본다면, 정성근 후보자가 어떤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왜 문광부 장관에 적합한지 알 수 있는 길이 없다. 둘 중 하나다. 방송국 직원으로 30여 년을 살았다는 이력과 박근혜 대통령의 은혜(라는 게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이지만).

21세기 트렌드이자 경제 효과 창출까지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 분야는 특히 '좌우'나 '보수진보'에 매몰되지 않는 인사가 필요하다. 예술과 창작과 직결된 만큼 열린 자세와 너른 안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들에 이런 인사들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 비극이다. 정성근 후보자도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인다.   

"싸이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린다... 싸이씨가 어제 공연에서 한 말입니다. 대선 후보님들도 자기 진영뿐 아니라 전 국민에게 이런 인사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미지로 포장됐지만 자신의 실체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 어느 한 분은 이 얘기 못합니다."


2012년 10월 쓴 정 후보자의 글이다. <강남스타일>로 대박을 터트린 가수 싸이를 경제효과만으로 보는 것도 천박하지만, 그를 두고 진영 논리를 들이대는 문광부 장관 후보자의 저렴한 시각이라니...

2011년 SBS <나이트라인> 진행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의 온라인 취임식을 두고 한 비난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조국, 박창신, 공지영, 김용민, 이 사람들 북한 가서 살 수 있게..."라며 '종북몰이'에 앞장섰던 글과 함께 말이다.  

"그렇지만, 멋진 취임식 기대한 서울시민도 분명 적잖았을 겁니다. 어떤 점에서는 시민의 권리 뺏은 건데, 이게 진보는 아니길 바랍니다. 나이트라인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SBS <나이트라인>을 진행 중인 당시 정성근 앵커.
 SBS <나이트라인>을 진행 중인 당시 정성근 앵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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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적 글 애호했던 정성근 후보자의 품격 

모든 사안을 이렇게 이념이나 진영으로 보는 이들이 지상파 방송국 곳곳에서 '국민의 입'을 자처하며 뉴스를 진행하고 있을 것을 상상하니 소름이 끼친다. KBS 구성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역시 동류라 볼 있을 것이다. 이런 정 후보를 두고, 조정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 후보자의 이념 편향성이 도를 넘었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그가 인용한 몇 개 글만 찾아 봐도 '대박'이다.

"온갖 거짓선동과 네거티브를 사실이 밝혀져도 무한 확산하는 좌좀들께서 안철수에 대해 비판이라도 하면 차마 표현 못할 욕설을 퍼 붓던데 그래서 좀비라는 것이죠. 자기가 하면 모함도 비판이라 하고 남이 비판하..."(2012년 9월 4일 정 후보자가 리트윗한 글)

"보수는 부패로 물러나고 좌파는 생각이 비뚤어져 망한다." (2012년 8월 20일 정후보자가 리트윗한 글)

"인간적으로 포털사이트 너무한 거 아냐 특히 다음! (현영희, 현기환)나라 거덜 나는 것 같이 몇 주간 메인 띄우더니, 사실관계 더욱 명확하고 파장이 훨씬 큰 (양경숙, 박지원) 기사 찾기도 힘드네. 친노 쓰레기 포털이란 건 알았지만 이렇게 대놓고..."(2012년 8월 20일 정 후보자가 리트윗한 글)

지극히 편향적인 애국보수의 글을 '애호'하는 정 후보자가 과연 한 나라 문광부 수장으로서의 자격이나 갖춘 걸까. 2005년 당시 음주운전 논란은 어쩌면 가벼운 해프닝 정도로 아량을 베풀어야 할 사안인 건 아닐까.

정성근 후보자를 보면 떨어진 국격 수준이 보인다

이에 대해 "음주운전 전력이 있으면 기초단체 구의원 공천에서도 배제된다"며 "구의원 자격도 없는 사람을 어떻게 장관시키겠다고, 그것도 국가개조를 위해서 내놓은 2기 내각의 장관을 시키겠다고 하는 지"라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 대표의 평가는 곱씹어 볼 만 하다.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보름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낙하산' 인사로 자리에 앉은 아리랑TV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청문회에서 낙마하면 돌아갈 자리를 보전하겠다는 계산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통상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인사들은 현직에서 물러나 해당 부처에서 청문회 준비에 돌입한다. 그 자신도 '낙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음주 운전 논란은 진짜 작은 실수로 치부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보다 중요한 건 철학과 비전, 능력이지 않나. 정치에 투신한 이후 권력만을 좇은 이가 한 나라의 문화를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대통령과 청와대만의 착각일 것이다. 한 마디로, "이런 문광부 장관을 보게 될 국민이라, 미안하다"고 외쳐야 할 판이다. 진심으로 부끄럽다. 그 부끄러움을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일갈로 대신한다. 

"누가 앙드레 지드를 문화부 장관시켜 달랬냐, 아니면 앙드레 말로를 문화부 장관시켜 달랬냐. 그냥 상식을 갖춘 사람 시키면 안 되나. 일베 수준의 저열한 인물을 문화부 장관에 앉히려 하니... 그게 이 정권 아래서 바닥을 떨어진 국격의 수준."


태그:#정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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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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