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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아담해 친근하게 느껴지는 장수천길.
 작고 아담해 친근하게 느껴지는 장수천길.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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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다 싱싱하고 맛난 해산물들과 다양한 먹거리, 이채로운 포구 풍경으로 수도권에서 유명한 명소 소래포구(인천광역시 남동구 논현동). 수인선 기차가 부활하면서 소래포구역이 생기게 되었고 더욱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수인선(수원~안산~시흥~인천) 기차는 1937년 개통되었으나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1995년 12월 31일을 끝으로 역사의 뒤 안으로 사라졌다. 그러다 2012년 여름, 쾌적한 복선 전철로 부활했다.

소래포구역이 생기면서 예전과 달리 접근성이 좋아지자, 자전거를 타고 온 여행자들이 많아졌다. 요즘 같은 봄날 햇살을 즐기며 여유롭게 자전거 산책을 할 수 있는 코스가 있다. 소래포구역 ~ 소래습지생태공원 ~ 장수천 ~ 인천대공원까지의 자전거 길이다. 장수천(長壽川)은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소담한 하천이다.

이 소박한 하천 길은 자전거 라이딩 코스보다는 자전거 하이킹이 더 어울린다. 장수천의 상류에 있는 인천대공원은 인천시에서 가장 큰 공원이자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곳이다. 편도 약 15km의 거리라 원점 회귀 코스로 다녀와도 부담이 없다. 특히 습지, 갯벌, 하천가를 모두 지나는 이채로운 길이어서 더욱 좋다.

수인선 간이역 소래역이 있던 자리에 생겨난 소래 역사관.
 수인선 간이역 소래역이 있던 자리에 생겨난 소래 역사관.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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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선 꼬마열차가 서 있는 소래 역사관

소래포구역에 내리면 멀끔한 전철역, 주변의 고층 아파트와 빌딩 등 신도시 분위기와 판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각설이 분장을 하고 쇠 가위로 소리를 내며 울릉도 엿, 먹거리를 파는 상인들이 관광객을 유혹한다. 포구 쪽으로 갈수록 질펀한 장터 분위기는 더해진다. 사람들이 모여 쉬고 먹고 있는 작은 광장에 웬 증기기관차가 서 있다. 과거 수인선 협궤열차를 끌고 다녔다는 기관차로 그 앞에 소래포구와 수인선 열차의 역사가 담겨 있는 '소래역사관'이 있다.

과거 수인선 소래역이 있었던 소래역사관(입장료 500원, 매주 월요일 휴관). 입구에 간이역이었던 수인선 소래역 대합실이 생생하게 재현되어 있었다. 인천과 시흥을 이어주는 작은 나루터였던 소래포구 주변의 옛 사진과 역사를 짚어 볼 수 있다.

미니어처로 만든 소금창고와 어시장도 흥미로웠다. 일제 강점기 때 염전이 있었던 소래생태습지공원에서 나오는 소금을 실어 나르기 위해 수원과 인천을 오가는 협궤열차가 실물로 복원되어 있어 들어가 앉아 보기도 했다.

옛 생각이 나는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꼬마 열차 안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처음 타 본 협궤열차는 정말 좁았다. 기차가 덜컹거릴 때면 맞은편 승객과 무릎이 닿기도 하고 그래서 처음 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대화의 공간이 되기도 하겠구나 싶었다.

1937년에 개통되어 1995년 12월 31일 폐선될 때까지 수원과 인천을 오가는 서민들의 애환과 연인들의 추억을 안고 달렸던 협궤열차는 궤간이 일반 열차의 반이라 '꼬마열차'라 불렀다더니 정말 작고 아담했다. 보통 철도의 궤간 표준이 1.435m인데 반해 수인선 협궤열차는 절반밖에 안 되는 0.762m의 선로를 달렸다.      

소래 역사관에 있는 수인선 협궤열차 모형.
 소래 역사관에 있는 수인선 협궤열차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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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좋은 날 소래습지생태공원에 가면 소금을 채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햇볕 좋은 날 소래습지생태공원에 가면 소금을 채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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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 가까이에 있는 과거 큰 염전이 있었던 소래습지생태공원도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총 넓이 약 350만 ㎡에 이르는 드넓은 공원은 산책은 물론 자전거로 한 바퀴 돌아보기도 좋다.

