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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등에 따르면 특별수사본부는 최순실씨가 딸 정유라씨와 독일에 설립한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의 삼성 측 자금이 넘어간 흔적을 발견했다. 삼성그룹이 최씨가 독일에 세운 회사에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보낸 정황이 발견됐으나 대한승마협회는 "우리가 알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해 경기를 펼치는 정유라 씨의 모습
▲ 승마장의 정유라 검찰 등에 따르면 특별수사본부는 최순실씨가 딸 정유라씨와 독일에 설립한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의 삼성 측 자금이 넘어간 흔적을 발견했다. 삼성그룹이 최씨가 독일에 세운 회사에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보낸 정황이 발견됐으나 대한승마협회는 "우리가 알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해 경기를 펼치는 정유라 씨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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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부터 '대한민국'을 통째로 흔들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역설적이게도 어떤 가족에게는 가족 간 애정을 확인하고 결속을 다지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대 특혜 입학 등 사태가 알려지기 시작한 초반 최순실의 기행은 대부분 극성스런 치맛바람으로 회자되었다.

최순실의 몰상식한 행태를 보면서 내가 학부모로서 든 느낌은 분노와 허탈만큼 딸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내가 너무 딸에게 소홀한 엄마였다는 자각 때문이다. 그런 한편으로 위안도 됐다. 내가 다른 엄마들처럼 자식 교육에 온통 헌신하고 적극적이었던 경험을 갖고 이 소식을 접했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화가 치밀었을까. 나는 딸 교육문제에 무관심하고 소극적이었으니 다른 부모들보단 덜 억울하다, 그렇게라도 위로 지점을 찾고 싶었다. 그만큼 최순실이 학부모들에게 안겨준 분노와 박탈감은 큰 것이다.

내 딸은 정유라 만큼이나 학교 가기를 싫어하는 학생이었다. 딱히 공부에 흥미가 없는 자신 같은 사람이 일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위한 면학분위기 조성에 들러리로 동원되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율학습은 인문계 고교의 거의 일방적인 방침이었다. 예체능 특기생도 아니고 뚜렷한 스펙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자율학습을 빠질 명분이 없었다. 학교가 싫은 딸은 딱딱한 의자에 앉아 밤 열시까지 자율학습 하는 고통을 날마다 하소연 하곤 했다. 지금은 학업을 위해 집을 떠나 객지에 있는 딸의 학창시절 모습이 떠올라 이런 내 마음을 담아 문자를 보냈다.  

"ㅇㅇ야. 옛날 생각하니 엄마가 ㅇㅇ한테 괜히 미안하다. 너 고등학교 다닐 때 자율학습 싫다고 그렇게 힘들어 했는데. 엄마가 도움이 못됐어."

엄마의 뜬금없는 문자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이 답장을 했다.

"ㅋㅋㅋㅋ. 엄마 최순실 때문에 그러지?ㅋㅋㅋ"

"응. 정유라는 엄마 잘 둬서 얼마나 좋냐. 학교도 제 맘대로 빼먹고 스펙도 엄마가 만들어 줘, 대학도 척 넣어주고 말이야."

"엄마도 나 학교 많이 빼줬잖아. 내가 학교 빠지고 싶다고 하면 담임선생님한테 전화 해주고. 난 지금 그 생각하면 엄마한테 미안해 ㅋ. 다른 엄마들은 고3이 조퇴만 해도 난린데 우리 엄마는 한나절이라도 더 빼주려고 선생님한테 만날 핑계 대느라 진땀 빼고. 그런 엄마는, 엄마 밖에 없었어. ㅋㅋㅋ."

"나중에는 성가셔서 네가 담임한테 직접 말해서 결석을 하든지 조퇴를 하든지 하라고 미뤄버렸잖아. 사실, 그때 엄마는 담임선생님한테 매번 그런 전화 전화하는 게 피곤했거든. 너는 끄떡하면 담임선생님한테 조퇴하게 전화 좀 해 달라 졸라대는데 엄마는 더 이상 둘러댈 핑계가 없어서 난감했어. 엄마는 하여튼 정성이 부족해 그치? 정유라 엄마는 정유라가 수업 빼먹어도 알아서 수업일수 해결해 줬다는데."

