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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2021.4.22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2021.4.22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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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저서 <폴리티컬 마인드>에서 '우리 뇌 속의 신경 체계는 상호 억제를 위해, 즉 모순적인 가치 체계가 서로 다른 맥락에서 사용되도록 설정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중개념'이란 용어를 설명하면서 '두 개의 세계관이 하나의 뇌에 존재하더라도 서로 겹치지 않는다면 삶의 영역에서 양립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진정한 이중개념의 소유자는 결코 자신을 위선자로 보지 않을 것이라는 '내로남불'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였다.

- '내로남불'에 대한 이론적 고찰(<한국일보> 2021.4.26)

정리하면 한 사람의 머릿속에 상반된 생각이 동시에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이다. 가령 A라는 사람이 B라는 행동을 한다. C는 A가 B를 한 것은 나쁘다고 비난한다. 그런데 C도 B를 한다. C는 자신이 한 B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다고 여긴다. 같은 행위에 대해 '나쁘다'와 '그럴 수 있다'라는 서로 모순된 가치 체계가 자기 자신이 했을 때와 남이 했을 때라는 서로 다른 맥락에서 문제  없이 작동하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 정권이다. '강남과 비강남', '다주택자와 무주택자'로 편을 갈라 적폐몰이를 하고서 뒤에서는 온갖 부동산 적폐를 쌓아왔다. 강남 아파트를 사수하며 '강남 불패'를 몸소 실천했던 청와대 권력자들이 있었다. (이하 생략)

- '위선 정권'의 부동산 적폐를 끝까지 밝혀내겠다(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 논평 2021.3.9)

국민의힘은 "강남 아파트를 사수"하는 청와대 인사들을 비난했다. 지난해 7월 청와대 직원 다주택 처분 당시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이 강남 아파트를 놔두고 세종시 아파트를 처분한 것과 노영민 청와대비서실장이 강남 집을 남기고 청주 아파트를 매도했다가 비난을 받고 강남 아파트마저 판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런데 자당 소속 의원들도 "강남 아파트를 사수"했다.
 
26일 <한겨레>가 '2021년 국회의원 정기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서울 지역구' 의원 총 204명 중 서울에 집이 있는 의원은 75명(37%)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27명, 국민의힘 41명, 무소속 7명이다. 이중 '강남 3구'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절반이 넘는 38명이었다. 국민의힘이 20명으로 가장 많았고, 민주당 12명, 무소속 6명이었다.

- 지역구 국회의원 75명 '서울 집주인'…강남3구 보유는 38명 달해(<한겨레> 2021.4.27)

이 기사에 따르면 지역은 전세이고 서울만 집을 보유한 국민의힘 의원은 23명이고 지역과 서울 모두 집이 있는 국민의힘 의원은 13명이었다. 지역엔 전세도 없고 서울에만 집이 있는 국민의힘 의원은 5명이었다. 모두 해서 41명인데 이중 20명이 강남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거주지에 따른 피선거권 제한이 없다. 따라서 서울 강남에 아파트가 있다고 해서 다른 지역에서 출마한 것이 위법은 아니다. 그러나 비서울 지역구민은 언짢다. 선거에 출마했을 때는 지역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쯤은 밝혔을 텐데 지역 거주지로 사무실 전세 하나 있거나 심지어 아예 없기도 하니 말이다. 

대구광역시 중구남구를 지역구로 둔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투표했을 때 지역민들은 곱지 않은 눈길로 봤다. 곽상도 의원은 서울에는 본인 명의, 대구에는 배우자 소유 집이 있다. 
 
곽 의원이 SNS에 서울시장 투표 인증을 한 뒤 대구시민들 사이에선 비판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곽 의원의 게시물에 "지역구는 대구인데 왜 주민등록이 서울에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대구는 인구가 부족해 빌려올 처지인데 좀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 지역 언론은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 대구시당 위원장이자 내년도 대구시장 선거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그라면 더 모범을 보였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  "대구시장 한다더니 서울시민" 곽상도 투표인증샷에 뿔난 대구(<중앙일보> 2021.4.9)

비서울 지역구 의원들의 이런 처신은 청와대 인사들과 비교해 더 비난을 받아도 할 말 없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강남 사수' 의원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 

(민주당의 비서울 지역구 의원도 마찬가지다. 다만 민주당의 내로남불은 이미 너무 유명해 생략한다.)    

모순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체로 자기가 옳다며 자신에게 관대한 편이다. 보통 사람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사회 지도층의 '내로남불'이 비판받는 것은 개인 생존에만 유리한 이기적인 유전자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이타적 밈(meme)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런 역할을 기대하고 권력을 위정자들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 '내로남불'에 대한 이론적 고찰(<한국일보> 2021.4.26) 

태그:#강남 부동산, #국회의원,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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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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