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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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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의 지론 중 하나는 '꿈 3단계론'이다. 1단계 직업을 갖거나 어떤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명사형 꿈', 2단계 무엇인가 해내겠다는 '동사형 꿈', 3단계 어떤 품성이나 내면을 가진 사람이 되겠다는 꿈.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은 몇 단계의 꿈에 해당하냐고 물었다. 김 후보는 "정치 기득권을 깨고 싶다,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놓고 청년들이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고 도전하도록 만들고 싶다, 이런 일들이 나의 2단계 꿈, 무엇을 하고 싶은 꿈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이 사회의 변화를 위해 일하는 동사형 꿈을 추구한다면, 굳이 대통령이라는 직위가 없이도 가능한 게 아닐까. 현실적으로 대통령 선거일은 이제 두 달 남짓 남았을 뿐이고 아직까지 김동연 후보를 지지하거나 아는 유권자들은 많지 않다.

이 물음에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직을 제안받은 일을 꺼냈다. 이 정부의 마지막 1년을 마무리하는 총리직을 수행하고 나면 그 다음 정치 행보를 지원하겠다는 제안, 주중국대사 제안, 유수한 대학에서 온 총장직 제안, 기업에서의 제안 등 모든 자리를 뿌리치고 2년 반 동안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전남 여수의 한 어촌에서 한 어민이 '전에는 나라가 국민을 걱정했는데 이젠 국민이 나라를 걱정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국을 돌면서 이와 비슷한 국민의 집단지성을 체험했고 정당까지 창당했다. "이들과 함께 자유로운 사람으로서 그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성숙한 나, 사회에 기여하고 보람을 찾으면서 생기는 주체로서의 나를 추구하는 건 3단계 꿈"이라고 김 후보는 말했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에 바꾸고 싶은 것은 너무 많은데, 기존의 정치 문법을 따라 자리를 추구하거나 대통령으로 가는 기존의 길을 답습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집단지성을 안고 대통령이 돼 함께 바꿔 나가는 건 3단계 꿈에 해당하고 지금 그걸 향해 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지인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난 김 후보는 한 가지를 물어보면 열 가지를 답했다. 모든 것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 분야만 바꿔선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첫 경제부총리, 국무조정실장, 기획재정부 차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등 공직생활 34년 동안 한 일은 일단 제쳐두고, 민간에 나와 한 일들을 통해 그의 정책기조를 엿보기로 했다. 그는 경제부총리 전에 맡았던 아주대학교 총장 때 한 일들을 아주 자랑스러워 하는데, 그런 프로그램 중 하나가 '애프터 유'(당신 먼저)다.

"계층 이동의 문 닫힌 한국 사회... 계속 이러면 사회 뒤집힌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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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프터 유'는 어려운 사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줘서 해외연수를 보내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선발 기준에서 학교 성적과 어학성적을 고려하지 않았던데, 다른 학교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학교 성적, 특히 어학성적은 소득수준과 상당히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영어 성적으로 뽑으면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이 뽑힐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 가정형편이 얼마나 어려운지와 도전하겠다는 의지, 두 가지 기준으로 선발했다. 애프터 유는 어려운 학생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도 있지만 우리 학교 학생만 아니라 경기도 내 다른 학교에서도 지원을 받아 해외연수를 보냈다. 빅히트였다. 계층이동과 사회적 이동에 대한 철학이 학교를 넘어 사회로 퍼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 일이다.

애프터 유와 함께 얘기하고 싶은 것은 SOS, 세이브 아워 스튜던트(SaveOur Student) 프로그램이다. 학생이 SOS를 치면 중간 과정 다 생략하고 3개월 치 생활비를 대주는 것이다. 실제로 해보니 하루에 한 끼만 먹는 학생도 있었다.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학기 중에 부모님이 중증의 질환을 앓으시거나 돌아가시거나 실직하는 경우 학비는 장학금으로 해결하더라도, 생활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학생들을 구해야 한다.

우리 사회 가장 큰 문제는 계층 이동의 문이 닫혀버렸다는 것이다. 교육이 그전에는 계층 이동의 중요 수단이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부와 사회적 지위 대물림 수단이 됐고, 있는 사람들이 인적 투자와 교육 투자 통해 사회적 지위를 세습하고 있다. 이 구조를 깨지 않으면 사회의 역동성이 사라지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계속되면 사회가 뒤집어질 것이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의 근원은 양극화다. 대한민국 사회도 지속 가능성을 위협받을 정도로 양극화와 소득 불균형이 심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이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고 발전할 수도 없다."

- '파란학기'란 것은 학생들이 하고 싶은 공부나 활동으로 과목을 만들어 한 학기 동안 잘 수행해내면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것으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진짜로 하고 싶은 일에 틀에 매이지 않고 도전하고 시도해보라고 만든 것이다.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추격경제를 했는데, 앞으론 안 된다. 따라갈 선진국도 없고 이제는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서 내고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파란학기 같은 게 필요하다. 지금 새로 구상하고 있는 것은 청년기에 '갭 이어'(gap year)를, 쉬어가는 해를 1년 주는 제도다. 1년 정도는 청년들이 자기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자기계발을 해도 되고, 필요하면 취직준비를 해도 되고, 자기 인생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엉둥한 일을 해보고 할 기회를 주고 싶다.

