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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인(人)은 손을 내밀고 서 있는 한 사람의 옆모습이다.
▲ 人 사람 인(人)은 손을 내밀고 서 있는 한 사람의 옆모습이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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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人太多)"라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자유로운 거주 이전을 제한하는 호구(戶口)를 두는 것도,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결국엔 중국의 인구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건데 생각해보면 일리가 없진 않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설 이후, 마오쩌둥은 "인구가 많으면 역량도 크다(人多力量大)"고 여겨 아이를 많이 낳은 어머니를 '영웅 어머니'로 칭할 만큼 다산을 장려했다. 사람이 많으면 한신 같은 지혜롭고 용맹한 인재도 나오고(人多出韓信), 여러 사람이 뭉치면 그 힘이 매우 크다(人衆勝天)는 믿음이 그만큼 강했던 것이다.

1957년, 당시 베이징대학 총장이던 마인추(馬寅初)가 <신인구론>을 발표하며 인구억제론을 주장하지만, 자본주의 우파로 매도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인구문제가 심각해지자 중국의 인구정책은 1970년대 두 자녀에서 1980년대 한 자녀로 제한됐다가, 2016년 다시 두 자녀 전면 허용으로 변화했다.

사람 인(人, rén)은 손을 내밀고 서 있는 한 사람의 옆모습이다. 인간의 사회적 관계를 강조하기 위해 두 사람이 기대어 선 것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이는 옳지 않다. 갑골문을 보면 손을 모으고 앞으로 약간 몸을 숙이고 서 있는 모습인데, 이는 미약한 존재인 인간이면 누구나 지녀야 할 겸손한 삶의 태도를 강조한 것처럼 보인다.

몸을 낮춘 인간의 모습이지만, 그렇다고 그 가치까지 낮아지는 것은 결콘 아니다. "사람이 있어야 청산도 있다(人在靑山在)"는 말처럼 사람의 가치는 모든 것에 우선한다. 사람의 가치를 최고로 여기는 것에서 출발해야 모든 인간의 행위는 비로소 의미를 지니고 정당화 될 수 있다.

1989년 한국에 출판되어 모든 중문학도들의 필독서가 된, 다이허우잉(戴厚英)이 쓰고, 신영복 선생이 번역했던 <사람아! 아, 사람아!(人啊,人!)>는 문화대혁명이라는 거대한 홍수에 휩쓸려 가는 힘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11명의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거대한 시대의 불의와 맞서 싸운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며 살아간다(人自爲戰)는 말처럼. 저마다의 진실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추구하며 전쟁 같이 치열한 삶을 저마다 겪고 견디며, 희망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념도, 혁명도 모두 '사람'을 위한 것이고, 저마다의 진실을 간직한 그 '사람'만이 희망이고, '사람'만이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는 것을 다이허우잉은 소설을 통해 외치고 있다.

인구가 많은 중국이라고 해서 14억 분의 1로 인간의 가치가 분절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소중한 저마다의 한 인간으로 가치를 존중받을 때, 중국은 사람이 많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인구가 많아 역량도 큰 나라로 비로소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태그:#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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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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