"노노! 아냐, 엄마. 난 엄마가 좋아요. 엄마는 교육청 나이스 사이트도 내가 싫다니까 절대 로그인 안 했잖아요. ㅋㅋㅋㅋ 다른 친구들은 나이스 때문에 몰래 지각, 조퇴한 거랑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엄마들한테 들통 나서 혼나고 그러는데, 난 편했어. 엄마가 나이스 절대 안 들여다보니까. 성적표도 내가 안 보여 주면 강제로 안 보고. 엄마. 그거 생각 나? 내가 성적표 다 가리고 엄마한테 학부모 확인란에 도장만 찍으라고 하면 엄마가 도장 찍어 줬던 것. 그런 장면 떠오르니 갑자기 엄마 아빠 보고 싶어."

"흠. 딸의 급 착한 모드는, 또 용돈 올려달라는 계략? 아무리 그래봤자 졸업 때까지 용돈 동결이야."

"최순실 같은 엄마였으면 나도 진즉 문제아 됐을 거야. 그런 엄마는 최악이야. 그래서 저 요즘 공부 엄청 열심히 하는 거 모르죠? ㅎㅎ. 고 3때도 안했던 공부를 대학 와서는 밥 먹는 시간만 제하고 한다니까요. 엄마 아빠가 나를 여태까지 믿고 스스로 하라고 맡겨놨는데 내가 대학 와서도 공부 안 하고 사회 낙오자 되면 엄마 아빠는 자신들 탓이라고 괴로워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내가 엄마 아빠 생각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했어."    

술 문화와 가정 밤 풍경 바꿔놓은 '최순실 게이트'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된 최순실씨가 4일 오전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서울중앙지검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 검찰 조사실로 향하는 최순실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된 최순실씨가 4일 오전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서울중앙지검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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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나를 이해해준대도 내가 과거 무책임한 부모였다는 자책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얼마나 무심한 엄마였는가 하면 한 번은 딸이 고 3이었을 때 학부모 상담이 있으니 나더러 다음날 학교엘 와야 한다고 했다.

"엄마 학교 오는 거 싫어하는 줄 아는데 내일은 그래도 와야 해. 입시제도가 너무 복잡하게 바뀌어서 부모님들도 설명회를 들어야한대. 다른 엄마들은 자기들이 더 잘 알아서 질문도하고 그럴 테지만 엄만 아마 들어도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를 거예요. 그니까 그냥 앉아서 시간만 때우다 오세요. 엄마, 대신 복장은 좀 신경 써서 예쁘게 입고 와. 알겠지?"

딸의 부탁 대로 나는 다음날 학교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고 3 학부모라면 한 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딸이 신신당부했던 대로 '세련되면서도 우아하고 화사하면서도 은은하고 개성 있으면서도 고상하고 심플하면서도 독특하고 유행을 앞서가면서도 틔지 않는' 옷을 고르느라 옷장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무렵 학교에서 딸이 급히 전화를 했다.

"참, 엄마. 나, '이과'인 건 알고 있지?"
"아, 딸. 너무하네. 엄마를 뭐로 보고. 영어 단어 외우기 싫다고 이과 갔잖아. 반은, 7반이고."

아이는 엄마가 자신이 이과 계열인 줄도 모르고 혹시 문과 교실 쪽에서 헤맬까봐 걱정이 돼서 전화를 했던 것이었다. 아이에게 나는 그만큼 미덥지 못한 엄마였다.

그랬던 엄마의 과실을 아이가 무관심과 방심으로 기억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딸과 그런 문자가 오고간 다음날, 가족밴드 사이트에는 언니가 올린 쓴 글이 한편 올라와 있었다. 조카가 제 엄마에게 보낸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언니가 캡처해서 올린 것이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딸이 내게 토로했던 심정과 조카의 글이 너무 흡사했다. 밑에 달린 언니의, 이 문자가 오게 된 경위를 설명한 글을 보면 나와 딸 사이에 오갔던 대화가 언니와 조카 사이에도 비슷하게 오고 갔음을 알 수 있었다.

언니도 최순실 때문에 자극을 받아 멀리 프랑스에 유학중인 아들에게 자조 섞인 문자로 푸념을 했던 모양이었다. 그러자 조카는 국내뉴스를 자세히 검색해 보고 나선 고국의 상황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한편 제 엄마에게 이런 장문의 편지를 써 보냈다고 한다.

