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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깃불 잡아먹고 달리는' 부산 전차가 있었다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1953년 부산 남포동 구덕로 전차
 1953년 부산 남포동 구덕로 전차
ⓒ 부경근대사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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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광복 이후, 일본인을 위했던 부산 전차는 명실상부한 부산시민의 발로서 자리매김했다. 이어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피란민 유입에 따라 부산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통계청에 의하면, 부산 인구는 1949년 47만 명에 불과했지만 1955년 105만 명을 기록했다. 이에 대중교통 수요 증가는 부산 전차 이용객 증가로 이어졌다. 

배형우씨는 어린 시절부터 부산 전차를 탔던 기억이 있다. 그는 "중학교 시절, 1964년 졸업 때까지 영도구 남항동 종점에서 중구 부용동까지 전차로 통학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과 동래온천에 목욕하러 갈 때나 봄에는 벚꽃 구경과 온천천 주변 딸기밭 갈 때 전차를 탔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고 회상했다.

부산시 서구 아미동에 거주하는 김승춘씨 역시 부산 전차가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전차가 정전되면 가다가도 멈추고, 정전이 풀리면 출발했다"면서 "전차가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때는 출퇴근 때는 전차에 사람이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했다. 손잡이 잡으면 최고였고, 앉으면 더 최고였다"라고 말했다.
 
1952년 부산전차, 시민이 전차를 급히 타고 있다.
 1952년 부산전차, 시민이 전차를 급히 타고 있다.
ⓒ 부경근대사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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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59년에 들어서면서 부산 전차의 상황은 바뀌게 된다. 시내 도로가 좁아 전차운행이 되레 교통난을 야기한 것이다. 1963년에는 도로확장으로 전차는 대표적 대중교통 자리를 버스나 택시에 내줘야 했다. <부산 전차운행의 발자취를 찾아서>(표용수, 선인, 2009)에 따르면 '전차 운행이 폐지되기 2년 전 1966년도 부산시 인구는 142만 6019명이었다. 그중 1일 평균 전차를 이용하는 인구는 14만 9335명으로 전체 인구 10%에 그치고 있어 부산 전차 적자 누적액이 눈덩이처럼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차궤도가 너무 낡아서 간선도로 유지상 그대로 둘 수 없'(국제신문, 1959.01.22.)을 정도로 전차 노후화가 심각했다. 이러한 문제로 부산 전차는 결국 1968년 5월 19일 마지막 운행을 마치고 전면 폐지됐다. 배형우씨는 "당시 선로 철거 공사로 파헤쳐 놓은 도로가 생각난다"며 "우리 삶의 한 자락이 추억의 창고 안에 저장됐다"고 소회를 전했다.

사라졌지만 흔적은 남아
 
보존 공사 이전 등록문화재 '부산전차'
 보존 공사 이전 등록문화재 "부산전차"
ⓒ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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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만 해도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부산 서구 부민동2가 1) 법학전문대학원 주차장에 위치한 '부산 전차'(등록문화재 제494호) 관람을 통해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운행하던 전차로, 1952년 무상원조 받아 부산 전차로 활용됐다.

유일하게 남은 이 부산 전차는 2012년부터 1만여 명의 관람객에게 그 모습을 선보였다. 그러나 전차 손상 문제로 전시가 중단돼 2019년부터 보존 공사 중이다. 마지막 단계인 보호각 공사를 마치면 내년 상반기에는 부산 전차를 다시 만날 수 있다. 
 
공사 중인 등록문화재 '부산 전차'
 공사 중인 등록문화재 "부산 전차"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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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에 재학 중인 배지원씨는 "부산 전차가 우리 대학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매일 그 옆을 지나다녔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공사가 끝나면 한번 찾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강민지씨는 "부산 토박이이지만, 부산에 전차가 있었단 사실을 몰랐다. 매체에서만 보던 전차가 부산에도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박창열 학예연구사는 "피란수도 당시 사용됐던 전차로서 부민동 피란수도 유산과 연계해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며, 관람객에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덧붙이는 글 | <동아대학보>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부산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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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알리 부국장, 동아대학보 선임기자, 前 동아대학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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