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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키는 수호나무로, 역사의 일부로, 쉼터로 우리 곁에 있는 보호수. 2020년 말 기준으로 전국 1만3846본, 올해 8월 기준으로 충청북도에는 1223본, 옥천군에는 38본의 보호수가 있다.
한 가지 궁금증이 든다. 보호수는 도대체 누가, 어떤 기준으로 지정하고 또 어떻게 관리하는 것일까?
보호수는 역사적·학술적 가치 등이 있는 노목, 거목, 희귀목으로서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다. 산림보호법 13조에 따라 지방산림청장 및 시·도지사가 이를 지정·관리·해제할 수 있다.
보호수 제도가 처음 생긴 것은 1973년. 당시 산림청은 '산림법'에 따라 보존할 가치가 있는 노목이나 거목을 노거수라 명명해 지정·관리했다. 이후 1980년 법령이 개정되면서 노거수는 '보호수'로 명칭이 바뀌어 산림청이 전국 노목, 거목, 희귀목을 보호수로 지정·관리하는 방식이 됐다.
효율적인 보호수 관련 행정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편이 낫겠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2005년 보호수 관리업무는 지방자치사무로 이양됐고 충청북도는 2009년부터 '충북 사무 위임조례' 개정으로 보호수 지정·해제·관리업무를 각 시장·군수에게 위임한 상태다.
보호수 관리업무의 지방자치단체 위임은, 지자체가 주체가 된다는 장점은 있겠으나 지자체별 차이가 있고 체계를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실제로 2017년,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산림청 보호수 관리 실태를 점검했을 때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전국 약 150여 그루의 보호수가 관리부실로 고사했음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후 2019년 산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보호수 지정대상 확대 ▲시도지사 또는 지방산림청장이 보호수 질병 및 훼손 여부 매년 정기적 점검 ▲보호수 훼손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이전 관리 ▲보호수 지정·해제 및 이전을 위한 심의위원회 설치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보호수가 되기까지
보호수 지정은 대개 마을 이장 등 개인이 지방자치단체 산림과에 제보, 신청하는 데서 시작된다. 실제 사례를 통해 그 과정을 들여다보자.
청성면 장수리 상수리나무는 2009년 옥천 39호 보호수로 지정됐는데, 해당 보호수 역시 장수리 만명마을 당시 이장이던 박상민씨의 신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옛날에 대사가 지팡이를 꽂은 데에서 나무가 자라났다고 전해진다"는 전설을 전하며 "마을 풍년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지내던 나무로, 역사와 의미가 있기에 마을에서 농촌전통테마마을 사업이 활발하던 때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보호수 지정 신청이 접수되면 지자체 담당 부서에서 기본적인 수목 상태를 확인한다. 지정 대상 나무의 종류, 나이, 높이, 가슴높이지름, 수관폭 등을 고려해 보호수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산림청이 관리소나 지자체에 배포하는 '보호수 지정 및 관리 지침'의 보호수의 선정기준(규격)'을 기준으로 한다. 산림보호법 13조가 개정된 이후로 나무와 관련된 역사적, 학술적 가치도 보호수 지정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호수 지정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나무의 기본 정보와 함께 보호수 지정고시가 군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된다. 공고일로부터 한 달 이내에 이의신청이 없으면 보호수로 최종 지정된다.
절차를 거쳐 보호수로 지정이 되면, 각 지자체 혹은 지방산림청이 국가 예산을 부여받아 관리한다. 충청북도에서는 올해 8월 기준, 1223본의 보호수가 '보호수 정비사업' 예산 3억1200만 원(도비 30%, 시군비 70%)으로 관리되고 있다.
옥천군 산림녹지과 산림보호팀 김선병 주무관은 이는 "한 나무당 400만 원 지원받는 규모"라고 말한다. 토지소유권 문제에 따라 중부지방산림청이 관리하는 보호수 2본은 각각 보은·충주국유림관리소에서 상시관리하며 필요한 경우 예산을 요청하고 있다.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1년에 정기적으로 지정된 보호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점검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경우, 보호수 정비사업 예산으로 나무의사의 치료를 받는다. 해당 수목 앞에는 보호수임을 표시하는 안내판이 설치되고 주민의 생명, 신체를 위협하는 불가피한 상황 외에 보호수의 훼손 금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용·공공용 시설 외에 보호수의 수관폭에 해당하는 구역의 개발행위가 제한되는 것도 중요한 내용이다.
이를 위반하고 보호수에 불을 지른 자는 7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보호수를 절취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보호수 일부 또는 전부에 손해를 입히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평생 보호수인 건 아니다?
보호수 지정 여부와 상관없이 이와 같은 마을의 오래된 나무를 보호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자체 조례를 제정해 노거수 전수조사 및 보호 정책 등을 마련하고 있는 것.
전라남도 영광군은 지난 2019년 '영광군 보호수 및 노거수 관리 규칙 조례'를 제정하고 전수조사를 통해 지난해 4본에 이어 올해 38본의 노거수를 추가로 지정했다. 이로써 영광군이 지정한 노거수는 총 42본이 됐다. 산림공원과 정혜진 주무관은 "현재 보호수 지정기준에는 도달하지 못하지만 향후 보호수 지정 가능성이 있는 노거수를 발굴하고자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부서 담당자가 직접 마을을 돌아보며 기준에 부합하는 노거수를 선정해 지정했다"면서 "기존 보호수 관련 조례는 있지만, 미래에 보호수로 지정될 수 있는 노거수를 관리할 수 있는 법이 없어 자체 조례를 제정한 것으로 안다. 돌아본 노거수는 대부분 마을 주민의 쉼터로 활용되고 있었기에 그 중요성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옥천군 역시 관련 조례를 마련한 상태다. 올해 곽봉호, 이용수 의원 공동발의로 '옥천군 노거수 지정 및 보호 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면서 보호수뿐만 아니라 노거수를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 이전부터 보호수가 아닌 노거수에 대한 관리·지원의 필요성이 주민 사이에 제기돼 왔던 터라 이같은 조례 제정에 기대가 모아진다.
산림녹지과 산림보호팀 김선병 주무관은 향후 계획에 대해 "노거수 전수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관리가 필요한 노거수가 있다면 예산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월간옥이네 통권 52호(2021년 10월호)
글·사진 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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