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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1년 홍준표 당시 광주지검 강력부 검사에 의해 조직폭력단 '국제PJ파 두목'으로 기소됐던 여운환씨가 입을 열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이틀간 총 7시간에 걸쳐 자신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이에 있었던 '사나웠던 운명'을 숨가쁘게 털어놨다. <오마이뉴스>는 18회에 걸쳐 그 '사나웠던 운명의 증언'을 풀 스토리로 연재한다. <오마이뉴스>는 여 대표의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홍 대표의 해명과 반론을 듣고자 수차례 접촉을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다만 홍 대표의 한 측근인사는 "그것은 검찰(검사)이 불의한 깡패세력을 소탕한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오마이뉴스>는 이후라도 언제든지 홍 대표의 반론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힌다. [편집자말]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대표가 지난 10월 25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차를 내리고 있다.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대표가 지난 10월 25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차를 내리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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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야쿠자 비디오테이프 이야기를 하자. 당신이 수배받고 있는 동안에 당신이 전라도 대표로 일본의 야쿠자 의식에 참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수 남진 알제? 1986년엔가 내가 광주에다 신라당이라는 제과점을 만들었어. 3층짜리였는데 (중국집인) 왕자관하고 붙어 있었어. 그 당시 광주에서 제일 유명했던 제과점이던 궁전제과랑 경쟁이 됐어. 그래서 내가 시설을 좀 좋게 하려고 레이저 디스크를 쓰는 멀티비전을 설치했어. 그때 남진 형이 활동을 안하고 목포에 내려와 있을 때인데 신라당 띠 두르고 홍보도 해주고 그랬어. 그렇게 열심히 나를 도와주고 지금도 형제 같이 가깝게 지내.

그 형이 일본에서 민속씨름대회를 하는데 자기 포함해서 비행기표가 2장이 나왔대. 원래는 매니저 것까지 나오는데 그때는 매니저가 없었어. 남진 형이 활동을 세게 안할 때여. 미국에서 들어와서 목포에서 자기 사업하고 있었제.

그래서 나더러 '심심하면 일본에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형님 들어올 때 레이저 디스크하고 멀티비전 프로젝터를 사서 갖고 와도 괜찮을까요?' 물어봤어. 그런께 남진 형이 '명색이 나도 노래 부르는 가수인데 판 가지고 오는 게 문제가 되겄능가? 괜찮할 것이네' 그래. 그래서 '같이 갈랍니다' 해서 갔지. 그때가 언제냐? 1987년인가 1988년인가 그랬어. 일본을 가니까 전부 씨름선수, 감독들이 있어. 그리고 부산 지역 폭력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

- 부산 칠성파?
"맞어. 거기 칠성파 두목으로 이○○이라는 사람이 있었어. 민속씨름협회 부회장이고. 그 사람들이 다 같이 움직이더라고. 가수는 남진 형하고 ○○, ○○○ 셋이 왔고. ○○○은 일본에서 살드만. 한 호텔에서 자고 같이 움직였어. 이○○이랑 일본 야쿠자랑 잘 아는 사이였나 봐. 우리가 점심을 먹는 장소가 즈그끼리 사카즈키 의식을 하는 곳이었어. 뭔 결의를 한다고 하드만."

- 사카즈키는 야쿠자끼리 의형제를 맺거나 충성을 맹세하는 의식이다.
"뭔 결연식, 협약식 같은 걸 하는 거여. 내가 그걸 구경했어. 돈 주고도 볼 만한 것인디 거기까지 가서 그 구경을 왜 안하나? 그것도 내가 비디오 구입까지 부탁했어. 우리도 다 찍혔고 해서. 근디 안해주드만. 하나 구입할라고 했는디. 그날 의식에서 앉은 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쓰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 이름을 한자로 썼어.

그때는 광주광역시가 아니고 광주직할시여. 내가 할(割)자가 기억이 안나더라고. 그래서 '全南·光州'(전남·광주)라고 써부렀어. 그러니까 그쪽에서 '전라도 이사 여운환' 이렇게 써서 붙였어. 나 말고도 전라도 사람들이 몇 명 있었어. 그 사람들도 다 '전라도 이사 누구' 이렇게 붙어 있었어. 그 명찰 앞에 앉은 거여. 그때 비디오로 다 찍었어.

