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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호소 7일 오전 여의도 Two IFC 정문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기자회견이 열렸다.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 등을 써서 천식 등의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 6인이 옥시레킷벤키저(옥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영상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발언 전체를 담았다. (영상 취재 : 정대희 기자 / 편집 :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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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미(50)씨는 천식을 앓고 있다. RB코리아(구 옥시레킷벤키저)에서 판매한 '옥시 싹싹 가습기 당번'을 사용한 뒤부터다. 상태는 점점 나빠져 급성 호흡부전과 부신 기능 저하로 이어졌다. 급기야 2017년 들어선 산소 공급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어렵게 됐다.

김경영(47)씨도 천식 환자다. 몸에 좋다고 해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임신 중에도 '옥시 싹싹 가습기 당번'도 사다가 날랐다. 하지만 건강이 나빠졌다. 알레르기성 비염과 역류성 식도염을 앓게 됐다. '만성 폐색성 폐 질환'이란 들어본 적 없는 병이 생겼다. 이때 낳은 딸 아이도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게 됐다. 김씨의 딸 정유주(20)씨는 아토피 피부염으로도 고생하고 있다.

박수진(47)씨는 두 아들을 위해 RB코리아가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를 샀다. 쓰면 쓸수록 두 아들은 건강을 잃고, 천식을 얻었다. 큰아들 유영학(20)씨는 호흡장애로 체력이 쉽게 떨어졌다. 코피를 쏟는 날도 많았다.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졌다. 작은아들 유영남(16)군은 유독 병치레가 잦아 지보다 수시로 병원에 드나들었다.  

조순미씨와 김경영씨 모녀, 그리고 박수진씨의 두 아들은 모두 정부가 인정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다. 이들 등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6명은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RB코리아를 상대로 2억 4천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7일 서울시 영등포구 RB코리아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조순미씨와 김경영씨, 박수진씨도 참석해 '살인기업 처벌하라'는 조끼를 입고 손팻말을 들었다.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RB코리아 본사 앞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섰다. 조순미씨와 김경영씨, 박수진씨도 '살인기업 처벌하라'라는 조끼를 입고 손팻말을 들었다.

이날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은 "1999년부터 2009년 사이에 옥시에서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를 써서 천식 등의 건강상 피해를 보았다"라며 "이로 인해 오랜 기간 사회와 가정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어 정신적, 경제적으로도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힘겹고 긴 조사과정 끝에 정부가 피해를 인정했으나, 매우 제한적인 지원만 받게 됐다"라며 "피해자들은 10여 년에 이르는 치료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비판했다.

한때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폐 질환 건강피해만 인정됐다. 하지만 2017년 9월 25일 천식이 3번째 건강피해 유형에 포함되면서 특별구제 지원대상이 됐다. 지금껏 정부가 피해를 인정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모두 798명이며, 이 중 316명이 천식 피해를 인정받았다. 

김기태 가습기넷 공동운영위원장은 "지난 2017년 국립환경과학원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가 약 400만 명, 피해인구는 약 5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이중 정부에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6298명에 불과하고, 이 중 1386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더 많다"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RB코리아(구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RB코리아에 배상과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RB코리아(구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RB코리아에 배상과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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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대법원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주범으로 지목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현 RB코리아) 대표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김진구, 조한석 전 옥시레킷벤키저 연구소장과 조한석도 각각 징역 6년, 5년이 선고됐다. 연구원들에겐 징역 4~5년을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들이 '옥시 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제조, 판매하면서 제품에 들어간 독성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사망자 73등 181명의 피해자 발생(업무상 과실치사)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존 리 전 옥시대표에 대해선 "살균제가 유해한지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고, '아이에게도 안심'이란 문구가 사용된 거짓 표시 광고도 알았거나 보고받지 못한 점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가습기넷은 "옥시는 자신이 만들어 파는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도 제품을 판매, 이로 인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대참사가 벌어졌다"라며 "하지만 옥시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가해자로서 책임 있는 사과나 배상은커녕, 폐 질환과 관련된 일부 피해자들에게만 개별적 배상과 합의를 진행해왔다"라고 지적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습기넷은 SK케미칼과 애견산업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을 만들어 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도 가해자이다"라며 "두 기업은 검찰 수사와 형사 처벌에 상관없이 모든 피해자에게 제대로 배상하고 사과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의 전·현직 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지난 5일 SK케미칼 관계자를 소환하는 등 이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수사 중이다.

태그:#가습기살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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