또 청년뿐 아니라 연세 드신 분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주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인생에 두 번 그런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이제 인생 이모작, 삼모작 시대라는데, 장년기에도 그런 시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제도는 정교함이 필요해서 아직 공약으로 발표는 안 했지만 앞으로 하려고 한다."

"반대 극복 비결은 비전, 솔선, 추진력"

- 해외연수를 선발하면서 기준으로 성적을 보지 않은 것이나, 하고싶은 일을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일이나, 학내에서 반대가 컸을 것 같은데 어떻게 실행했나. 그냥 밀어붙였나.

"반대를 극복하는 데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비전, 솔선, 추진력. 첫째는 확실하게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둘째는 솔선, 예를 들면 애프터 유의 경우엔 다른 5개 대학을 참여시키는 데에 제가 다 직접 연락했고 자금 펀딩에 제 봉급 반을 기부하기도 했다. 세 번째는 좋은 건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강한 추진력이다. 막무가내로 한 건 아니지만 총장으로서 밀어붙였다."

- 계층이동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김 후보가 흙수저라서 그런 것인가. 사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흙수저 금수저 얘길 안 좋아하는 흐름도 있다.

"나는 정치인은 '내가 흙수저인데' '흙수저라서'라면서 내세우는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 수저 색깔로 청년들의 인생이 결정되지 않게 만드는 게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인데, 흙수저 금수저 이렇게 나눠 이야기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뒤집어 얘기하면 금수저도 그렇게 좋은 환경은 아니다. 누구나 다 어렵다. 흙수저는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금수저 역시 인생에 깊이와 성숙을 위해서 극복해야 할 점들이 많다."

- 김 후보와 정책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금새 또 다른 정책 얘기로 넘어가고 끝이 없다. 다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가.

"예를 들어 많은 후보들이 부동산 정책을 100만 호 공급, 200만 호 공급 이야기를 한다. 제가 볼 땐 엉터리다. 현실적으로 그 대책이 다음 대통령 임기 내에 작동할 수 없다. 또 그런 한 가지에 중점을 두는 걸로는 해결이 안 된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이 해야 한다. 수많은 요인과 요소들이 있는 걸 종합적으로 전체적으로 보고 지휘해야 한다.

사회적 계층 이동 문제에 대해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때 교육희망사다리 사업을 해봤지만, 그런 걸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근본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학벌주의가 바뀌어야 하고,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으로 몰리는 걸 막아야 하고, 국회의원을 저렇게 매력적인 직업으로 놔두면 안 된다. 봉사하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다 전반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정치개혁, 승자독식 구조 깨기를 제일 먼저 해야 한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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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개혁에 우선점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정치개혁, 정치구조 개편을 제일 먼저 해야 한다.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건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 경제정책을 아무리 좋게 만들고 좋은 교육개혁 방안을 만들어 실천하려 하더라도 정치개혁과 권력구조 개편 없이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승자독식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정책을 아무리 좋게 만들어도 정치에서 왜곡하면 전부 망가지게 돼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최저임금제에 절대 찬성하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는 반대했다.

부총리 때 청와대와 엄청 싸웠다. 길 가는 사람 10명 중 9명은 최저임금제에 대해 나쁜 정책이라고 할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서 진보의 가치를 추구한다면서 결과적으로는 진보를 싫어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것은 승자독식 구조에서 연유한다고 본다. 내 편 아니면 네 편 식으로 정치적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그래서 정치개혁부터 먼저 해야 한다.

한정된 자원을 나누는 것이 정치인데,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해 당사자들을 조율하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정치권에서 이해 당사자를 조율하는 게 아니라 갈등을 조장하고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 이걸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우선이고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고 교육을 완전히 개편해야 한다. 사실 같이 해나가야 하는 건데, 가장 우선은 정치개혁이다. 정치판의 세력 교체, 승자독식구조 기득권 깨기가 먼저다.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개혁은 한 발짝도 떼기 어렵다."

- 정치의 승자독식 구조를 깨는 구체적인 방안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하자는 얘긴 오랫동안 나왔지만 사실 지금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내가 주장하는 방법은 헌법개정국민회의를 구성해 1년 내 결론을 내서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의 사이클을 맞추자. 이럴려면 다음 대통령의 임기는 2년 정도 하고 국회의원선거와 대선을 함께 치르는 것이다. 지금 대선 후보들이 자기 임기를 줄여도 좋다는 살신성인의 각오로 하자고 제안했다.

정당보조금, 왜 국민 세금으로 짜증 나는 정치 행태를 보이는 세력에게 월급을 줘야 하나. 다 없애고, 대신 유권자 한 사람당 5000원씩 바우처를 주자는 거다. 유권자가 4000만 명이라고 하면, 2000억 원이다. 바우처 안 쓰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럼 1000억 원이다. 만약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다면 녹색당이든 정의당에 5000원을 보낼 수 있다. 국민이 하자는 거다. 왜 그걸 국가에서 하나. 지금의 정당보조금으로 거대 양당이 고착화하는 거고, 그 속에서 새로운 기득권이 나오는 거다."

[관련 기사]
[인터뷰 ①] "수도권에 몰려선 부동산 못 잡아, 1주택엔 대폭 풀어야" http://omn.kr/1wjk6

태그:#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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