도보로 3~4시간은 들여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크다. 바다를 앞에 두고 질퍽한 갯벌로 변한 장수천과 염전, 소금창고를 바라보며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기분이 색달랐다. 이곳에서 부는 바람엔 왠지 짭조름한 내음이 들어있는 것 같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이곳에 염전을 만든 후 96년까지 소금을 만들었단다. 1970년대에는 전국 최대 천일염 생산지로 이름을 날렸다고. 너른 초원 같은 염전의 규모로 보아 과장이 아니지 싶었다. 전시, 홍보용으로 염전과 소금창고들을 옛 모습 그대로 두었다. 소금밭 옆으로 난 길을 산책하는 기분이 무척이나 색다르다.

푹시한 흙길 느낌이 좋은 소래습지생태공원 둘레길.
 푹시한 흙길 느낌이 좋은 소래습지생태공원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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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로운 염전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채로운 염전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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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 너머로 하루에 두 번씩 바닷물이 들어와 갯벌을 이루는 풍경이 이색적이어서 많은 사진가들이 찾는 출사지기도 하다. 현재는 갯벌과 갯골, 염전과 전시관 그리고 다양한 생물이 살아 움직이는 습지로 복원시켜 공원으로 조성해 놓았다. 바람에 살랑대는 갈대숲길, 장난감처럼 예쁘게 돌고 있는 풍차, 포장하지 않은 푹신한 흙길로 된 공원 둘레길… 어느 때보다 이맘때의 봄날에 가장 좋은 공원이 아닐까 싶다.

매일 오후 두세 시 경엔 염전에서 염부들이 나무 밀대로 염장에 고인 소금을 모으는 보기 드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단, 햇살이 쨍쨍해야 작업을 한단다. 흐린 날이나 비가 온 날은 소금이 잘 생기지 않는다니, 소금은 바다와 햇살 그리고 인간의 땀이 만든 합작품이 맞나보다. 그늘 한 점 없는 염전 위 뜨거운 햇살을 쬐며 오랜 노동 끝에 채취하다보니 소금을 일컬어 '작은 금'이라 부를 만하구나 싶었다.

바다가 가까워지자 질펀한 물길로 변한 장수천.
 바다가 가까워지자 질펀한 물길로 변한 장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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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해주는 집 밥, 호구포식당

느지막이 일어나 외출을 하느라 못 챙긴 아점(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미리 점찍은 식당으로 갔다. 온갖 맛집과 식당이 자리하고 있는 소래포구에 숲속 음지의 작은 버섯처럼 숨은 듯 자리하고 있는 식당이 있다.

오랜 단골들과 식당을 가본 블로거들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 맛있는 '노포(늙을老, 가게 鋪)'로 알려지게 된 '호구포식당(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111)'. 상호에서 짐작할 수 있듯 소래포구 윗동네인 호구포에 처음 식당을 개업했다. 1968년에 식당 문을 열었다니 무려 47년째. 소래포구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와 상가들을 뒤로 한 채 당장 재개발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낡은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서너 개의 식탁이 있는 작은 식당에 어울리게 메뉴는 딱 3가지다. 소머리국밥, 육개장, 백반. 많은 노포식당 주인처럼 처음엔 무뚝뚝해 보이지만, 양이 부족해 보이는 손님에게 밥과 찬을 더 갖다 주며 손님들을 살뜰히 챙겨주는 주인장인 칠순 할머니(안옥순氏)의 자상함이 있는 식당이다. 오랠 고(古)자 '고포'가 아닌 사람처럼 늙을 '老'자를 쓰는 노포에 잘 어울리는 곳이다. 47년이나 됐지만 간판에 요즘 유행하는 'since 19XX'같은 문구도 없다.

반세기 노포식당에서 할머니가 지어준 백반을 먹었다.
 반세기 노포식당에서 할머니가 지어준 백반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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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머리국밥을 먹을 양으로 찾아갔지만, 왠지 집 밥이 그리워 5천 원짜리 백반을 주문해 먹었다. 함께 밥을 먹었던 단골손님들은 이 집이 더 유명해지길 바라지 않는단다. 작은 식당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오면 줄을 서서 먹어야 하고 무엇보다 나이든 할머니가 몸져누울까 걱정된다나. 주인과 손님과의 관계가 정답고 수평적인 것도 호구포식당의 큰 미덕이다. 주인 할머니 또한 방송국에서 TV출연 요청이 와도 거절한단다. 현재로 만족하고 더 많은 손님들을 바라지 않는다고 하신다. 노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각종 매체에서 유명 쉐프들이 나와 음식 솜씨를 선보이지만, 진짜 요리사는 할머니들이 아닌가 싶다. 할머니는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좋아하던 맛을 그대로 유지한다. 더 잘하려고 하지 않는다. 쉽고 단순하지만 맛있는 요리를 할 줄 아는 분들이 바로 할머니다. 나처럼 자전거를 타고 간 손님에게 배고프겠다며 밥과 찬을 더 권하는 넉넉함과 세심함 또한 오랜 경륜을 지닌 할머니만의 미덕이지 싶다.

