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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7일 금요일, 금오름나그네 7명이 대병악 탐방에 이어서 소병악을 올라갔다. 대병악을 내려오니 큰 길이 나타났다. 대.소병악 사이에 있는 길이다. 처음 주차장에서 계속 올라오는 길인 것 같다. 오른쪽 측 남쪽으로 가면 주차장이다. 왼쪽으로 가서 소병악을 올라가기로 정한다. 
 
대병악 내려오는 길에서 터진 말굽형 소병악이 잘 보인다.
▲ 소병악 전체 모습 대병악 내려오는 길에서 터진 말굽형 소병악이 잘 보인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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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병악 내려오면서 앞을 보면 소병악 터진 분화구가 잘 드러난다. 소병악은 서남쪽으로 터진 말굽형 화산체다. 대병악보다 약 20m 정도 낮고, 전체 규모는 대병악의 1/2쯤 된단다. 대병악은 옆모습만 보이고 소병악은 전체가 다 보여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진다.

왼쪽으로 가면 오름 올라가는 길이 나타나야 할텐데 걱정하면서 간다. 조금 더 가니 오름 올라가는 좁은 길이 나타났다. 다행이다 싶었다. 올라간다.
 
분화구능선에 나 있는 오름 올라가는 좁은 길
▲ 올라가는길 분화구능선에 나 있는 오름 올라가는 좁은 길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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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사라지자 모두들 말이 없어졌다. 분화구 능선이 좁고 그런 곳에 길을 냈으니 좁을 수밖에 없다. 길은 좁고 띄엄띄엄 올라가는 사람들은 말이 없다. 편안하다. 아랫쪽은 경사도 완만하여 힘도 들지 않는다.

다들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나처럼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를 궁금해 하고 있을까? 생각하는 것보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기가 더 힘들다는데, 말도 그것과 비슷하다.
 
소병악 산지기막사로 바람을 막고 간식을 먹는다.
▲ 간식 소병악 산지기막사로 바람을 막고 간식을 먹는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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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가 100m쯤 되니 금방 올라와 버렸다. 정상에 도착했다. 산지기 막사가 홀로 서 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댄다. 제법 춥다. 막사를 바람막이 삼아 좁은 공간에서 간식을 푼다.

성읍 사는 정형이 밤과자를 한 상자 가져왔다. 젊은 시절, 일 끝내고 귀가할 때 많이 사 간 과자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도 밤과자에 손이 절로 간단다. 부인 김여사는 빠졌는데 대신 우리가 신났다.

삶은 계란도 먹는다. 임 사장이 소금을 듬뿍 찍어 드신다. 부인이 걱정한다. 이래서 음식 특이하게 먹는 사람들 이야기가 줄줄이 나온다. 식용유에 밥 말아 먹는 사람도 있단다. 등산할 때 간장병을 들고 다니면서 마시는 사람도 있단다. 재미있다. 
 
산방산이 멀리 솟아 있고, 대병악이 가까이 보여 좋은 대비를 이루고 있다.
▲ 소병악 전망 산방산이 멀리 솟아 있고, 대병악이 가까이 보여 좋은 대비를 이루고 있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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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니 전망이 대단하다. 저 멀리 산방산이 볼톡 솟아있고, 왼쪽에는 이등변삼각형 대병악이 뿌리박힌 듯 자리잡고 있다. 해는 구름 속에 숨어서 빛을 발산하고 있다.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감돈다. 나무들이 바람을 잠재워 버렸으나 바람소리는 험악하다.

내려가는 좁은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위에서 너무 많은 말을 해 버렸는지, 또 말이 없다. 어느 새 큰 길까지 와 버렸다. 이젠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주차장에 도달했다. 시간이 남아 가까이 있는 유명한 건축물 방주교회에 가기로 합의한다.
 
대소병악은 생김이 비슷해서 쌍둥이(골래기) 오름이라 불린다.
▲ 대소병악 골래기오름 대소병악은 생김이 비슷해서 쌍둥이(골래기) 오름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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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려왔다. 길가에서 대병악과 소병악이 한눈에 들어온다. 역시 대병악의 규모가 소병악의 두배는 충분히 될 것 같다. 길에서 보니 쌍둥이(골래기) 오름이 맞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무난했다. 내가 운전해 온 내 차는 전기차다. 산 지 3년이 좀 넘었다. 갑자기 차 문이 열리지 않았다. 차량용 리모콘 키가 방전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바람이 거세 추위가 대단하다. 우리가 사는 표선으로부터 100리 가까이 떨어진 첩첩산중(?)에서 당한 낭패였다. 

보험긴급출동 요청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세상에! 전화를 했더니 온단다. 15분쯤 밖에 안 걸린단다. 그래서 출동차가 도착해서 차 문을 열었고, 건전지도 갈아주었고, 우리는 집에 올 수 있었다. 우리 모두는 다른 입으로 한 소리를 냈다. "우리나라 서비스가 세계 최고다." 방주교회 탐방은 생략하고 말았다. 
 
대병악을 내려와 소병악 분화구 능선을 한바퀴 돌고 내려왔다.
▲ 대소병악 탐방로 대병악을 내려와 소병악 분화구 능선을 한바퀴 돌고 내려왔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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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병악은 등성이를 타고 올라가 분화구 능선으로 내려왔고, 소병악은 분화구 능선을 완전히 한바퀴 돌았다. 낭패를 무사히 극복하고 표선으로 돌아온 금오름나그네들이 아우내순대집으로 갔다.

병악, 아우뫼에 올랐으니 병천, 아우내 순대를 먹어야 된다고 했다. 어린애들 군것질하듯이 여러 음식들을 막걸리와 함께 조금씩 조금씩 많이 먹고 낭패는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태그:#소병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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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낚시도 하고 목공도 하고 오름도 올라가고 귤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아참 닭도 수십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은 지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개도 두마리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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