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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방안에 대한 비판보다 긍정적 반응이 크다. 공급을 늘린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공급위주의 정책은 부동산 관련 거대 산업의 이해관계를 반영한다. 주택 물량 확대는 부동산 투자 수요를 떠받치게 되면서 부동산 자산가들의 이해관계 또한 충족시켜 주었다. 국토교통부의 표현 그대로 획기적 확대방안은 무주택자 국민들에게도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만들었다.

변창흠국토부장관은 주택공급방안을 발표한 다음날인 2월 5월 동자동을 방문하여 '서울역 쪽방촌 정비계획'을 발표했다. 동자동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의 상징이었다. 서울역 인근 대기업 빌딩숲에 둘러싸인 저층주거지인 동자동은 30년 이상 노후 건축물이 80% 이상으로 민간 주도로 재개발이 추진됐으나 쪽방 주민들의 이주대책이 부족해 해법을 찾지 못했다.

동자동에 적용된 소규모재개발사업은 역세권, 준공업지역에 다양한 기능이 혼재된 지역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역세권 또는 준공업지역의 노후건축물이 대부분인 지역에 용적률을 700%까지 상향하는 건축규제를 완화하고 용적률 상승분의 50%를 기부채납토록하는 해법을 찾은 것이다. 발표된 공급 방안의 위험 관리 방안이 돋보였다. 구체적인 입지 물량은 추후 공개한다고 부동산가격 불안 요인을 차단한 것은 신의 한 수 였다. 마지막으로 다변화된 공급방안이 발표되었다.
 
동자동 쪽방촌의 현재 모습
▲ 동자동 쪽방촌의 현재 모습 동자동 쪽방촌의 현재 모습
ⓒ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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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질 수 없는 '공(空)약'

그러나 국토부가 주장하는 획기적 공급방안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해법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 우선 공급 자체의 비현실성이다. 83만 6000호는 2021년에서 2025년까지의 5개년 장기 계획이다. 이 중 대부분이 문재인 정권이후인 2022년 이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책임질 수 없는 '공(空)약'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변창흠 장관도, 문재인 정부도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 대책 발표를 위한 공약일 뿐이다.

단기공급확대방안이라는 이름의 비주택리모델링 사업과 신축매입약정 사업을 발표했다. 단기공급확대방안 10만 1000호 중 올해 공급 물량은 1.9%인 2000호에 불과하다. 이것도 심지어 건축허가 기준이다. 신축매입약정사업의 경우 2021년, 2022년 모두 한 채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 결국 올해 안에 한 채도 공급하지 못하는 사업을 단기공급확대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것이다. 국토부가 이번 공급확대정책을 포장하기에 얼마나 바빴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연도별 공급계획으로 다시 정리하면 위의 표와 같다. 이번 주택공급물량 83만 6천 호 중 결국 문재인 정부 임기 중 할 수 있는 주택공급은 2021년 4만 8400호, 2022년 8만 6200호로 총 13만 4600호에 불과하다. 단기공급방안의 허구를 지적했듯 이 또한 부지확보, 지구지정일 뿐이며 실질적으로 주택 공급의 시점과는 다르다.
 
국토교통부 보도 자료 편집
▲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물량 국토교통부 보도 자료 편집
ⓒ 설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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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사는 것(BUY)이 아니라 사는 것(LIVE)

문재인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정책은 최대 공급을 경신해왔다. 그러나 공급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소득이 따라잡지 못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서민 중산층의 주거 불안은 더욱 심해졌다. 국토부도 잘 알고 있듯이 부동산시장이 불안한 이유는 초저금리와 역대 최대 규모의 유동성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런데 여기에 주택공급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발상이다. 집 값을 따라갈 수 없는 소득의 문제 또한 심각하다. 2020년 3분기 기준 서울 지역 아파트 PIR(Price to income ratio),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12.2였다. 중위소득자가 중위아파트를 구입하는데 12.2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KB부동산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정된 토지에서 그것도 수도권에 집중된 부동산 매입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공급을 늘린다는 것이 얼마나 가능하겠는가?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마저도 획기적일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제는 공급 위주의 정책이 대안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2022년 3월인 대선을 염두에 둔다면 사실 올해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마지막 기회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실현 불가능한 공급 위주의 정책보다 시민의 삶의 바꿀 수 있는 실질적 주거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변창흠 장관이 장관으로 기용된 것은 '주거정책 전문가'로서 살아온 이력이 뒷받침 되었다. 청문회 당시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장관 임명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펼쳐온 진보적 주거정책, 주거 문제 해결에 대한 시민들의 바람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공급위주 정책에서 주거복지 정책으로 방향 전환해야

