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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아시아 국가 최초로 '구글 캠퍼스'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많은 사람이 다시 한 번 더 '구글의 일하는 방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 대학생들에게 '구글'은 거의 신의 직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꿈의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큰 관심을 받았던 '한국의 구글'로 불리는 핸드 스튜디오 이후 더 그런 모습이 커졌지 않나 싶다.

구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단순히 직원들에 대한 복지와 시스템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니다. 직원에 대한 복지와 시스템이 좋은 걸로 검토를 한다면, 한국에 있는 삼성 같은 대기업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구글이 애플과 함께 세계적인 기업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모든 직원이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것을 즐기는 문화 속에서 개인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 바로 '개방성'이다. 이 개방성은 단순히 서열주의를 고집하는 구 기업의 문화를 부정하는 것을 넘어 많은 사람이 직책에 상관없이, 내가 하는 일에 상관없이, 어떤 일을 이야기하면서 자유롭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문화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여전히 서열을 고집하는 기업에서는 이런 일을 볼 수 없다. "어디 감히 신입이 내 의견에 반대해?" 등의 강한 억압으로 한 시스템을 고집하는 기업 내에서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볼 수 있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경쟁에 지나치게 집중하며 시장 공략에만 치중하다 뒤늦게 들어온 새로운 기업이 판도를 뒤집어 버리는 것을 쳐다 보고 있을 뿐이다.

구글은 완전히 그런 구 시스템을 부정하고, 구글 내에서는 그런 구 시스템은 절대적으로 어떤 설득력도 얻지 못한다. 그래서 구글은 대단한 기업이고, 좋은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거다. 모든 구성원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모든 구성원이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고,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고민하면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그게 바로 '구글'이다.

구글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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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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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는 우리가 평소 궁금해 하는 구글의 방식을 간단히, 아니 어쩌면 세밀하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는 7개의 소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각각 문화(자신의 구호를 믿어라), 전략(당신의 계획은 잘못되었다), 재능(직원 채용이 가장 중요하다), 결정(합의의 진정한 의미), 소통(뛰어난 라우터가 되어라), 혁신(자연발생 구조를 만들어라), 결론(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소주제의 이야기를 읽어 보면 '이런 일이 가능해?' 같은 의문을 품으면서도 '우리 한국에서는 이런 문화가 절대 자리 잡지 못할 거야' 같은 실망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에서 기성세대가 추구하는 문화와 거의 180도 다른 기업 문화를 구글은 이야기하고, 그 문화를 시스템으로 만들어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최고로 여기는 기업이니까.

여러분이 책임자의 위치에 있지만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때 "내가 말했잖아!" 하는 식으로 고함을 지르며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기는 쉽다. 여러분은 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아야 하며 또 자신감을 갖고 그들이 더 나은 방법을 찾도록 맡길 줄도 알아야 한다.

세르게이도 스리드하르에게 통제권과 영향력의 권리를 양도하는 데 개의치 않았다. 자신이 고용한 스리드하르가 자신보다 더 나은 아이디어를 낼 가능성이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히포로서 그가 할 일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는 동료들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었다. 스리드하르가 할 일은 자신의 견해를 강력히 주장하는 것이었다. 실력주의가 자리 잡으려면 "반대할 의무"가 존재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어떤 아이디어에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아 그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의 경험에 비춰볼 때, 전문성과 창의력을 가진 직원은 대개 강력한 의견이 있기 때문에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릴 정도이며, 이때 이들이 의견을 개진할 자유를 주는 것이 반대할 의무가 존재하는 문화다. 하지만 이렇지 못한 곳에서는 반대 의견을 내세울 때 불편해한다. 특히 공개 토론회 자리에서 심하다. 바로 이것이 반대 의견이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선천적으로 과묵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히포에게 대들 필요가 있다.

실력주의는 보다 나은 결정을 유도하며, 모든 종업원의 가치와 권한을 인정하는 환경을 만들어낸다. 또 실력주의는 히포가 우왕좌왕할 때, 불안과 어둡고 불투명한 환경문화를 추방한다.

