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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박물관의 외관
 타이타닉 박물관의 외관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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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1997년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한 영화 <타이타닉>이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실화와 허구를 적절히 섞어 당대 최고의 영화를 만들었고, <타이타닉>은 2009년 <아바타>가 나오기 전까지 북미 흥행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사실 그때는 영화 이면의 이야기는 잘 몰랐다. 그저 만인의 연인이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보기 위해 <타이타닉> 영화를 봤다. 영화에 대한 기억은 셀린 디옹이 부른 사운드트랙, 레오나르도와 케이트의 뱃머리 씬, 마지막 배가 침몰할 때 끝까지 연주를 했던 바이올리니스트들, 두 손을 꼭 잡은 채 침대에서 죽음을 맞이한 노부부 등 전체적인 줄거리 보단 순간적인 장면이 대부분이다.
 
15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나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나라인 아일랜드에 살고 있다. 그리고 타이타닉 배를 직접 제조한 장소에 와 있고, 그 배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박물관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또한 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놓은 영화로 <타이타닉>을 기억하고 있던 내가, 타이타닉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그 동안 알지 못했던 더 중요한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누가 배를 설계했고, 배의 규모가 어떻게 되었으며, 배가 어떻게 제조되었고, 타이타닉 배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특히 아일랜드 사람들)이 타고 있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등.

영화에서도 3등실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아일랜드 사람들의 장면이 잠깐 소개된다. 타이타닉호를 타고 미국으로 떠나야만 했던 아일랜드 사람들의 삶의 애환, 그들에게 희망의 상징이었던 타이타닉호가 어떤 비극으로 남아 오늘날까지 아일랜드 국민들 의식 속에 아픈 추억으로 남아있는지는 아일랜드에 살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타이타닉 박물관의 외관 모습.
 타이타닉 박물관의 외관 모습.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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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은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3년 이상의 공사기간을 거쳐 2012년 3월에 타이타닉 박물관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실제 타이타닉이 만들어졌던 터 바로 옆, 부둣가에 세워졌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건물의 외관.

멀리서 보면 작은 깃털이 촘촘하게 박혀있는 것처럼 보이는 박물관은 배의 뱃머리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설계되었다. 건물은 전체 유리로 된 중앙부위와 4방향으로 뻗은 알루미늄 외장부위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 파사드의 대부분은 3000개 이상의 개별 알루미늄으로 조각되어 있는데 중앙의 전체 유리는 크리스탈로 표현되어 얼음 (빙산)을 뜻하였고 뱃머리 모양의 알루미늄 판넬들은 파도를 뜻한다고 한다.

박물관 내부. 1층과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박물관 내부. 1층과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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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제조 과정부터 생존자들의 이야기까지

총 6층으로 이루어진 박물관 안에는 다양한 전시장이 갖춰져 있다. 전시장은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배에 탄 사람들의 이름 같은 수많은 이름들이 1층과 2층을 이어주는 에스컬레이터 옆 벽에 프린트되어 있었다. 

전시장은 당시의 벨파스트의 산업, 경제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배가 제조되는 과정, 설계한 사람들, 배의 내부, 출항 후의 배 안에서의 사람들의 생활, 빙산에 부딪힌 후의 상황들, 생존자들의 이야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자연스럽게 순서를 알 수 있도록 동선을 유도해 놓았다.

박물관은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었는데 배를 주조하는 '심야드(The Shipyard)' 전시장에는 사람이 직접 탈 수 있는 리프트 형식의 자동차가 있었다. 줄을 서서 자동차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배의 주조과정을 볼 수 있다. 내부가 아주 어둡고 실제 배가 제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그대로 노출시켜놓아 그 당시 배를 만드는 환경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배를 제조하는 주조실 전시장의 모습. 내부가 아주 어둡고 시끄러웠다.
 배를 제조하는 주조실 전시장의 모습. 내부가 아주 어둡고 시끄러웠다.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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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피트아웃(The Fit-Out) 전시실. 벽 한 면 가득히 270° 전면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영상은 타이타닉호의 엔진실에서부터 지상의 다이닝룸, 연회장소, 1,2,3 등 선실 등 지하에서 지상까지의 모습을 3D로 보여준다. 가만히 서서 영상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실제 배 안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타이타닉> 영화에서 마지막에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승객들을 위해 끝까지 바이올린 연주를 한 연주자들을 기억할 것이다. 영화에서도 가장 감동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이 장면의 연주자들은 실제 생존 인물들이었다. 그들에 대한 기록 및 사진도 전시실 한 켠에 전시되어 있었다.

타이타닉호에 타고 있었던 바이올리니스트들
 타이타닉호에 타고 있었던 바이올리니스트들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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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이란 영화를 통해 실제 타이타닉호를 알게 되었지만 영화 덕분에 실제 사건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박물관도 진지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영화를 통해서, 박물관을 통해서 과거의 슬픈 기억을 기념하는 것.

100년 전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향했던 아일랜드 사람들의 민낯을 만날 수 있었던 곳. 슬픈 역사이지만 반드시 기념하고 기록해야 하는 것이 남아 있는 자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그래서 타이타닉 박물관은 그 어느 곳보다 특별하고 가치 있던 곳이었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덧붙이는 글 | 타이타닉 박물관 정보

* 공식 명칭: 타이타닉 벨파스트(Titanic Belfast)

* 홈페이지: http://www.titanicbelfast.com/Home

* 주소: Titanic Belfast, 1 Olympic Way, Belfast, County Antrim BT3 9EP, United Kingdom

* 운영 시간: 매 달마다 폐장시간이 다름.

1-3월 10am - 5pm /4-5월 9am - 6pm/6,7,8월 9am - 7pm/ 9월 9am - 6pm/10-12월 10am - 5pm

* 입장료: 성인 15.5파운드, 학생 및 노인(60세 이상) 11파운드, 어린이(5~16세) 7.25파운드, 만 5세 이하 무료

(온라인 예매시 5퍼센트 할인)



태그:#타이타닉호, #타이타닉, #타이타닉박물관, #타이타닉벨파스트, #북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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