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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쿠오카에 왔다면 한 번쯤, 아사이 맥주 공장 견학
당신의 석 잔을 골라보세요

게으른 탓에 숙소조차 예약하지 않아 여행지에서도 당일 오후가 되어서야 부랴부랴 잘 곳을 찾아 나선다. 그럼에도 예약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아사히 맥주 공장 견학이다. 공장 견학은 전화와 인터넷 웹페이지로 예약을 받는데, 웹페이지 한국어 버전이 있어 쉽게 예약할 수 있었다. 예약한 날짜와 시간에 맞추어 아사히 공장으로 찾아가면 된다.

아사히 공장 내부
 아사히 공장 내부
ⓒ 이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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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찾다가 견학 시간이 90분이나 되었다는 글을 보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가 갔을 때는 30분 남짓의 견학시간과 20분의 시음시간까지 합하여 1시간 정도의 일정이었다. 한국어 팀, 중국어 팀, 일본어 팀이 30분 간격으로 쉴 새 없이 들어온다.

아사히 공장 시음 현장
 아사히 공장 시음 현장
ⓒ 이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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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할 때 받은 번호표에 적힌 번호에 맞추어 테이블을 찾아 앉으면 된다. 테이블에는 번호표 번호와 총인원 수가 적혀있다. 1이라고 적힌 테이블은 나뿐이었다. 부디 맥주를 좋아하는 혼술족 분들이 계신다면 주저 말고 용기를 내어 견학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혼술 만세!

아사히 맥주 시음
 아사히 맥주 시음
ⓒ 이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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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이라는 다소 촉박한 시간 동안 최대 3잔의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물론 맥주뿐 아니라 논알콜 음료와 주스, 탄산음료 등 아사히에서 만드는 다양한 제품이 준비되어 있으니 마시고 싶은 것을 골라 마시면 된다. 예약할 때 어떻게 오는지를 체크하는데 여기에 '자가운전'을 체크한 사람은 특별히 아사히 직원의 동행하에 논알콜 음료를 받게 된다.

단순히 시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법, 맥주 따르는 법 등의 팁을 알려주기도 한다. 시음장 바로 옆에는 안줏거리가 될 만한 식품과 아사히 기념품을 파는 샵이 있다. 기본으로 인절미 맛 과자가 제공되기도 한다.

기본 안주로 제공되는 인절미맛 과자와 샵에서 구입한 가쯔오부시
 기본 안주로 제공되는 인절미맛 과자와 샵에서 구입한 가쯔오부시
ⓒ 이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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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맥주보다는 소주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아사히 공장 방문을 일정이 넣은 것이 꽤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어 안내와 함께 맥주 공장을 둘러볼 수 있고, 석 잔의 맥주를 마실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 모든 일정이 무료이니 말이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단체 일정'을 스케줄에 넣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술과 함께라면 더더욱.

첫 번째 잔은 기본으로 아사히 슈퍼 드라이를 마셨다. 생맥주 통에서 따라낸 신선한 아사히는 당연하게도 맛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 아사히 슈퍼 드라이 - 아사히 흑맥주 - 아사히 프리미엄 순으로 마시는 듯했다. 나는 흑맥주를 패스하고 프리미엄을 마셔보았다. 색과 맛이 모두 슈퍼 드라이보다 좀 더 다크한 느낌이었다. 쌉싸름한 맛이 강했다. 마지막 잔은 맥주 대신 주스를 택했다. 맥주를 좋아하는 친구가 생각났다. 그녀라면 맥주 석 잔 정도는 금새 비웠을 것이다.

2) 길에서 만난 남자, 그리고 술
이자까야에서 사케잔을 기울이다

저녁 먹을 식당을 찾아가려는데, 아무리 입력해보아도 구글 지도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등록되지 않은 곳인가보다. 구글 지도를 요리조리 돌려보고 있는 내 앞으로 누군가 지나가길래 "익스큐즈 미"하고 그를 불렀다. 또렷한 눈썹에 검은색 눈동자, 오밀조밀한 입술을 가진 남자였다. 그는 내가 쓴 영어를 보고 자기 핸드폰에 일본어로 입력한 후 검색을 했다.

"여기서 가까워요. 조금만 가면 찾을 수 있겠네요."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다시 꼼꼼히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던 그가 다시 내 쪽으로 걸어왔다.

"괜찮으면 내가 데려다줄게요."

그렇게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마사토. 도쿄에서 출장차 후쿠오카로 온 것이라고 했다.

"저는 이번이 첫 일본 여행이예요. 후쿠오카에 와보니 좋아서, 다음엔 도쿄도 가보고 싶어요."

"내 생각엔, 후쿠오카가 더 나을 지도 모르겠네요. 도쿄는 너무 복잡해서요."

그의 말대로 금방 식당에 도착했다. 라인 아이디를 교환하고 나는 식당으로, 그는 가던 길로 발길을 돌렸다(우리나라에서 카카오톡을 사용하듯 일본에서는 라인을 사용하고 있었다). 밥을 먹으며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다시 만나 나카스강가를 함께 산책하기로 했다.

나카스강은 생각보다 작았다. 금방 강가를 한 바퀴 돌았고, 우리는 그것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마사토는 이자까야와 야끼도리를 좋아한다고 했다. 길가에 늘어선 이자까야를 구경하다가, 맛있는 냄새가 나는 곳으로 들어갔다.

나카스 강변의 어느 이자까야
 나카스 강변의 어느 이자까야
ⓒ 이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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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데워진 잔 사케
 따끈따끈 데워진 잔 사케
ⓒ 이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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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은 모두 마사토가 했다. 옆에서 거침없는 일본어로 주문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반갑고 신나고 고마웠다. 일본어를 잘하는 남자가 그렇게 멋있는지 몰랐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걷고, 함께 앉아보는 것이었다.

마사토는 내 술을 주문할 때 미간을 찌푸리고 고민을 하더니 잔으로 된 사케를 시켜주었다. 그러나 내가 마시는 것을 보고 다음 주문에서는 병으로 시켜주었다. 마사토는 '리치 리큐르'를 시켰다. 보드카에 리치 주스를 섞은 칵테일 같았는데 새콤달콤 맛있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도, 서로의 나라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이 많았다. 더듬더듬 영어로 말을 이어나가다가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답답해지면 술로 목을 축였다. 그럴 때마다 입술에 닿는 술이 유난히 달콤했다. 마사토는 금방 얼굴이 빨개졌다.

"내년에 벚꽃이 필 때, 도쿄에 오세요. 아름다울 거예요."

나는 잠시 벚꽃 핀 도쿄를 상상해보았다. 그곳에서 술을 마신다면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태그:#후쿠오카, #후쿠오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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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쓰고 글을 쓴다. 자전거를 타고 춤을 추고 여행을 하는 사람. 글을 쓰고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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