그리고 실력주의는 뛰어난 아이디어에 방해가 되는 편견을 제거해준다. 우리의 동료인 엘렌 웨스트는 이와 관련해 게이글러 중 한 사람이한 말을 들려준 적이 있다. 이 사람은 엘렌에게 게이글러들이 자신들이 근무하는 구글이 "포스트 게이"를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회사인가 아닌가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고 전했다. 여기서 포스트-게이를 먼저 생각하는 회사라는 결론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한다. 구글은 "당신이 누군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는가를 중시하는 회사"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바로 이거다. (p72)

윗글만 읽어보더라도 '아, 이런 건 한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야'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것이다. '어디 감히 인턴이 반대해?'등의 풍습이 강하게 작용하는 우리 한국의 여러 기업에서는 그냥 꿈 같은 이야기다. 서열주의가 분명히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 사람의 이기적인 욕심과 갇힌 생각으로 기업은 성장하지 못할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은 그 옹졸한 권력으로 인턴을 괴롭히기까지 한다. 인턴이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돈을 내야만 하는 어려움을 감당해야 하고, 온갖 잡일을 떠맡아 처리하고, 회식 자리에서 여자 인턴에게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정규직이 될 수 없다는 협박을 하는 등의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이런 나라의 이런 기업에서 과연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난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도 '핸드 스튜디오'처럼 개방성을 기업의 철학으로 해서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실력주의를 중요한 평가의 잣대로 하는 기업이 변하지 않던 고정적인 기업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CEO가 직원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언제나 문이 열려 있고, 함께 즐기는.

나는 실제로 핸드스튜디오를 견한학 적이 있었는데, 그 기업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문화는 마치 구글을 본뜬 것처럼 자유로웠다. 어디를 가더라도 노트북만 있으면 그곳이 작업 공간이 될 수 있고, 칸막이가 있는 책상을 가지고 있더라도 언제나 의견을 나눌 수 있고, 인턴에게도 정당한 급여를 지급함과 동시에 직원들의 소소한 웃음과 행복을 위한 여러 이벤트와 복지가 갖춰져 있었다.

핸드 스튜디오의 안준희 대표
▲ 안준희 핸드 스튜디오의 안준희 대표
ⓒ 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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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업이 더 늘어나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고집하던 수직주의에서 벗어나 수평주의에서, 그리고 꽁꽁 감추면서 차별을 하는 것보다 공개를 통해 서로를 믿으면서 함께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문화가 갖춰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열린 기업을 만드는, 창조적인 인재를 기르는, 창조적 경제 발전을 할 수 있는, 창조적 기업을 육성하는, 한국의 구글을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여러 규제 완화를 통해 있는 사람의 배를 불리기만 하는, 갑과 을의 관계를 더 처참하게 몰고 가는, 노동자의 인권을 유린하면서도 기업가의 품위를 지키기 위한 정책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불통과 비밀주의를 고집하는 것으로 창조 경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주의는 오히려 모르게 비리를 조장하며 세월호 사고 같은 인재(人災)를 만들어낼 뿐이다.

처음 내가 이 책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를 구매했을 때에는 여러모로 두근거림을 느끼면서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책은 생각보다 그런 두근거림을 느낄 수 없었고, 읽는 동안 따분함을 느끼기도 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만화책처럼 즐길 수 있는 책이 아니라 거의 교과서적으로 구글의 일하는 방식을 이야기하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교과서가 얼마나 재미없는 책인지 많은 사람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교과서는 분명히 좋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혼자서 읽는 데에는 정말 지루한 책이다. 나는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도 비슷한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기업의 문화와 시스템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 좀 더 재미있기를 기대했었는데 아쉽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무작정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지루한 책이더라도 시간을 투자해서 읽을 수 있는, 정말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과 함께 구글과 다른 방식의 기업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신의'를 바탕으로 해서 기업을 경영하며 '기업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도 추천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 에릭 슈미트가 직접 공개하는 구글 방식의 모든 것

에릭 슈미트 & 조너선 로젠버그 & 앨런 이글 지음, 박병화 옮김, 김영사(2014)


태그:#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구글, #에릭 슈미트, #핸드 스튜디오, #안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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