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윤한영 사진팀장 ①에서 이어집니다.

광명동굴 사진을 찍으면서 자칫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도 있었다.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심이 앞선 탓이었다고 윤 팀장은 말한다. <동굴 예술의 전당> 개관식을 하는 날이었다.

윤한영 팀장
 윤한영 팀장
ⓒ 김수한

관련사진보기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그는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공개된 공간 외에도 공개되지 않은 공간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가 간 곳은 경사가 무척이나 심했다. 그는 겁도 없이 기다시피 바위 위로 올라가서 동굴 안을 조망하는 사진을 찍었다. 한때 광산이었던 동굴은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다양한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어둡고 습한 기운이 그를 감싸 안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사진 촬영을 마친 그는 아래로 내려가려다가 깜짝 놀랐다. 그가 발을 딛고 선 곳 바로 아래가 낭떠러지처럼 경사가 급한 데다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내려가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여기에 올라왔지? 그는 순간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단다.

게다가 바닥은 왜 그리 미끄러운지. 운동화를 신은 발이 자꾸 미끄러졌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그대로 미끄러져 추락할 것만 같았다. 어쩐다? 그는 신발을 벗었다. 카메라 플래시를 순간 발광시켜 조명으로 사용하면서 천천히 내려왔다.

"죽는 줄 알았어요. 다리가 어찌나 후들거리면서 떨리든지."

그는 광명동굴 사진 가운데 이때 찍은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단다. 고생한 보람이 있는 만큼 애착이 가는 사진이다. 그 사진은 지금도 광명시 곳곳에 걸려 있고, 몇몇 언론사에서는 보도사진으로 활용했다. 그 사진을 볼 때마다 사진촬영을 하던 순간이 떠오르는 건 덤이다. 그는 그 사진을 찍던 그 순간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한영 팀장
 윤한영 팀장
ⓒ 김수한

관련사진보기


그는 광명동굴 유료전환 재개장을 하루 앞둔 2015년 4월 3일, 광명동굴을 찾았다. 홍보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2014년 12월, 광명동굴이 재개장 공사에 들어간 이후 처음이었다. 그날, 그는 변화된 동굴 내부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이전에 그가 기억하던 동굴이 아니었던 것이다.

윤 팀장은 동굴 내부를 샅샅이 훑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가 찍은 사진은 광명동굴의 역사로 기록에 남을 것이다. 그가 찍은 사진들을 보면 그가 광명시에, 광명동굴에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지 숨김없이 드러난다. 그건 결국 그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지난 9월, 프랑스에서 진땀 빼는 일을 겪었다. 양기대 시장은 9월 17일, 2016년에 열릴 예정인 '라스코 동굴벽화 국제순회 광명동굴전'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프랑스를 방문했다. 그때 윤 팀장이 동행했다. 계약체결 현장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의 일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9월 18일이었다. 양 시장은 프랑스 파리 샤이오 국립극장에서 열린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공식 개막식과 공식 리셉션에 초청을 받았다. 윤 팀장은 그 현장 사진을 찍게 되었다.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정보통신장관과 양기대 광명시장. 윤한영 팀장이 찍었다.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정보통신장관과 양기대 광명시장. 윤한영 팀장이 찍었다.
ⓒ 윤한영

관련사진보기


그가 찍은 사진에는 양 시장이 프랑스 정부 주요인사들에게 광명시와 광명동굴을 홍보하는 모습이 오롯이 담겼다. 하지만 그날, 윤 팀장은 식은땀을 줄줄 흘려야 했다. 중요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카메라 세팅을 바꾸지 않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1초에 15장 정도 찍히게 카메라를 세팅해야 하는데 1장 정도 찍히는 상태로 세팅을 한 것을 바꾸지 않은 거였어요. 시장님이 황교안 국무총리와 만나는 현장 사진을 찍는데, 고작 5장밖에 못 찍었어요. 그 가운데 딱 한 장을 건졌고요."

그래도 다행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를 긴장하게 만든 사건은 그 뒤에 일어났다. 양 시장이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정보통신장관과 함께 있는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그걸 놓친 것이다. 그가 놓친 이유는 단순했다. 누가 펠르랭 장관인지 몰랐다. 양 시장이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젊고 우아한 동양여성이 펠르랭 장관이라는 사실을 윤 팀장은 몰랐지만, 양 시장은 윤 팀장이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장님이 그러시는 거예요. 자네는 가장 중요한 걸 놓치나. 놓치고 싶어서 놓친 건 아닌데, 상황을 잘 몰랐던 거죠. 그때부터 식은땀이 줄줄줄 흐르더라구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장님과 장관님이 만나는 사진을 찍어야겠는데 기회가 오지 않는 거였어요."

사진을 찍을 기회를 다시 만든 사람은 양 시장이었다. 와인잔을 들고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는 사진은 윤 팀장이 속을 태우면서 찍은 사진이다.

지금은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니 낫지만, 그가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한 1993년만 해도 필름카메라였다. 그 때는 사진을 찍은 뒤 현상을 하고 인화를 할 때까지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봐 전전긍긍하던 일이 많았다.

실제로 사진이 한 장도 나오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나. 디지털 카메라는 즉석에서 사진을 확인할 수 있으니 이제는 그런 일로 마음 졸일 일은 없지만, 그래도 사진을 찍는 건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그는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이 남다르다. 그래서 때때로 위험을 무릅쓰기도 한다.

프랑스 라스코동굴 입구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나무에 올라간 윤한영 팀장
 프랑스 라스코동굴 입구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나무에 올라간 윤한영 팀장
ⓒ 조원덕

관련사진보기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남들보다 어려운 환경과 조건에서 해야 가능해요.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똑같은 사진밖에 나올 수 없거든요. 남들보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더 높이 올라가야 하고, 더 위험한 곳에 가야 하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그냥 평범한 사진밖에 나오지 않아요. 내가 조금 위험하더라도 현장감을 가지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지난 23년 동안 사진에 미쳐 있었던 그가 가장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건 역시 아이들이다. 그는 두 아이의 아버지다. 큰 아이가 올해 13살인데, 아이를 볼 때마다 미안하단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휴일에 카메라를 들고 일하러 나오기 때문이다. 어린이날, 어린 아이들을 놔두고 어린이날 행사 사진을 찍으러 출근하던 그였다.

"집사람이 지금도 그래요. 당신은 직장에서 인정받을지 몰라도 애들한테는 결코 좋은 아빠가 아니라고. 앞으로는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더 내보려고 하는데, 그렇게 될지 모르겠어요."

광명동굴 개발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해온 윤 팀장은 광명동굴을 주제로 한 사진전을 기획하고 있다. 2016년에 열릴 예정인 <광명동굴 사진전>에는 그가 지금까지 찍은 2만여 장의 광명동굴 사진 가운데 엑기스만 뽑아서 전시할 예정이다. 그 작업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찍은 사진을 한 번씩만 보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그런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사진은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공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윤한영, #광명동굴, #양기대, #광명시, #라스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