물고기들이 떼로 노니는 장수천.
 물고기들이 떼로 노니는 장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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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농촌 풍경이 남아있는 장수천 

장수천은 인천광역시 남동구 장수동에서 소래포구를 통해 바다로 흘러드는 유역면적 16㎢, 길이 6.9km인 지방2급 하천이다. 장수천 옆으로 난 길은 하천을 닮아 소담했다. 찻길처럼 만든 강가의 자전거 길과 달리 수인선 협궤열차마냥 작고 좁았다.

화려한 색상의 쫄쫄이 복장을 하고 싸이클을 타고 온 아저씨들도 살살 달릴 수밖에. 속도에 집착하지 않으니 시선은 저절로 땅 위에 피어난 들꽃들, 가로수 나무가 드리운 꽃과 주변 풍경에 쏠렸다. '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다'는 명언에 잘 어울리는 천변길이다.

인공적인 치장이 덜한 장수천, 주민들의 삶 옆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시냇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맑은 물속으로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유영하고 있었다. 낚시를 금지해 사람들이 잡지 않는다는 걸 아는지 주민들이 가까이 가도 여유롭다.

장수천 산책로와 자전거길, 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다.
 장수천 산책로와 자전거길, 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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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농촌풍경이 있는 장수천길.
 풋풋한 농촌풍경이 있는 장수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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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천 또한 대부분의 다른 하천들처럼 산업화, 경제개발시대를 겪으면서 수질오염이 심각했다. 이에 수년 전부터 인천시는 장수천을 살리기 위해  자연형 하천 공사를 하고 있다. 아파트와 비닐 하우스가 있는 텃밭이 공존하는 동네를 지날 땐 페달을 밟는 속도가 더욱 느려졌다. 텃밭에서 기른 봄나물과 채소들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쓴 손글씨가 정겨웠다. 장수천은 어느 아파트촌 산책로를 지나기도 하는데 여기 사는 동네주민들은 집 바로 앞에 이런 살가운 개천이 있어 참 좋겠다.

장수천의 시원에 가까운 인천 대공원(인천광역시 남동구 장수동 산164)은 인천시에서 가장 큰 공원답게 작은 섬이 떠있는 호수, 등산로, 야영장까지 품은 넓디 넓은 공원이다. 공원이 처음에 생겼을 당시엔 입장료를 받았단다.

많은 시민들이 나와 자전거외에 다양한 탈것을 타고 봄날을 만끽하고 있었다. 공원의 규모가 커서인지 순찰 경찰들이 말을 타고 다니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낼 일이 별로 없는 경찰이지만 이채로운 말 덕분에 시민들과 함께 사진도 찍으며 친근해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시민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인천대공원 기마경찰.
 시민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인천대공원 기마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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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절정을 만끽하고 있는 인천시민들.
 봄날의 절정을 만끽하고 있는 인천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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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공원은 뒤로 펼쳐진 산의 모습이 재미있다. 공원은 관모산(162m) 일대에 걸쳐 있으며 소래산 줄기의 상아산과 거마산을 끼고 있다. 관모산은 산의 모습이 관(冠)과 같아서, 거마산은 말이 서 있는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공원 주변이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 도심 속에서 메타쉐쿼이어 나무 숲, 산, 호수, 농촌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캠핑장, 식물원, 장미원, 어린이동물원, 자연생태원, 야외 음악당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가로수로 심어놓은 벚나무가 많아 이즈음 봄날엔 벚꽃축제도 열린다.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은 다 졌지만, 인천대공원의 벚꽃은 부는 바람에 꽃잎 융단을 거리에 드리우며 절정을 맞고 있었다. 나들이 나온 인천시민들의 머리 위에도 예쁜 꽃잎이 사뿐히 떨어져 내렸다. 봄날의 꽃이 아름다운 것은 짧은 봄처럼 곧 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겨울에도 피어 있고 영원히 지지 않는다면 꽃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우리의 짧은 청춘이 안타깝도록 아름다운 것처럼. 이곳에서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다시 돌아가도 되고, 10분 거리에 수도권 1호선 전철 송내역이 있다.

* 주요 자전거 여행길 : 소래포구역 - 소래역사관 - 소래습지생태공원 - 장수천 - 인천대공원

덧붙이는 글 | 지난 4월 13일에 다녀 왔습니다.



태그:#자전거여행, #소래습지생태공원, #장수천, #호구포식당, #인천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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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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