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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에 방영된 MBC PD수첩 <검찰 기자단>편
 지난 3일에 방영된 MBC PD수첩 <검찰 기자단>편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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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과 법조 출입기자단의 카르텔을 보도한 MBC <PD수첩> '검찰 기자단'이 방송된 이튿날인 4일, 대검찰청은 A4용지 한 장 분량의 입장문을 냈다. 대검은 "PD수첩이 발언 여부와 진위 확인도 곤란한, 음성을 변조한 복수의 익명 취재원을 내세워 일방적인 추측성 내용을 방송한 건 검찰과 출입기자단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악의적 보도"라고 밝혔다.

또 대검은 한동훈 차장검사(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가 기자와 한 통화 녹취가 방송된 데 대해 "차장검사의 브리핑,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공보는 국민 알 권리 보장과 오보 방지 등을 위해 공개적으로 진행했고 당시 규정에 따른 정상적인 공보 활동"이라고 반박하면서 이렇게 못박았다.

"무엇보다 이 방송이 현재 진행 중인 중요 수사들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가 명백한 것으로 보여 매우 유감스럽다."

즉각적인 유감

이례적이다. '윤석열 검찰'이 일부 언론 보도나 정치권 반응에 즉각 대응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검이 이렇게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일일이 입장문까지 내놓으며 반응한 것 자체가 흔치 않다. <PD수첩>이 과거 '검사와 스폰서'는 물론 '검찰 2부작', '검사와 고래고기'와 같이 지속적으로 검찰 비리와 검찰개혁에 목소리를 내왔던 때와 비교해도 확실히 눈에 띈다.

그 이례적인 '유감'의 대열에 대법원 기자단이 동참했다. 5일 대법원 기자단 소속 기자 22명이 실명으로 성명을 냈다. 이들은 "MBC PD수첩이 지난 3일 방송한 '검찰 기자단'편은 법조기자의 취재 현실과는 거리가 먼 왜곡과 오류투성이"라며 "MBC PD수첩을 상대로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즉각적인 사과와 정정 보도를 요구한다"며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검찰과 기자단을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 관계라 규정했고,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비리의혹 관련 각 사별 단독보도 대부분도 한 시민단체의 통계를 근거로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의 결과물로 의제했다.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파악했다' 등 표현만 있으면 검찰발로 분류한 것이었다(중략).

땀내 나는 외곽취재의 결실도 최종 검찰 확인단계를 거치고 나면, 검언간 음습한 피의사실 거래로 둔갑시킨 확증편향의 오류로 법조기자단의 취재행위를 폄훼한 것이다(중략).

얼굴을 가리고, 음성을 변조하는 것도 모자라, 가명에 대역 재연까지 써가며 현직 검사와 법조기자를 자칭하고 나선 인물들의 인터뷰 내용의 허구성은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3일자 PD수첩의 한 장면
 3일자 PD수첩의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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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검찰과 MBC의 공방에 대법원 기자단이 검찰의 손을 들어준 꼴이 됐다.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만큼, 공방과 논란은 방송 안팎으로 계속됐다. 사실관계 등 몇몇 사안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PD수첩>은 지난 6월 서울남부지검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결과 발표 당시 MBC 김재영 PD가 돌발 질문을 던져 기자단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검 자체가 법조 기자단이 아닌 통상 시경(경찰) 기자단이 출입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석열 검찰, 살아 있는 권력 겨눴다…극도로 말 조심'이란 기사를 보도했던 SBS의 한 취재기자는 4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PD수첩>을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올려 "총체적으로 뒤틀린 엉터리 보도였다, 기본적 사실 관계는 확인했어야 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지적이 이어지자 4일 <PD수첩> 한학수 PD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대검찰청은 방송에서 지적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정상적인 공보활동과 업무'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방송을 보신 국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라고 밝히며 아래와 같이 덧붙였다.

"진위 확인도 곤란한 음성변조로 복수의 익명 취재원을 내세워 추측성 보도를 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인터뷰에 응해준 현직 검사와 기자 등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취재과정에 대검찰청에 공문을 통해 질문지를 보냈으나, 대검찰청에서는 공식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검찰청이 지적한 내용 중, 방송에서 '대검찰청 대변인'으로 자막이 나간 부분은 '대검찰청 대변인실 직원'이 맞기에 정정합니다."

대법원 기자단의 성명은 왜?

