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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 혼례, 상례, 제례 등을 일컫는 '관혼상제'는 특유의 종교, 문화와 풍습이 녹아 있다. 그 중, 장례식은 기후, 생활환경과 함께 종교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문화다.

한국에서는 불교의 영향이 컸던 통일신라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장례식장은 절이었지만, 유교가 강했던 조선 시대에 접어들며 집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부터 많은 것이 훼손되었다. 그 후, 전쟁, 산업화, 서구식 문화의 유입 및 상업성 등으로 전통 장례문화도 어느새 국적 불명으로 변질했다. ?

나는 운 좋게 수십 년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인종, 종교와 문화의 장례 풍습을 경험했다. 이슬람교, 유대교, 힌두교, 시크교 등 주요 타 종교의 장례 풍습은 국내 외국인 250만인 세계화 시대를 살면서도 우리에겐 아직도?낯설기만 하다.?[기자말]
영화배우 메릴린 먼로, 엘리자베스 테일러, 기네스 패트로우, 다니엘 래드클리프, 잭 블랙, 위노나 라이더, 해리슨 포드, 커크 더글러스, 우디 알랜, 더스틴 호프만, 바바라 스트라이샌드, 스칼렛 요한슨, 갤 가돗, 가수 빌리 조엘, 폴라 압둘,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자본론>의 카를 마르크스, 노벨상을 받은 밥 딜런, 헨리 키신저, 아인슈타인,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주인공 샤일록의 공통점은 "유대인"이라는 것이다.

유대인의 조상은 아브라함, 이삭, 야곱이다. 최초 히브리어 경전인 구약 창세기에 따르면, 아브라함은 기원전 2000~2300년 사이에 우르 카스딤(남부 이라크 추정)에서 태어났다. 이 아브라함으로부터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시작했다.

유대인들은 유일신을 믿고 따르는 유대민족만이 현생과 사후에서도 보상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메시아(구세주)가 오면 영생하고, 죽었던 자들도 환생하고, 유대인의 특별한 땅인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 성전을 세운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신이 6일간 세상을 만들고, 7일째 날엔 쉰다며 시작한다.

원래 유대인 남자들은 집밖에서 머리를 노출하고 자기 키만큼의 길을 걸으면 안 된다. 그래서 모든 유대인 남자들은 키파라는 챙 없는 동그란 모자를 정수리에 쓴다. 그러나, 담비, 여우, 족제비 털로 만든 수백만 원짜리 스트라이멀(커다란 털모자)을 쓰는 남자들도 있다.
 
담비, 여우, 족제비 털로 만든 수백만 원짜리 스트라이멀을 쓰는 하레디들은 무슬림과 연대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기도 한다.
 담비, 여우, 족제비 털로 만든 수백만 원짜리 스트라이멀을 쓰는 하레디들은 무슬림과 연대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기도 한다.
ⓒ Bill/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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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남자와 여자를 창조해…생육하고 번성하라"는 구약 창세기 1장 28절을 확실하게 실천하는 초 극단적 집단, 하레디다. 남자는 흰 셔츠, 검은 코트에 수염과 구레나룻을 길게 꼬아 기른다. 결혼한 여자는 머리카락을 타인에게 보이면 안 돼 삭발하고 가발을 쓰거나, 아예 이슬람의 부르카처럼 검은 큰 천을 머리부터 뒤집어써 온몸을 가리기도 한다.

이들에겐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전화, 카페, 식당, 극장도 금기다. 연락이나 소식은 벽보나 쪽지로 대신한다. 원래, 시작은 이스라엘 건국 초기 유대인의 정체성을 되찾자며, 토라를 연구하면 병역 면제와 수당 혜택을 주기 시작했다. 그 수가 현재 지구상에 약 180만 명이고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하레디란 단어는 구약 경전 아시야서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할 때까지 토라를 읽으며 하나님을 섬기는 삶을 산다"에서 따왔다. 이들은 무슬림과 연대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기도 한다.