"아기가 어릴 때 시흥으로 이사를 와서 20~30년 살았거든요. 신천동, 대야동에 이런 빌라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첫날은 정말 충격 받았어요. 계단에 서면 마스크를 썼는데도 헛구역질할 정도예요."
"집이 아이를 키울 환경이 도저히 아니었어요. 냄새부터 시작해서 '쓰레기 집'이라고 할 정도의 집들이 있었어요. 도로 가에 있는 지하는 침수를 많이 받은 집인데. '이게 사람이 살 만한 집인가?' 느껴질 정도였어요. 안에 들어가니까 냄새로 숨이 쉬어지지 않는 거예요. 햇빛도 하나도 안 들어오고요."
<시흥시 지하주거실태조사. 아동 거주 현황 인터뷰>


2020년 주거복지 선도 지자체인 시흥시에서 진행한 취약계층주거실태조사 중 지하주거실태조사의 일부이다. 시흥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전체 가구의 18%인 90가구가 18세 미만 아동을 키우고 있었다. 주거는 프라이버시의 영역이다. 하기에 주거취약계층의 실태는 애를 쓰고 노력해야만 실태를 알 수 있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 여전히 쪽방, 고시원 비주택 가구는 증가하고 있다. 2019년 10월 국토부는 포용사회를 위한 주거복지 사각지대 해소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쪽방, 고시원 등 비주택가구는 2016년 37만 가구가 2018년 43만 가구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비주택으로 포함되지 않는 반지하가구는 36만 가구다. 2010년 주택총조사의 결과다. 실수요자 중심의 사각지대 없는 포용적 주거정책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에서 비주택가구가 늘었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하다.

코로나 시대 집의 의미는 더욱 커져 가고 있다. 방역의 최전선으로서 집의 의미를 각인해야 한다. 직장이자 학교인 집이 안전하지 않은 이웃이 있다면 우리의 일상 또한 안전할 수 없다. 코로나시대 우리의 안전한 일상으로서 취약계층의 주거문제에 집중해야 방역에도 성공할 수 있다. 공급 실적 확대에서 쪽방, 고시원 비주택과 반지하가구 구체적 대상을 향한 주거 개선으로 목표가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최저주거기준을 현실화 시켜야 한다. 2011년 개정된 최저주거기준은 주거면적, 설비기준 이외의 구조, 성능, 환경기준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 주거복지 정책을 표방했지만 여전히 비주택 가구가 줄어들지 않는 주택의 질 개선에 대한 법적 기준이 개선되지 않는 사정과 연관되어 있다.

둘째 주거급여법의 내용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 2020년 주거종합계획에 따르면 주거급여 수급자는 113만 가구로 중위소득 45% 이하 가구에게 지급되고 있다. 그러나 주거급여 수급자들의 주거현실은 들여다보지 않는다. 주거급여가 주거급여로서 역할을 하려면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주거급여 대상과 급여액의 증액 뿐만 아니라 주거급여법 11조를 개정하여 최저주거기준 미달여부를 확인 조사하여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의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주택 가구에 대한 밀착지원이 추진되어야 한다. 2018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주택거주자의 92%가 주거복지 프로그램 이용 경험이 없었다. 비주택거주자의 주거복지 프로그램 미이용 이유의 30%가 프로그램을 몰라서였고 31%는 자격 미달이 될 거라는 예상을 하고 주거지원을 포기한 경우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대상자에게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주거지원 수요 발굴을 위한 현장인력 확충이 되어야 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이 성공한 장관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실패한 정책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과감히 '집은 사는 것(BUY)이 아니라 사는 것(LIVE)' 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를 바로 잡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정의당 소속 용산구의원이며 정의당 반지하주거권실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태그:#변창흠, #국토교통부,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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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대안적 개발을 모색하고, 생태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입니다. 불평부당한 사회를 민의 힘을 믿고 바꿔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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