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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미국인 송환

지난 8월 2일, 단 한 명의 미국인 승객을 실은 제트기가 1만킬로를 날아 미국 조지아주 도빈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단 한 명의승객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의사 켄트 브렌틀리 박사였다.

그는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돌보다가 자신이 감염되었다. 제트기 안에는 국방부가 제작한 격리 텐트가 설치되었다. 미국 내에서도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후송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었다. 그의 두 아이와 아내는 TV를 통해 그가 도착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미국 병사 버그달 병장 구하기

탈레반에 의해 억류되었고 살해 위협을 받던 미군 버그달 병장은 탈영의 의혹을 받고 있었다. 미국 정부는 탈레반 포로 5명과 버그달 병장의 교환에 합의했고 그는 석방됐다.

그러나 전체 미국 국민의 43%는 미국 정부가 잘못한 일이라며 반대했다. 반대의 이유는 탈영의 의혹을 받고 있는 미군 병사를 위해 관타나모에 수용되어있는 탈레반 주요 포로 5명과 교환한 사실을 들고 있다.

미국의 계속되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박근혜 정부

세월호특별법제정촉구 단식 농성 40일째인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유가족과 주치의의 설득으로 병원으로 후송돼 안정을 취하고 있다.
▲ 병실로 옮겨진 '유민아빠' 세월호특별법제정촉구 단식 농성 40일째인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유가족과 주치의의 설득으로 병원으로 후송돼 안정을 취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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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민이 죽음에 직면해 있다. 이는 전 국민이 다 알고 있으며 교황 방문을 통해 다른 나라에도 알려져 있다. 그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로 딸을 잃은 아버지다. 아픈 몸을 이끌고 청와대 앞에 섰으나 대통령은 끝내 그를 만나주지 않았으며 그 순간 대통령은 여당 중앙위원들과 오찬을 가졌다.

300여 명의 목숨을 고의로 정부가 바다에 수장시켰다고는 믿지 않는다. 눈물로 담화문을 읽던 대통령의 모습이 가증스럽게 느껴지는 까닭은, 딸을 잃은 아버지의 눈물 하나도 닦아줄 진심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탈영자도 아니고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도 아닌 그냥 슬픔과 분노에 지쳐 쓰러진 단 한 명의 국민일 뿐이다. 정권 입장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그가 직면하고 있는 죽음이 더 치명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를 따라 혹은 그를 지지하기 위해 동조하는 단식이 이어지고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을 갉아먹고 있으니, 그들에게는 먼 나라의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그의 단식이 더 위협이 된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의 면담 거절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반대 이유 중 하나가 '나쁜 선례'가 된다는 것이었다. 울고 있는 국민을 만나는 것이 나쁜 전례인가.

언니를 잃은 동생이 '대통령님이 단식 중인 아빠를 만나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제도권 언론 중 일부는 죽음에 직면하고 있는 그를 트집 잡는다. 전라도 출신이라는 지역 감정을 붙이는 것은 일베의 논조일 뿐이라 하더라도, 노조에 가입한 '빨갱이', 자식과 아내를 버린 '부도덕한 가장'으로 몰아붙이고 그의 모든 행동에 딴지를 건다.

진정 원하지 않지만 그의 죽음이 이 사태의 변곡점이 된다면 정권의 지속성을 위협할 단초가 될지도 모른다. 이 정부가 진심을 담아 닦아 주어야 할 눈물을 외면한다면 정권의 끝도 예견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이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부는 자국의 병사 한 명과 전범의 혐의까지 받고 있는 테러리스트 5명을 교환하고 또 모든 국민이 동의하지 않았지만 자국 내 감염의 위협을 무릅쓰고 미국인 의사 한 명을 후송하였다.

김영오씨의 죽음을 원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그를 죽음에서 구해낼 유일한 방법은 정치와 정권밖에 없다. 정권이 끌어안아야 하는 것이 정권의 안위일 뿐이라 하더라도,그 안위를 지키기 위해 죽음에 직면한 국민 하나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일이다. 국민이 정치를, 정권을 믿지 못한다면 그 끝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를 진정 죽음으로 내몬다면 이 정권이 직면하게 될 것은 정권의 최후가 될 것이다.


태그:#정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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