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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에서 절대권력을 상징하는 교장제도의 균열을 깨드릴 것이라 기대했던 교장공모제가 '무늬만 공모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계 외부인사와 평교사에 교장 직위를 개방하려는 취지와는 달리 충북도내에서는 96%가 교장 자격증 소지자가 차지했다. 이들은 굳이 교장공모제가 아니더라도 교장에 오를 사람들이다.

취지와는 달리 교장 공모제는 '중임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악용돼 조기 교장 임기 연장을 위한 특급사다리가 됐다. 교장으로 가는 특급사다리가 되다 보니 공모과정에서 잡음도 일고 있다. 도내 C 고등학교는 장학사 출신의 특정 인사에 대한 사전 내락설이 학부모에 의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학교에서의 교장은 종종 절대권력으로 비유된다. 교장은 수업을 하지 않고 학교 내에서 행사 할 수 있는 권한의 대부분을 독점하고, 대외적으로 사회 지도층의 대접을 받는다.

2007년 시행시범 돼 2010년부터 본격 시행된 교장공모제는 교육계 외부와 평교사에게도 교장 자리를 개방해 교장 자격만 취득하면 현실에 안주하는 상황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됐다.

또 교장 자격증 유무와 상관없이 교육자로서의 자질이나 역량을 바탕으로 교장을 선발해 학교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도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2016년 9월 현재 충북도내 500여개 초‧중‧고 중 공모형 교장을 선출한 93개교다. 이 중 평교사가 임명된 곳은 고작 4개교, 4.3%에 불과했다. 나머지 학교는 교장 자격증을 소지한 교원이 선발됐다. 교육계 외부 인사나 평교사를 발굴한다는 제도 취지와는 거리가 먼 셈이다.

충북, 93개 학교 중 평교사 교장은 고작 4명

이런 상황은 충북 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슷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학기부터 2016년 2학기까지 5년간 임용된 총 2472명의 공모교장 중 교장자격증이 없는 공모제 교장은 94명으로 비율은 3.8%에 불과했다.

결국 교장공모제로 교장에 취임한 교원의 96%는 교장자격증 소지자로 교장공모제를 통하지 않고서도 교장이 될 수 있는 사람들에 불과했다. 교장공모제의 취지는 사라지고 기존 승진 경로로 그대로 이용되된 것이다.

오히려 교장공모제는 교장 임기 연장의 특급 사다리로 악용되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현재 법률에는 교장의 임기는 4년으로 1회에 걸쳐 중임할 수가 있다. 즉 교장의 임기는 8년이다.

현재 제도에선 아무리 일찍 교장으로 승진해도 8년 이상 교장 직을 수행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교육청은 초임교장은 상대적으로 생활이 불편한 오지 지역의 학교로 발령 내고 중임은 도시권에 규모가 큰 학교로 발령을 낸다.

반면 교장공모제를 통하면 중임제한을 받지 않는다. 현행 법률에는 공모교장의 임기는 4년 1회 중임의 원래 교장의 임기에 포함되지 않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교장공모제가 일찍 교장자격을 취득한 교원들의 임기만 늘려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일찍 교장 자격을 취득한 일부 교원들이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장을 한 뒤 이후 정식 절차를 밟아 교장에 취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많게는 12년까지 교장직을 유지 할 수 있다. 8년에 불과한 다른 교장에 비해 교장 직에 4년을 더 머물 수 있는 것이다.

충북 지원자, 살펴보니 절반이 교장 예정자

올 3월 1일 취임하는 교장 중 충북도내에서는 13개교가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장을 선발하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13교에 총 24명이 지원했다. 이중 교장 자격을 취득한 응시자 중 1963년 이후 출생자가 무려 12명이나 된다.

이들이 공모교장에 취임할 경우 이들은 8년 중임제한 규정보다 더 오래 교장직을 유지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잡음도 발생했다.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장을 선출하는 C 고등학교. 이 학교 학부모 심사위원 A씨는 지난 주말 김병우 교육감에게 민원을 제기했다. A 씨가 제기한 민원의 요지는 C 학교 교장 공모심사가 객관성을 상실했다는 것.

A씨는 전화통화에서 "특정후보에 대해서 한 달 전, C학교 교직원들이 선거운동 하는 것처럼 학부모를 상대로 홍보성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심사 과정도 석연치 않다. 분명히 후보자가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우열이 있었다. 일부 후보의 발표에 대해서는 '감동 받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과 같지 않아 의문점이 들었다"고 말했다.

심사과정도 투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점수 취합할 때 화면상으로 보여주며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위원장과 간사만 노트북에 표시된 결과를 보고 '점수차이가 별로 안 나네요'라고 말하고 끝냈다"고 밝혔다.

A 씨는 심사장에서 심사위원장이 특정 후보에 대한 불리한 언급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B 심사위원장이 학부모심사위원에게 'D씨는 ○○○출신이다'고 언급하고 D씨에게 불리한 내용을 말을 했다"고 밝혔다.

"○○○ 출신 오면 안돼"

이에 대해 이 학교운영위원 출신의 심사위원장 B씨는 "'D씨는 ○○○출신이다'고 말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점수를 취합하는 과정에 대해서 B씨는 "최종 발표할 때 일부 학부모 심사위원들이 '시간이 너무 늦었다. 심사위원장에 위임 할 것이니 알아서 해라'라고 말해 심사위원들이 없는 자리에서 사인을 한 것은 맞다. 하지만 결과가 바뀌거나 한 것은 없고 간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C 고등학교 공모교장 심사위원회 간사는 이 학교 교감인 E씨가 맡았다. E씨는 "B심사위원장이 심사도중 학부모 위원에게 한 말을 듣지 못했다. 심사위원들이 없는 자리에서 위원장이 사인을 한 것은 맞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E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은 여러 곳에서 드러났다. 심사위원회 회의록은 회의 당일이 아니라 그 다음날 작성돼 날인 됐다.

C 학교 공모교장에 응모한 후보자중 한 명인 F씨의 신분도 논란이 됐다.

F씨가 지난해 초까지 공모교장 업무를 맡았던 도 교육청 장학사 출신이라는 것이다. 도 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F씨는 지난해 초까지 담당 업무를 맡은 뒤 모 고교 교감으로 전보됐다. 또 C고 교장과 F씨는 특정고 동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 중등교원은 "경기 심판을 보던 심판이 선수 유니폼을 갈아입고 그라운드로 들어온 것"이라고 비꼬았다.

F씨에 대한 사전내락설도 제기됐다. 학부모 A씨는 "지난 해 12월 △△행사에 참여한 학부모에게 교원 G씨가 'F씨 같은 분이 오면 학교 발전에 참 좋다. 정말 좋은 분이다'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지금 생각해 보니 사전 교감이 잊지 않고서야 그런 말이 나오겠나?"라고 반문했다.

교장자격 취득자가 독점하는 교장 임명 제도를 개혁해 학교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했던 교장 공모제. 평교사나 외부 인사를 교장으로 선출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충북도내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교장 자격 취득자만의 잔치에 머물렀다. 오히려 중임제한 이라는 것을 피하는 교장임기연장의 특급사다리로 악용 됐다는 평까지 나왔다. 여기에 학부모들이 심사의 불공정성 까지 의심하면서 교장공모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공모교장, #평교사, #충북인뉴스, #김남균,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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