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과 같은 출근길. 현관문에서 막 신발을 신고 나서려는데 식탁에서 밥을 먹던 둘째 딸이 부리나케 뛰어나와 내 손에 무언가 쥐여줬다.
며칠 전에 출근길에도 그랬다. 둘째 딸이 "엄마, 사무실에서 먹어요"라는 말과 함께 손에 뭔가를 쥐여줬는데,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일단 급히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서 손을 펼쳐 보니 초콜릿 2개가 가지런히 있었다.
이번에도 "엄마, 있어 봐!" 하면서 내 손에 뭔가 쥐여주길래, 순간 뭉클해 "아이고, 이게 뭐야?" 하며 봤더니 아침에 식탁 위에 놓아둔 군고구마였다. 바쁜 출근길이어서 고맙다는 말을 미처 못했지만, 내심 기분이 뿌듯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둘째 딸은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등교하는 수험생이었다. 그런 아이를 위해 나는 새벽마다 아이 손에 사과 1조각, 초콜릿, 오렌지 등의 간식을 들려 보냈는데, 이제는 대학생이 돼서 여유가 생긴 아이가 거꾸로 나를 챙겨주기 시작한 것이다.
인생의 기쁨은 이런 소소한 순간에서 더욱 깊고 잔잔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