근데 왜 무죄 나왔냐? 그 사람들은 다 지그 조직 명칭을 땄어. 칠성파 누구, 수원파 누구, 화랑신우회 누구, 그렇게 붙어 있었어. 근데 우리는 '전라도 이사'여. 전라남북도 합쳐서 전라도라고 하잖아. 그때 마침 전주 사람 한 명, 광주 사람 두세 명이 왔어. 그 사람들은 씨름협회 관계자들이여. 그래서 우리 변호사가 이렇게 주장했어. '지금 검사가 주장한 것처럼 여운환이라는 호남 최대 조직 국제PJ파 두목을 초대했다면 왜 조직 이름이 없나? 국제PJ파 여운환이렇게 썼어야 하는 것 아니냐?' 그걸로도 무죄가 입증된 거여."

"야쿠자 의식 구경한 강호동이 조폭이여?"

- 그때 민속씨름협회와 조폭들이 같이 엉켜 있었나?
"같이 있었제. 부산 조폭들."

- 일본행의 원래 목적은 야쿠자 의식 참여가 아니었나?
"아니제. 오사카에서 민속씨름대회가 열렸당께. 거기 남진이 초청가수로 초청을 받았어. 캐라(출연료)를 받고."

- 그럼 공연과 별도로 야쿠자 의식이 열린 건가?
"가수 공연은 씨름협회 쪽에서 하는 거고. 중간중간에. 야쿠자 의식은 점심식사하는 자리에서 있었어. 개그맨 강호동이 씨름선수 아녀? 강호동이 거기 앉아 있었당께. 근데 채널A가 개국한 날 강호동이 야쿠자 행사에 참석했다는 것을 방송에 내보면서 조폭하고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도했어. 결국 채널A가 정정보도하고 사과하고 난리났어. 그거 구경하려고 앉아 있었다고 강호동이 조폭이여?"

- 그때 일본 야쿠자쪽에서 그 의식에 씨름협회 임원이나 선수들, 일반 사람들까지 초청했다는 건가?
"아니여."

- 일본 야쿠자쪽에서 초대해서 간 것인지 아니면 그냥 우연히 점심 자리여서 갔는데 그 자리에서 결연식이 열린 건가?
"한국쪽에서는 씨름협회 관계자, 선수, 장내아나운서 등이 갔어. 글고 우리는 알도 못하는 이○○쪽(부산 칠성파) 사람들이 갔고. 우리는 당연히 점심자리로 알았어. 그날은 점심이 거기서 마련된 거여. 일본은 다다미방이잖아. 근데 거기서 결연식을 한다고 하니까 구경났다고 구경한 거여."

- 일반인들도 구경할 수 있는 의식이었나?
"구경할 수 있는 의식이제."

- 비밀스럽게 하는 게 아니고?
"아니었어. 이○○이랑 그 사람(일본 야쿠자)들의 결연식인데 씨름선수랑 우리는 다 들러리였어."

- 그것이 야쿠자 의식이란 것은 알았나? 
"식당에 들어갈 때부터 사카즈키 의식을 한다고 하더만. 그래서 '사카즈키가 뭐다냐?' 물어봤어. 그랬더니 즈그끼리 하는 동업자 의식이라고 하더만."

'전라도 이사 여운환'의 의미

- 그게 일종의 결연식인가 환영식인가?
"이○○씨 하고 오사카쪽 (야쿠자) 한 사람하고 둘이 (의형제를 맺는) 결연식을 했어."

- 칠성파 두목 이○○과 일본 야쿠자조직인 가네야마 구이의 두목이 의형제를 맺은 건가?
"누군지는 알 수 없고 암튼 둘이 의형제를 맺는 거였어."

- 이전부터 이○○을 알았나?
"나는 모르는 사람이제."

- 일본에 가서 처음 만난 것인가?
"그때 남진 형이 처음 소개를 시켜줬어. 우리는 이○○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지. 워낙 유명한 양반이었으니까."

