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코너스툴
 코너스툴
ⓒ 김예림

관련사진보기


경기 북부 동두천 지행역 사거리, 중앙프라자 4층 비상구 앞엔 '코너스툴'이란 책방이 있다. 권투 선수가 싸우다 잠시 쉬는 링 구석 자리 의자를 코너스툴이라고 한다. 2017년 문을 열고, 4년째 영업 중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천장까지 낮은 책장과 지그재그 모양의 책꽂이가 있다. 창가에는 체크무늬 보를 씌운, 열 명은 거뜬히 앉을 테이블이 있는데 모두 제각각인 디자인의 의자가 자리를 채우고 있다. 책장에 기대 세워 둔 기타 하나와 주황빛 조명, 회색 소파와 벽면의 TV가 온기를 더하는 곳이다.

지난 11월 14일, 코너스툴 사장 김성은씨를 만나 1층의 제과점마저 문을 닫는 이곳에서 "배도 채워주지 않는데, 심지어 답도 주지 않는"* 책을 팔기 시작한 이유를 물었다.

자신을 책방지기라고 소개하는 성은씨는 지금은 문을 닫은 독립서점 '51페이지' 대표의 강연을 듣고 책방을 열었다. 이전까지 책방 운영이란 '먼 훗날 하면 좋겠다' 싶은 뜬구름 잡는 꿈이었지만, 마치 돌 던지듯 툭 '책방'이 마음에 자릴 잡았다고 한다. 그는 코너스툴을 책을 파는 것을 넘어선, 독자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테이블 몇 개를 붙여 보를 덮었다.
모임 때면, 성은 씨와 손님들은 이 자리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테이블 몇 개를 붙여 보를 덮었다. 모임 때면, 성은 씨와 손님들은 이 자리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 김예림

관련사진보기

책장에 기대어 둔 기타 하나
 책장에 기대어 둔 기타 하나
ⓒ 김예림

관련사진보기


"모르는 얼굴들이 찾아와 준다면, 정말 반가울 거예요"

단순히 멋진 상품을 장식하고, 책을 진열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원래 책보다는 책방 인테리어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손님에게 무슨 책을 권할지, 모임에서 어떤 책을 추천할지 생각한다. 책방지기는 독자를 위해 독서·필사와 낭독·글쓰기 모임들을 열고, 때때로 작가 초청 강연을 준비하거나 독립영화를 소개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주춤했지만, 지금도 SNS(@cornerstool)로 소규모 모임을 연다.

어떤 사명감으로 시작한 활동은 아니었다. 성은씨는 책 열 권을 팔아야 만 원 두 장을 쥐는 책방 운영의 현실을 말했다. 그러나 이 공간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고르는 손님, 함께 하자고 공모사업 등을 알려주는 단골이 생기며 손님들과 쌓은 우정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진다고 밝혔다.

"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적어, 방문객이 늘 아는 얼굴이란 게 아쉬울 뿐이죠. 모르는 얼굴이 코너스툴을 찾아와 함께 책을 읽는다면 반가울 거예요."

진열할 책을 고르거나 강사를 초청할 때, 제일 고려하는 것도 손님이다. 그는 어떤 책을 추천할지 고민하면서도, 손님이 묻기 전까진 의견을 내지 않는다. 독서모임을 위한 책도 모두 손님들이 투표해 고른다고 한다.

코너스툴의 주인공은 사장이 아니라, 책을 읽고 이야기하고 나누고 싶은 모두다. 책방지기는 그저 진행을 돕고, 독자들이 고른 책을 준비하는 역할을 한다.    
 
성은 씨는 노트북을 올려놓고 인터뷰 중 이따금 무언가 적었다.
 성은 씨는 노트북을 올려놓고 인터뷰 중 이따금 무언가 적었다.
ⓒ 김예림

관련사진보기


김성은씨는 작가이기도 하다. 코너스툴을 운영하며 수필집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을 출간했다. "우리들의 이야기라, 손님들은 뭉클하게 읽어주셨어요. 그렇지만 제 책이 다른 독자에게도 그런 감동을 줄지 잘 모르겠어요." 그는 아직 작가라는 이름은 과분하다며 말을 골랐고, 자신을 책방지기 '스투리(코너스툴+이)'라고 불러주길 바란다 밝혔다.

'스투리'로서 책방을 어떻게 꾸밀지 롤모델에 관해 묻자, 성은씨는 나지막이 웃었다. "책방은 주인을 닮아요." 여행차 방문한 부산에서, 대체 누가 꾸민 걸까 호기심이 생기는 멋진 서가를 봤지만, 그 경험은 코너스툴을 꾸려나가는 것과는 별개라고 답했다.

요즘은 약국 한 쪽에서 책을 파는 '아직 독립 못 한 책방' 등에도 관심이 간다고 한다. 책방 운영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고 귀띔했다. "아무도 앞을 확신할 수 없는 위험한 시대예요." 성은씨는 누군가 안전장치 없이 서점업에 뛰어들어, 인생의 낙을 잃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저는 성급하게 일을 벌이는 바람에 고생했죠. 그런데도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잘했어' 칭찬할 거예요. 책은 나쁜 경험을 주지 않아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손님과 함께 책방을 꾸려나가는 스투리는 오늘도 작은 쉼터 코너스툴에서 "사랑하는 책과 작가와 글쓰기 말고는 아무 얘기도 안 하는 삶"**을 꿈꾼다.

"연말을 기다리고 있어요. 난로를 피우고, 정말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요양할 거예요."

*김성은,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책과이음, 37p
**위의 책, 168p

덧붙이는 글 | 12월 코너스툴은 일-목요일 오후 4~9시 문을 열며,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으로 평일 모임은 중단한 상태입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와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gomyr2020)에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코너스툴, #독립서점, #책방, #서점, #인터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공부 중 곰씨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