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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과 증거 인멸 사실을 폭로한 장진수(41)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과 증거 인멸 사실을 폭로한 장진수(41)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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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대산빌딩 4층.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캠프가 있는 곳이다. 20일 오후 찾은 캠프는 수시로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아직 사무실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아 더 북적여 보였다.

사무실 한 편에 앉아 캠프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회의실을 오가는 여러 사람 가운데 유독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장진수 전 주무관(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었다(관련기사 : [단독] '내부고발자' 장진수, 문재인 캠프에 합류).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 사건을 폭로한 내부고발자, 그 장진수였다.

기자가 기억하고 있는 장 전 주무관의 '마지막 시공간'은 2013년 11월 30일 대법원 앞이다. 그날은 앞서 장 전 주무에게 내려진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원심 판결(증거인멸과 공용물건손상 혐의)이 확정되던 날이었다.

국가는 국가의 문제를 알린 이에게 상 대신 벌을 내렸다. 그때 장 전 주무관이 짓고 있던 웃음이 어떤 웃음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웃음을 차마 보기 어려웠던 기억은 남아 있다(관련기사 : 짓밟힌 양심선언..."이러면 누가 진실 밝히겠나").

장진수의 목소리, 정책에 반영되길

그로부터 3년 3개월이 지나, 그것도 대선주자의 캠프에서 장 전 주무관을 만나니 느낌이 묘했다. 좀 더 솔직히 말해 기분이 좋았다. 그 어떤 영입인사보다 반가운 얼굴이었다.

장 전 주무관은 형 확정 후 파면됐고, 2017년 11월 30일까지 공직에 오를 수 없게 됐다(집행유예 기간 경과 후 2년 동안 공무원 임용 불가). 같은 내부고발자인 권은희 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2014년 장 전 주무관을 보좌진으로 채용하려고 했으나, 이 때문에 채용이 무산됐다. 이후 장 전 주무관의 아내가 식당을 열어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장 전 주무관에게 할 일이 생겼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더구나 그는 현재 자원봉사 형태로 문재인 캠프 총무지원팀장직을 맡고 있다). '그의 목소리를 누군가 기억하고 있었구나', '그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회의실 앞에 서서 누군가를 향해 옅은 미소를 내보이던 장 전 주무관을, 이제 불편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장 전 주무관은 지난 1월 16일 만들어진 '내부제보실천운동'의 발기인으로 참여했다(관련기사 : "내부제보자들, 보호하자" 3일 만에 천만원 모였다). 장 전 주무관 외에도 많은 내부제보자들이 이 조직에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 내부제보자법 제정 ▲ 내부제보자들을 돕는 공익재단 설립 ▲ 헌법상 독립된 내부제보 관련 수사 및 조사기구 설립 등을 개혁입법과제로 추진하는 중이다. 내부고발자에게 벌 대신 상을 주도록, 행여 상을 주지 못하더라도 그들이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이 어렵게 낸 용기가 100% 발휘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장 전 주무관을 만나 영입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12월에는 '권력기관 적폐 대청소를 위한 대화'를 열어 장 전 주무관을 초청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표는 "권력기관의 오래된 적폐를 청산하는 것으로 촛불혁명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가 자신의 다짐을 정책으로 만드는 데 장 전 주무관을 중요하게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그 정책이 꼭 다음 대통령에 의해 실현됐으면 한다.

영입 소식에 응원댓글 "이런 분이 정의로운 사회 만듭니다"


20일 장 전 주무관의 영입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응원 댓글이 달렸다. 최근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건으로 인사 검증 논란에 시달린 문 전 대표에게도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굿! 내부고발자를 우리가 지켜내야 합니다. 다른 내부고발자 분들도 보호받고 떳떳하게 지낼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랍니다." - 다음 ID 'sa**'
"이런 분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듭니다. 파이팅!" - 네이버 ID 'kjsu****'

장 전 주무관이 2014년 5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를 다시 읽었다. 그가 <블루게이트>라는 제목의 책을 냈던, 그 즈음의 인터뷰였다(관련기사 : "5천만 원에 내 영혼을... 두 딸에게 부끄러웠다").

"두 딸은 무슨 책인지도 모르고 있어요. 아빠가 출근도 안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하니깐 작가인 줄 알고 있어요. 하하. 나중에 커서는 알겠죠. 그때 녀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이미 '부끄럽지 않은 아빠'인 그가 이제 '행복한 아빠'가 되길 응원한다.


태그:#장진수,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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