- 그때 야쿠자 의식에 참석하자고 제안한 사람이 누구였나?
"제안한 것이 아니여. 아침은 호텔에서 먹잖아. 점심은 식당에서 하고. 나는 한번씩 남진 형 따라가서 같이 자리하기도 했어. 근데 그날 점심은 오사카 교민들이 마련했다고 가자고 하더라고. 혼자 개인행동을 할 수 없으니 갔지. 가서 보니 결연식을 한다고 하더라고. 이거는 돈 주고도 못볼 구경이니까 당연히 구경이나 하자고 다들 그랬어."

- 그니까 공교롭게도 그날 그 식당에서 그 결연식이 열린 거네.
"자기들끼리는 거기서 한다고 해서 그 장소를 빌렸겄제. 거기 간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나하고 같은 마음(돈 주고도 못볼 구경이니 구경하자는 마음 - 기자 주)이었다고 생각해."

- 당신은 '광주전남 여운환'이라고 썼는데 일본 야쿠자 쪽에서 '전라도 이사 여운환'으로 고쳐 붙였나?
"한자로 '전남·광주'라고 썼는데 전주 사람도 있고 하니까 '전라도'라고 쓴 거지."

- 근데 왜 이사라고 쓴 건가?
"일반 사람인께 이사라고 썼겄지. 나 말고도 여러 사람들을 이사라고 썼었어."

- 구경온  사람들이면 굳이 그런 명찰을 쓸 필요가 없지 않나?
"사람이 너무 없으면 좀 그러니까 사람들을 다 앉혀 놨어. 나를 그냥 너무 헐겁게 일반사람으로 대하긴 그래서 '이사'라고 쓰지 않았을까? 그래도 내가 남진 형이랑 같이 온 사람이고, 광주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라고 소개도 하고, 옛날 건달 출신이라고 누가 하니까 그렇게 분류했던 것 같아."

- 그러면 거기 참석한 씨름협회 임원들이나 선수들도 이름을 적었나?
"적었던 것으로 알아."

판결문 속 야쿠자 비디오테이프

- 강호동도 우연히 그 의식을 구경한 건가?
"강호동도 씨름선수로 왔지. 근데 강호동이 그때는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어. ○○○가 유명했제."

- 그 사람도 왔었나?
"왔었지. ○○○도 있었어."

- 그럼 ○○○도 거기 있었겠네.
"거기 있었을 거여. 근데 <채널A>에서 강호동을 깡패라고 하니까 강호동이 황당하지."

- 이○○이 자기 세력인 것처럼 동원한 모양새였겠다.
"그 사람들이야 아주 유명한 사람들이니 꼭 세력을 동원한 것은 아니고. 거기가 일본이고 하니까 이○○이 위세를 부렸다고 할 수는 있제. 씨름 선수들도 많았으니.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참석하면 참석할수록 좋은 거니까."

- 홍준표는 그 테이프를 언론에 흘려서 '여운환은 일본에까지 진출한 조폭'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언론플레이를 했제. 판결문에 이렇게 나와 있어. '여운환이 1988년 11월 14일 일본의 오사카에서 거행된 두목 가네야마 고사부로와 칠성파 두목 이○○의 사카즈키에 참석한 사실과 한자로 '전라도 이사'라고 기재된 사실은 인정되나 다른 사람들은 이름 앞에 수원회, 화랑신우회 등 소속단체가 명확히 기재된 것과 다르게 유독 여운환은 소속단체 대신에 전라도라는 지역명칭을 붙인 것은 그가 국제PJ파의 두목이라는 직접적 증거는 될 수 없다.'"

- 그때 오사카행을 제안한 가수 남진도 "사실과 다르다"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남진 형은 기자회견도 하고, 재판에 증언도 섰어. 본인이 자발적으로다. 자기가 나한테 가자고 해서 난리가 났으니 엄청 미안해하더라고."

- 가수 남진이 참 고마워겠다. 
"그렇지."

덧붙이는 글 | 인터뷰 14편으로 이어집니다.



태그:#여운환, #홍준표, #국제PJ파, #야쿠자 비디오테이프, #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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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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