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나란히 선 전두환씨(오른쪽)와 노태우씨.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나란히 선 전두환씨(오른쪽)와 노태우씨.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12·12쿠데타와 5·17 내란을 일으키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전두환씨의 죗값을 두고,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한 사법부 판단이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1996년 8월 서울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전두환씨에게 사형을 선고했지만, 그해 12월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전씨의 형량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이듬해 4월 대법원에 의해 형량이 최종 확정됐다.

항소심 재판부가 무기징역으로 감형한 것을 두고, 김영삼 대통령의 사면 결정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1심 재판부, 사형 선고

1심, 항소심, 상고심(3심)에 이르기까지 전씨 범죄에 대한 판단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사법부는 전씨가 1979년 12·12 쿠데타(군사반란)와 1980년 5.17 내란(비상계엄 확대 선포)을 일으키고 뒤이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것을 두고 반란수괴죄, 내란수괴죄, 내란목적살인죄 등을 적용했다. 또한 그가 집권 기간 유수 재벌 회장들로부터 2205억 원의 뇌물을 받은 것도 인정했다.

전씨에게 인정된 죄명의 형량을 볼 때 사형 선고는 불가피했다. 반란수괴죄(당시 군형법 제5조 제1호 위반)의 경우 형량이 사형밖에 없다. 내란수괴죄와 내란목적살인죄(당시 형법 제87조 제1호, 제88조 위반)의 형량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다.

1심 재판부는 전씨에게 사형을 선고하면서, 그 양형 이유로 "피고인이 범한 이 사건 각 범죄는, 2개 종류의 죄는 법정형이 사형뿐이고, 7개 종류의 죄는 그 법정최고형이 사형이며, 나머지 1개 종류의 죄의 법정최고형이 무기징역형인 죄로서 우리 형법이나 군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죄 중 가장 중한 죄들인 점"을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이 집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그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는 마당에서야 위 피고인이 대통령 재직 중 경제적 안정에 기여하고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례를 남기는 등의 업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크게 참작할 수는 없고, 퇴직 후 강원도 소재 백담사에서 상당 기간 외부출입을 하지 못한 채 생활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 하여도 위와 같은 정상만으로는 위 피고인은 자신이 범한 죄의 법정최고형을 피할 수는 없다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왜 봐줬나

항소심 재판부는 전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판사가 재량으로 형량을 감경할 수 있는 '작량감경'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판결문 '제4부 법령의 적용' 부분에 그 이유로 '반란 및 내란 등의 죄는 16년 전의 범죄인 점, 전직 대통령인 점 등 참작'이 기재됐다.

재판부는 판결문 '제5부 양형 이유와 결론' 부분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감경의 이유를 밝힌다. 아래는 전씨 관련 부분이다.
 
피고인 전두환은 12·12 군사반란을 주도하여 하극상의 방법으로 군의 기강을 파괴하였고, 5·17 및 5·18 내란을 일으켜 힘으로 권력을 탈취하면서 많은 사람을 살상하고 군사통치의 종식을 기대하는 국민에게 큰 상처를 주었으며, 불법으로 조성한 막대한 자금으로 사람을 움직여 타락한 행태를 정치의 본령으로 만들었다. 그 죄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 재임 중 6·29 선언을 수용하여 민주회복과 평화적 정권교체의 단서를 열은 것은 늦게나마 국민의 뜻에 순종한 것이다. 권력의 상실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 정치문화로부터 탈피하여, 권력을 내놓아도 죽는 일은 없다는 원칙을 확립하는 일은, 쿠데타를 응징하는 것에 못지않게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다. 자고로 항장은 불살이라 하였으니 공화를 위하여 감일등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항장 불살', '공화를 위하여 감일등'은 항복한 장수는 죽이지 않는다, 화합을 위하여 감형한다는 뜻으로 풀이되는데, 당시에도 황당한 논리로 봐주기 판결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권성 재판장은 3년여 뒤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 인사청문회에 나서 전두환씨 판결 관련 질의를 받고 "헌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한 것으로, 양형 이유를 비유를 통해 설명하려 한 것뿐이지 정치적 타협은 아니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결국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전씨의 무기징역은 확정됐다. 전씨의 형량이 사형으로 확정됐더라도 현실과 마찬가지로 사면 결정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해 12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사형집행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항소심 재판부의 감형으로 전씨에게는 20여 년 넘게 반성과 사죄할 시간이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씨는 끝내 반성과 사죄의 말을 내놓지 않고, 2021년 11월 23일 죽었다.

태그:#전두환 사망
댓글1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