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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사고해역 방문한 유가족들이 배 넘어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오열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사고해역 방문한 유가족들이 배 넘어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오열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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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은 16일, 세월호 참사에 대해 쓴 한 편의 시가 SNS에서 가슴을 울리고 있다.

시의 제목은 '나이만 먹는 어른'이다. 시를 쓴 당사자는 여수 MBC에서 국장으로 퇴직한 오병종(56세)씨다. 그는 작년 회사에서 퇴직 후 현재 리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아이들은 바다에 가라앉는데, 선장은 탈출해 살아있는 모습이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그는 선장이 탈출한 것은 어른이 탈출한 것이라며 허탈하고 분노하는 마음을 시에 담았다. 시는 아래와 같다.  

나이만 먹는 어른
                           오   병   종                     

나보다 키 큰 교복 입은 중학생이
나이 든 어른이라고 출근길 나에게 인사를 한다

난간을 부여잡느라 손가락이 골절되고
어깻쭉지 인대가 다 늘어나도록 잡다가 잡다가
암흑천지 바닷물에 그대로 가라앉은
중학생들이 친구인 교복 입은 아이가 인사를 한다

친구들은 나이 먹은 어른들이 했던 말만 믿었다
그대로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한 어른들에게
유치원 가는 남매도 인사를 한다
나이 먹은 어른이라고 인사를 한다

경사진 객실 바닥 손잡을 곳이 없어
손톱이 빠지도록 쥐어뜯어 생명줄 찾으려고
방 가득 찬 바닷물을 선홍색 피로 물들이면서
고함과 외마디를 외치다 외치다

맹골수도에 잠들어버린 저 아이 오빠들은
나이 든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만 했다

아이들이 저마다 어른들에게 인사를 한다  
비상구를 향해 안간힘을 쓰며 허우적거리고
선실 바닥 어디 구멍을 찾아보려고 
다시 또 다시, 수도 없이 잠수를 해보지만

해도 해도 안 되는 꿈에, 꿈에 그랬다  
이건 꿈이다! 꿈일 것이다!
밑에선 물이 차오르고 위에선 선체가 몸으로 밀려오고
라이프 자켓에 띄워져 머리가 짓이겨질 것 같다

엄마를 부르짖다 폐에 물이 가득 고이고
아프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아! 꿈이 아니구나
이젠 숨을 쉴 수가 없구나

나이 먹은 어른이라고 아이들이 내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어렸을 때부터 시를 좋아했다는 그는 "오늘 세월호 1주년을 맞아 SNS에 올린 후 지인들에게 보냈더니 그 사람들이 카피해 나르면서 알려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어떻게 시를 쓰게 되었느냐는 물음에 그는 "출근길에 아파트에서 아이들이 평소처럼 인사를 해 인사 받는데 미안해 죽겠더라"면서 "아이들은 나이 먹었다고 존경의 마음에서 무조건 인사를 하는데 과연 어른이라고 인사를 받을 수 있는가, 어른인 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았는데 아직도 세월호 희생자 부모들이 삭발까지 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 시민들이 함께 힘을 나눠 세월호가 조속히 인양되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세월호, #세월호 참사1주기,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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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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