6일엔 대법원 기자단 22명의 실명 성명문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5일 <PD저널>은 대법원 기자단이 <PD수첩>에 "사과·정정보도를 요구한 데 이어 집단소송 방식으로 민사소송 제기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대법원 기자단이 출입기자들에게 "성명서 발표와 함께 변호사 자문을 통해 언중위 제소·민사소송 제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알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자단 간사인 MBN 김건훈 기자는 "방송의 내용이 대체적으로 사실과 달라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단에 속한 언론사 중 5일까지 KBS·MBC·<경향신문>·<한겨레> 등을 제외한 상당수 언론사가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대법원 기자단의 성명이 일방적으로 추진돼 일부 기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디어오늘>의 6일 'PD수첩 비판 성명 '법조 기자단 일동' 아닌 이유' 기사를 보자.

"법조 출입기자단은 소위 1진(법조팀장)이 모여 있는 대법원 기자단과 지검(고검) 기자단, 지법(법원)기자단 등으로 이뤄져 있다. 공지문과 성명은 대법원 기자단에서 작성했다. 대법원 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매체 기자들과 어떤 식으로든 성명 내용에 동의하지 않은 기자들은 공지문을 받아들고 대법원 기자단이 자체적으로 결정해 아래로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미디어오늘>은 5일 오후 대법원 기자단에서 급하게 공지한 이 공개 성명에 참여하지 않은 일선 기자들이 '법조기자단 일동' 명의를 반대, 애초 '법조출입기자단 일동' 명의로 작성됐던 성명이 대법원 기자단 소속 22명의 실명으로 발표됐다고 전했다.

또 공개 성명에 반대한 일선 기자들 중에는 대법원 기자단의 성명과 김건훈 간사의 인터뷰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며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검찰의 언론플레이
 
 3일자 PD수첩에 출연한 MBC 임현주 기자
 3일자 PD수첩에 출연한 MBC 임현주 기자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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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이나 일부 기자들의 지적처럼, 사실관계에서 부족한 부분이나 인터뷰 대상의 과한 주장이 여과 없이 방송된 것은 비판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검언유착'과 검찰 기자들의 카르텔에 대한 <PD수첩>의 문제제기 전체를 "검찰과 출입기자단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악의적 보도"로 볼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연장 선상에서, 이름과 얼굴을 내걸고 직접 목격하고 체험한 경험을 전한 이들의 목소리들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검찰이 언론을 경주마처럼 다룬다는 느낌을 받은 거예요. 문건을 예를 들어서 복사해서 준다든지 전화로 불러준다든지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을 불러주는 건 사실상 공수처가 생기면 처벌대상 1호잖아요(중략).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실 앞에 오후 3, 4시가 되면) 기자들이 줄을 서서 이렇게 확인을 하러 줄을 서서 들어가더라고요. 한 명씩, 은행에 번호표 하나씩 뽑듯이. 중앙지검에서 거의 실시간 보도가 됐었어요. 포털 메인에 저녁 6시 정도 되면 똑같은 내용의 기사가 떠요. 언론사 매체마다 이름은 다 달라요. 그런데 제목 똑같고 앞에는 다 단독이 붙어 있어요."


전 검찰 출입 기자인 MBC 임현주 기자가 지난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수사 당시 목격한 상황이다. <PD수첩>은 실제로 엇비슷한 '검찰발' 단독기사들을 확인했다. 임 기자는 이러한 검증 없는 '단독 경쟁'을 검찰이 주는 독사과에 비유했다.

"위험하잖아요. 왜 줬겠어요.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서 준 거 아니냐, 그럼 정말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 이게 만약에 다른 사건에서 (검찰이) 그렇게 한다면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무서운 일이에요. 두려운 일이에요.

예를 들어 검찰이 주는 사과라고 쳐요. 이게 독이든 사과인지 정말 먹어도 되는 사과인지는 언론이 판단하고 검증을 하고 써야 하는 거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 아니 그럼 지금 외곽 취재도 안 되고 이런 상황에서 이것도 안 쓰면 뭘 하자는 얘기냐, 이렇게 나오는 거죠."