시오니스트는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 국가를 세우는 시온주의를 주장하는 극우 유대민족주의 집단으로 하레디와 앙숙이다. 시오니스트들은 전 세계에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큰 영향력을 펼치며 친 이스라엘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하레디는 시오니스트가 지지하는 이스라엘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어 시민권도 거부한다. 이들이 시오니스트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는 하레디 지역의 벽에 붙은 '시오니스트 출입금지' 공고를 보면 알 수 있다.
 
 하레디 지역의 ‘시오니스트 출입금지’공고문.
  하레디 지역의 ‘시오니스트 출입금지’공고문.
ⓒ El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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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셔는 비늘과 지느러미가 없는 어류, 갑각류, 어패류와 땅에 살며 비늘이 있는 파충류, 돼지 등을 제외한 유대교 율법에 따른 식음료다. 발굽이 갈라지고 되새김질하는 초식동물을 도살해 피를 완전히 뺀 것 등 이슬람의 할랄과 비슷해 무슬림은 코셔를 허용한다.

그러나, 유대인은 원칙적으로 할랄을 불허하지만, 이스라엘 외에서는 코셔의 구분과 인증이 복잡하고 비싼 가격 등의 이유로 쉽게 구할 수 있는 할랄로 대체하는 편이다.

유대인은 하루 세 번 기도할 때, 탈릿(큰 직사각형 숄)을 들러 쓴다. 그리고, 티펄린(유대교 성구함)이란 두 개의 조그만 가죽 상자 중 하나는 팔뚝과 팔에 가죽끈으로 일곱 번 감아 고정한다. 왼손잡이는 오른팔, 오른손잡이는 왼팔에 한다. 또 다른 상자는 가죽끈으로 목과 머리둘레에 묶어 앞이마에 고정한다.  
유대인은 하루 세 번 기도할 때, 탈릿을 들러 쓰고, 티펄린을 이마와 팔목에 착용한다.
 유대인은 하루 세 번 기도할 때, 탈릿을 들러 쓰고, 티펄린을 이마와 팔목에 착용한다.
ⓒ Alice Mendel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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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가르침인 토라의 네 구절을 손에 묶고, 두 눈 사이에 놓아 항상 명심한다는 의미다. 터펄린 안에는 양피지에 손으로 쓴 토라 구절이 들어있다.  

유대교도 이슬람교와 같이 무더운 중동에서 유래해 사망 후 24시간 내 빨리 장례를 치른다. 영혼이 하늘로 떠났으니 육체를 빨리 매장하는 게 망자에 대한 예의라 여긴다. 방부처리나 화장은 금하고 육체가 자연으로 돌아간 후 환생할 수 있게 매장한다.  

사망하면 가족이 고인의 머리맡에 촛불을 켜고 기도한다. 장례식은 히브리어로 레바야, '망자를 명예롭게 무덤까지 따른다'라는 뜻으로 시나고그(유대교 사원)에서 행한다. 체브라 카디샤(신성한 봉사자 무리)가 장례절차를 진행하며 비용도 부담한다. 영혼이 안 보이게 거울을 가리고, 유대교 전통 의식에 따라 시신을 물로 씻기고 흰 수의를 입힌다. 무덤에 매장할 때까지 가까운 이들이 항상 시신 곁에 있는다.

관을 든 운구자들은 장지로 가며 일곱 번 걸음을 멈추며 고인을 애도한다. 남자 추모객은 어두운색 정장에 키파를 쓴다. 여자는 어깨를 가리고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입고 발가락을 덮는 신발을 신는다.

유족은 상의 깃, 주머니 등을 찢거나 검은 천 조각을 옷에 매달고 곡을 해 슬픔을 표현한다. 예전에는 곡을 전문으로 하는 꾼도 불렀단다. 관이 장지에 도착하면 지인들과 가족, 랍비(종교 선생)의 추도사가 이어진다. 랍비가 "엘 마레 라하미임(자비가 충만한 하나님)" 추도를 하면, 추모객들은 "아멘"이라 답한다. 장례식장에는 꽃을 놓거나 보내지 않는다.  
유대인의 관은 못 없이 나무로만 소박하게 짜고, 빨리 부패하게 구멍도 낸다. 추모객들은 돌아가며 뒤집은 삽등으로 흙을 떠 관에 뿌린다. 삽은 손으로 건네주지 않고 흙을 뿌린 후 땅에 꽂아 다음 사람이 집게 한다. 우리도 언젠가 죽을 운명이라는 의미로 땅의 잡풀을 뽑아 뒤로 던진다. 무슬림처럼 비석 위에 조그만 돌을 놓아 추모한다.