편지에서 조카는 '자신은 반듯한 가정에서 나고 자란 것에 많은 고마움, 자부심을 느낀다. 멀리 타국에서 혼자 지내다보니 그동안 당연시 여겼던 부모님의 삶이 얼마나 존경스럽고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다. 엄마 아빠 생각하며 열심히 노력해서 만족스런 학업 성취로 보답할 것이다'라는 내용이 구구절절 담겨 있었다. 내성적이고 감정표현에 서툰 녀석인데, 최순실 사태가 부모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 멀리 타국에서 풍파를 견디며 유학중인 조카와 내 딸 모두 정유라와 같은 나이이다.

"최순실이가 여럿 철들게 한다. ㅇㅇ이 녀석, 최순실 같은 부모 밑에 자라지 않아 너무 다행이래.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친다나. ㅋㅋ"

최순실 사태는 아이들만 철들게 하는 것이 아니다. 집집마다 남편들의 귀가도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술자리가 아무리 즐거워도 요즘엔 뉴스 시청하는 즐거움에 미치지 못한다. 단 하루라도 뉴스를 놓치면 사람들과의 대화를 따라갈 수가 없다. 그만큼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텔레비전 채널은 특종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다. 남편의 귀가가 더욱 빨라지고 규칙적으로 변했다. 회식이나 모임이 있는 날도 여덟시를 넘지 않는다. 더 있으려고 해도 사람들이 모두 여덟시가 되기 전에 뉴스를 봐야 한다며 일어서는 바람에 자리가 일찍 파한다고 한다. 최순실 사태는 남자들의 술 문화와 가정의 밤풍경을 건전하게 바뀌어 놓았다. 주변 지인들은 물론 SNS 상에도 남편들의 빠른 귀가 사례가 올라온다. 밤 여덟시. 안주를 앞에 두고 술을 마시며 JTBC 뉴스를 시청하는 것. 그것이 요즘 대한민국 국민들의 일상적인 밤 풍경이 되었다.

"8시만 되면 거리에 사람이 안 다녀요"

수많은 학생과 시민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농단을 규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 분노로 뒤덮인 광화문... "박근혜 하야하라" 수많은 학생과 시민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농단을 규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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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이 어떤 이들에겐 반갑지만은 않다고 한다. 며칠 전 저녁약속 때문에 시내에 나가는 길에 이용했던 택시 기사 아저씨는 JTBC 때문에 손님이 너무 없다고 괴로워했다.

"이 시간대면 술자리 2차, 3차 몰려다닐 시간인데 거리가 한산하잖아요. 여덟시만 되면 거리에 사람이 안 다녀요."

그러는 택시 기사님도 먹고 사는 문제만 아니라면 그 시간에 집에서 JTBC 뉴스를 시청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기사님은 뉴스를 제때 못 봐 답답하다, 오늘은 새로운 소식이 없었는지 물으셨다. 나라가 이 모양인데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러면서 자신의 속내를 거침없이 토로하셨다.

"이제라도 그것들 정체를 알았으니 끝장내야죠. 대통령이 지 발로 걸어 나올 리는 없고 국민들이 똘똘 뭉쳐서 쫓아내야죠. 근데, 검찰 하는 짓거리들 보세요. 저는, 거 굴착기 몰고 대검찰청 쳐들어가버린 사람, 그 사람이 진짜 영웅이라고 생각해요. 전라북도 순창인가, 익산인가? 거기서부터 중장비를 싣고 갔다잖아요. 얼마나 천불나면 그랬겠어요. 내가 다 속이 시원합디다. 근디, 손님은 이런 제 생각이 너무 과격하다고 생각하시오?"
"아니에요. 저도 그 기사 분 심정 이해하죠. 근데, 배상금이 너무 많이 나와 걱정되네요. 사람을 다치게 한 것도 안타깝고요."

"아! 맞네요. 사람이 다치면 안 되는데. 나중 생각해서 요령껏 박았어야 하는데. 하긴 거기까지 굴착기 몰고 간 사람이 그런 것 생각했겠소? 견적이 수월찮이 나왔을 텐데. 얼마나 물어줘야 한답디까요?"
"뉴스에 보니까. 1억 5천인가? 그렇다던데요."
"워메. 어쩔까. 그렇게나 많이? 그 돈을 어떻게 다 물어낸다요? 국민들이 성금을 모아서 도와준다거나 그런 말은 없던가요?"

예전 같으면 택시 기사가 승객을 상대로 공공연히 폭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들끓는 전 국민적 공분 탓인지, 이런 대화를 어디서나 서슴지 않고 한다.