이른바 '조국 대전'이 한창이던 지난 9월,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패널인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도 엇비슷한 비유를 든 바 있다. 정 교수는 "언론이 (검찰의) 이 살라미 전술(salami 전술, 하나의 사안을 살라미, 소시지처럼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처리하는 협상 전술)을 쫓아가는 것은 저는 자존심 상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라며 법조 기자들이 쏟아내는 '검찰발' 단독 기사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대법원 기자단이 "시민단체의 통계를 근거로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의 결과물로 의제했다"고 주장한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조사 결과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PD수첩>은 "지난 10월부터 11월 15일까지, 검찰발 개혁안을 다룬 기사는 법무부발 개혁안 기사에 비해 비판하는 내용이 현저히 적었다"며 "검찰발 개혁안 비판 보도는 11.5%인 것에 반해, 법무부발 개혁안 비판 보도는 44.8%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임현주 기자의 목격담을 예로 들었지만, <PD수첩>이 전한 '검언유착'의 수상한 정황들은 그간의 '검찰발' 보도의 배경을 짐작케 했다. 3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검찰은 12월 1일부터 피의사실과 수사상황 공개를 금지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을 명심해 달라"고 경고하기도 했던 '피의사실공표' 문제는 기본이었다.

제작진이 공개한 한동훈 검사의 녹취파일에서 엿볼 수 있는 직간접적인 수사 정보 흘리기는 물론, 자의적이고 검찰 편의적인 갖가지 '공보 행위', 기자상과 영전이 걸린 단독과 하마평 기사가 오가는 검사와 취재기자 간의 밀월, 또 그 어느 정부 부처 출입 기자단보다 엄격한 대법원 기자단의 카르텔 등등. 이러한 배경을 두고 PD수첩에 출연한 익명의 한 현직 검사는 이렇게 평했다.

"우리 검찰은 보고가 반이고 언론플레이가 반이란 말이에요. 솔직히 법원행정처 압수수색 영장 계속 기각 나니까 (검찰에서) 언론플레이해서 결국 법원에서 받아내잖아요. 우린 모든 게 언론플레이에요. 여론전도 해야 영장도 (잘) 나오고 당사자들한테 압박도 되고 당사자들 정신적으로 무장해제 시키는 것도 되잖아요. 망가뜨리는 거란 말이에요."

남은 질문들

"검찰보도는 보도의 정확성보다는 보도의 시의성, 속보 경쟁의 압력이 훨씬 더 센 곳입니다. 수사단계에서 언론이 밝히는 여러 가지 피의사실은 사실인 것과 사실이 아닌 것이 뒤섞여서 다 혐의로 드러나고 나중에 공판에서는 언론이 거의 보도하지 않고요."

<PD수첩>과 인터뷰한 엄경철 KBS 신임 보도국장이 설명한 검찰보도의 현재다. 이례적으로 MBC 카메라 앞에 선 엄 보도국장이 최근 출입처 제도 폐지를 선언한 것도 이러한 폐해를 염두에 둔 강경책이라 할 수 있다. 사실 <PD수첩>의 문제 제기가 새로운 것도 아니었다. '조국 대전'은 이러한 검찰발 기사의 문제점을, 출입처 제도의 폐해를 온 국민에게 인식시킨 전례 없는 계기였고, 유의미한 질문들을 남긴 바 있다.

왜 다수 법조 기자들은 검찰의 시각만을 반영하는가.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의도적으로 흘린 피의자의 혐의나 공소 사실은 모두 진실인가. 또 이를 언론이 무비판적으로 검증 없이 보도하는 것은 무조건 '알권리'에 해당하는가. 또 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비롯해 검찰 내부의 부정과 비리를 고발하는 기사들은 극소수인가.

'윤석열 검찰'이 '조국 대전'에 뛰어든 지 5개월. 그때나 지금이나 피의사실공표를 비롯해 다수 언론의 논리는 '국민의 알권리'로 귀결된다. 검찰발 보도 역시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이른바 '유재수 감찰 중단' 의혹이나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이 확대일로를 거치면서 검찰이 주어인 기사들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자기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개별 언론을 길들이는 듯한 검찰은 언론 플레이를 그만둘 수 있겠는가. 과연 법조기자단은 카르텔이란 문제제기 앞에, 출입처 제도 폐지란 국민의 목소리 앞에 당당할 수 있는가. 검찰은 검찰 비위부터 감찰하고, 또 법조기자단은 그런 검찰 비위를 당연시 기사화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물음 앞에 당당할 때, 검찰이, 대법원 기자단 22명이 <PD수첩>에 '유감'을 표할 수 있지 않겠는가.

태그:#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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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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