매장 후 7일간 애도의 뜻으로 집안에 촛불을 켜 놓는다. 그리고, 30일째 날까지 추모 기도를 한다. 만약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면 1년간 추모한다. 장례식은 남은 가족과 친지들이 세상을 떠난 가장 가까운 이의 마지막을 그들의 종교를 통해 배웅하는 가장 슬픈 축제다.
 
유대인도 무슬림처럼 비석 위에 조그만 돌을 올려 놓아 추모한다.
 유대인도 무슬림처럼 비석 위에 조그만 돌을 올려 놓아 추모한다.
ⓒ Rabbi David Wol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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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부오트(오순절)는 약 3333년 전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5권의 두루마리 구약 경전, 토라를 신에게 바친 날이다. 또, 유대교의 3대 절기 중 두 번째로 고대 시대 밀을 심고 7주 후 수확하는 50일째 날이다.

처음 수확한 야자 열매, 무화과, 포도, 올리브, 석류, 밀, 보리 등 일곱 수확물을 시나고그에 바친다. 신은 유대인에게 토라를 주었고, 유대인은 신에게 수확물로 봉헌한다.

유대인은 샤부오트 때 치즈, 요구르트 등 유제품을 먹도록 허락한 하나님을 기린다. 탈무드를 보면 유대인들은 토라를 받기 전까지 유제품은 살아있는 동물의 일부분으로 생각해서 먹지 못했다.
 
유대인은 샤부오트 때 치즈, 요구르트 등 유제품을 먹도록 허락한 하나님을 기린다.
 유대인은 샤부오트 때 치즈, 요구르트 등 유제품을 먹도록 허락한 하나님을 기린다.
ⓒ Ethel G. Hof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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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교에서는 천지창조 이전을 언급하는 차체가 불경이다. 또,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는 십계명을 지켜 신(God)을 G‑d라고만 쓴다. 서구 문명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적 상징인 유대교 상징 메노라(일곱 가지의 촛대)는 7일, 한 개의 중앙 촛대는 신과 안식일을 뜻하고, 양쪽 여섯 개의 촛대는 인간을 뜻한다.

한국전쟁 때 처음 유대인이 한국 땅을 밟은 후, 지난 2008년 4월에야 최초의 사나고그 '카바드 하우스'가 서울에 문을 열어 랍비도 상주하고, 코셔 제품도 판다. 시나고그는 이스라엘 본토에서 공수한 토라 필사본이 있어야만 문을 열 수 있다. 국내에는 약 200여 명의 유대인이 살고 있다. 올해의 샤부오트는 5월 16일 저녁부터 18일 저녁까지이다.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바닷가 거리, 카페 등엔 군복에 총을 멘 남녀들로 시끌벅적하고, 사바스(토요일)는 휴무라 목, 금요일 밤이 우리 주말처럼 술집, 나이트클럽이 동틀 때까지 북적거린다.

하레디나 시오니스트가 아닌 내가 경험한  평범한 유대인들은 적당히 세속화돼 햄버거도 먹고, 코셔를 무시하고, 장례 시 화장도 용인하는 등 유대 교리를 안 따른다. 그러나, 유대교는 아직 타 종교보다 폐쇄적인 분위기고, 혈통성이 강한 민족 종교라 개종은 결혼만이 가능하다.

지구상에 유대인 인구는 약 1470만 명으로 전체 지구 인구의 약 0.2%에 불과하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자의 20%를 차지했고, 세계 최고의 정보망을 가지고 있고,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태그:#조마초, #마초의 잡설 , #MACHO CHO, #유대교, #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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