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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궁금한 게 참 많다. 지인들은 그걸 '중년이 품은 청년다움'이라 칭찬해 준다. 그런 칭찬에 신이 나서인지 나는 카카오톡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뱅크, 네이버, 알라딘, 구글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는 편이다. 그러다 책 한 권을 만났다.

책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가 그것이다. 내 관심 분야 CEO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들은 어떻게 사고하기에 독특한 성공을 거두는지 알고 싶었다. 책은 이런 나의 바람에 딱 어울리는 제목이다. 이 책은 구글의 성공을 이끈 두 CEO, 에릭 슈미트와 조너선 로젠버그가 들려주는 구글의 민낯 이야기다.

'구글다움'... 통념을 깬 생각의 자율성

에릭과 조너선은 자신만만하게 책을 소개한다.

이 책은 성공을 거두었거나 성장 중인 기업 또는 벤처 기업의 발전상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성공을 거둔 기업을 살피면서는 언덕을 굴러 내려오며 모멘텀을 받아 점점 더 커지는 눈덩이처럼 저절로 성장하는 선순환의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본문 44쪽 중에서)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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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스탠퍼드 대학교의 기숙사에서 출발해 지금은 40여 개국 5만여 명을 거느린 500억 달러 규모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성공의 배후는 무엇일까? 구글의 경영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통념을 깬 생각의 자율성'이라 할 수 있다. 바로 '구글다움'이다.

책은 일곱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화, 전략, 재능, 결정, 소통, 혁신 그리고 결론이다. '상상을 초월한 상상'이 책 전반에 흐른다. 이 책은 방대한 경영학 서적이다. 그러나 핵심은 혁신적인 생각과 행동이다. 이 책을 통해 나타난 '구글을 움직이는 힘'을 중요한 것만 간추리면 아래와 같다.

하나, 전문성과 창의력 그리고 혁신

구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는 '전문성과 창의력'이다. 이는 구글의 직원 채용 기준이자 구글이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성과 창의력을 가진 인재를 회사로 영입해 동기를 부여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말하고 있다.

구글은 시장 조사나 마케팅 경영을 하지 않는다. 차라리 기술 혁신에 승부를 건다. 그들의 목표는 단순히 경쟁사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혁신을 이루는 데 있다. 에릭은 "히포의 말을 듣지 말라"고 충고한다. '히포'란 '최고 급여를 받는 사람'을 말한다. 귀를 기울일 사람이 없으면 실력 위주로 가게 된다는 뜻이다.

책은 이 히포가 우왕좌왕할 때 어둡고 불투명한 분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게 바로 '실력 위주 문화'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구글은 당신이 누군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는가를 중시하는 회사"다. 구글 괴짜들은 형식적이고 엄격히 통제된 계획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애플의 전 인사 책임자였던 데비 비온드릴로는 "당신의 직함은 당신을 경영자로 만들어 주지만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은 당신을 지도자로 만든다"라고 했다. 이 말을 실감하게 하는 곳이 구글이다. 구글은 경영자가 아니라 지도자를 원한다.

전문성과 혁신의 일례가 있다. 익사이트앤홈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용량을 늘리는 데 매진할 때 구글은 끈질기게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대부분 인터넷 기업들이 포털로 가는 것이 당시 경향이었다. 그러나 구글은 검색 프로그램의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이 생각은 적중했다. 책은 그때 이야기를 아래와 같이 쓰고 있다.

구글은 급성장하는 인터넷 시장에서 검색이 엄청 중요한 응용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의 하나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에 포털을 전문화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본문 130쪽 중에서)

둘, 인터넷 시대의 본질은 플랫폼... 기술은 공개

구글은 돈 버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고 먼저 성장과 기술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달을 향해 쏴라' '공개를 기본설정으로' '모바일 먼저' 등 구글의 다양하고 핵심적인 구호는 그들의 문화와 전략, 소통과 혁신 등을 그대로 보여준다.

개발한 기술을 공개한다는 것은 오늘날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기고 있다. 애플과 삼성의 싸움은 기술 공개가 얼마나 터부시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러나 구글의 생각은 다르다. 구글은 "20세기 경제가 단일한 폐쇄 네트워크에 지배되었다면 21세기는 세계적이고 개방된 모델이 이끌어갈 것이다"라고 말한다.

책은 IBM PC의 성공은 기술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애플리케이션과 추가 부품, 더 나아가 복제 PC를 만들게 한 게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소프트웨어 코드나 연구 결과 같은 지적 재산을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할 때 고객들이 손쉽게 자신의 플랫폼에 나아갈 자유를 제공하게 된다. 그리하여 자사의 지속 가능한 우위가 확보되는 것이다.

안드로이드의 성공은 개방성에 기인한다. 개방은 창업의 사고방식으로는 위험하지만 "개방을 하면 급성장과 혁신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런 방식은 경쟁사에 지는 게임이 아니고 이기는 게임이다. 기업 보안을 생명으로 한다는 기업들이 새겨들어야 할 역설적 이론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터넷의 개방성 때문에 기술 공개가 보안보다 성장을 촉진한다는 구글의 설정은 성공했다. 검색의 상호 보완성이 강한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구글이 PC에서 모바일로 플랫폼 이동을 매끄럽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수익성과 보안성만 고집했다면 여기서 난관에 부딪혔을 것이다.

셋, 사용자 중심, 직원의 즐거움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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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출범하면서 줄곧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다 보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익에 초점을 맞추면 사용자도 잃게 된다.

이런 생각은 회사 내에서도 적용된다. 사무실은 직원 중심의 공간이다. 구글의 사무실은 항상 붐비고 활기로 가득하다. 사무실은 지위에 따른 고립 공간이 아니라 에너지와 상호 작용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전문성과 창의력을 가진 직원은 상호 작용이 원활한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구글의 사무실은 붐빌 뿐 아니라 지저분하다. 그러나 직원들이 일하는 데 필요한 모든 자원은 아끼지 않고 지원한다. 물론 직원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배구장, 볼링장은 물론 인공 암벽까지 갖추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전통이 배어 있다.

최고 CEO 에릭 슈미트가 가수 싸이의 구글 사무실을 방문에 같이 말 춤을 추는 모습은 놀랍다. 회사가 얼마나 재미있는 곳인지 보여주고 있다. 즐겁게 일하는 공간에서 창의력이 나오고 혁신적인 제품이 나온다. 이는 사용자 중심의 문화를 싹트게 한다.

책을 읽다 보니 구글의 혁신과 자유로움이 멀미날 정도다. 이 글에 다 담지 못하는 게 아쉽다. 읽은 소감은 한마디로, "역시!"였다. 기업은 그냥 성공하는 것이 아니었다. 기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으면 좋겠다. 아쉽지만, 그들의 몇 가지 구호를 적으며 글을 맺는다.

자신의 구호를 믿어라
더 빠른 말에 눈을 돌리지 마라
고개를 끄덕이는 인형을 조심하라
80퍼센트의 이익에 80퍼센트의 시간을 소비하라
기본 모드는 공개설정으로
계급이 아니라 관계를 형성하라
문제는 돈이 아니다
가장 어려운 질문을 제기하라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라

덧붙이는 글 |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릭 슈미트 외 2인 지음 / 박병화 옮김 / 2014. 10 / 김영사 펴냄 / 397쪽 / 1만5000원)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 에릭 슈미트가 직접 공개하는 구글 방식의 모든 것

에릭 슈미트 & 조너선 로젠버그 & 앨런 이글 지음, 박병화 옮김, 김영사(2014)


태그:#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에릭 슈미트, #조너선 로젠버그, #구글다움, #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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