부역했던 이들 퇴치할 때까지 '퇴진' 주문 계속될 것

지난 주말, 친구들 모임이 있어 서울에 갔을 때 나는 세상이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평범한 친구들이 불과 얼마 만에 굉장히 정치적으로 변모되어 있었다. 남녀 혼성 20여 명의 친구들이 모였는데 내가 오래 알아오던 친구들 모습이 아니었다. 남자 친구들은 그렇다 쳐도 평소 국무총리 이름조차 모르고 살만큼 정치에 무관심 했던 여자 친구들조차 지금은 자식걱정, 살림걱정과 같은 비중으로 국가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의 모습은 내 신선한 충격이었고 바람직한 현상이었다.

오래 전부터 계획된 일정이 있어 그날(5일) 저녁 광화문 광장 집회에 합류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와중에도 우리 모임은 현 시국을 개탄하고 처벌받을 사람들을 성토하고 장차 전개될 상황을 예측하느라 심각했고, 결국 정치토론장으로 변했다. 남녀 구분이 없이 친구들은 모두 각자 품은 생각을 옆 사람과 나누느라 바빴다. 그것은 그리고 여태 느끼지 못한 벅찬 감정이었다. 사태가 본격적으로 폭로되고 불과 보름여가 경과됐을 뿐인데 평범했던 친구들이 모두 뚜렷한 정치적 견해와 사명감을 지닌 투사가 되어 있었다.

스무 명에 가까운 인원이 각자 자신들이 그동안 혼자 느끼고 분노하고 생각했던 바를 마구 쏟아냈다. 그때마다 나도 친구들도 혼자만의 생각이 공통의 의견으로 공인받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런데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더니 분노와 울분은 공유하다보니 몇 갑절로 더욱 거세지는 느낌이었다. 혼자 느꼈던 분노를 친구들과 나누다 보니 더 울분이 치솟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근래 들어 이렇게 다양한 의견을 타인과 공유해본 게 얼마만인가 새삼 깨달았다. 혼자 집에서 뉴스를 검색하고 SNS를 눈팅하면서 직접 대화를 나눈 사람은 기껏해야 가족뿐이었다. 오프라인 상태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얼굴을 직접 마주하고 생각과 의견을 교환한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번 친구들 모임은 답답한 시국에 의미 있고 숨통이 트이는 자리였다. 각자 느끼는 분노와 박탈감을 토로하면서도 혼자 곱씹던 자괴감과 무기력이 많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야! 우리 중에 누구 50억 있는 사람 있을까나? 장시호가 제주도 200억짜리 매물을 급매로 50억에 내놨단다."
"강남일대에 최씨 일가 부동산이 헐값에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대. 있는 놈들은 이런 기회에 떼돈 버는 거잖아. 아이고 배야!"
"그것들 재산 싹 몰수해서 국고로 환수해야 하는데."
"검찰을 어떻게 믿어? 국민들이 얼마나 우스우면 피의자를 체포도 안 하고 증거 인멸할 시간주고 유유히 은행에서 현금까지 찾게 하냐? 우병우란 놈 팔짱끼고 검사들 앞에 서 있는 폼 봐라. 국민들이 같잖다는 표정이잖아."
"그때까지 최순실이 계좌를 동결시키지 않았다는데 빡 쳤다."
"오늘은 우리가 오래전부터 잡아놓은 일정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다음 주는 각자 기대해보자. 아까 오는 길에 우리 몇 명은 잠깐 광화문 들렀다 왔는데 열기가 어마어마하더라. 시민들이 옛날과 확실히 달라졌어. 야! 감동 그 자체였어."

친구들은 일부러 약속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때 확신했다. 평범한 시민들이었던 내 친구들이 아마 12일엔 각자 사는 도시의 가장 번화한 광장으로 달려나갈 것이라는 것을. 그날 보았던 내 친구들의 울분과 각오로 짐작건대 그들이 이미 투쟁대열의 투사가 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12일 가장 치열한 시간대에 우리가 공유하는 사이트에는 각각 서울, 광주, 제주에서 올린 친구들의 군중 속 인증샷이 쇄도할 것 같은 예감이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하야'와 '퇴진' 두 글자이다. 그들에게 부역했던 이들을 깡그리 퇴치할 때까지 '퇴진' '하야' 주문은 외치는 민중들의 함성은 계속될 것이다.


태그:#최순실, #박근혜, #정유라, #최순실_게이트, #박근혜_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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