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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급하지 않은 검체는 없다.' 인천 보건환경연구원 내부.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오늘도 우리는 흔들림 없이 코로나19에 맞서고 있다. 더 나아가기 위해 잠시 주춤한 것일 뿐. 우리는 믿는다. '함께라면' 더 나은 내일이 열린다고. 언젠가 오늘이 의미 있는 싸움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코로나19에 맞서, 서로에게 빛이 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 첫 번째로 24시간 희망의 불빛을 밝히는, 인천 보건환경연구원을 찾았다. 우리나라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난 지 딱 2년째 되는 날이었다.
 
오미크론을 포착한, 그날 밤


지난해 11월 29일, 인천 보건환경연구원 질병연구부 연구실. 시곗바늘은 오후 열한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성숙(43) 연구사의 눈에 기존 변이 패턴에서 벗어난 바이러스가 포착됐다. 새벽 한 시 반까지 확인 실험을 거듭한 끝에, 오미크론(Omicron)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났다.

불과 사흘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을 우려 변이로 지정한 터였다. 손에 들고 있는 결과지가 불러일으킬 파장에 머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큰일 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해야 할지' 앞날을 내다볼 수 없어 답답했습니다."

알파, 델타, 오미크론까지. 지난해는 다양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오 연구사는 짓누르는 부담감에 그날 하얗게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2022년 1월 기준, 질병관리청에 의하면 국내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0.16%로 나타났다.

88만 85건. 2022년 1월 19일 기준, 인천 보건환경연구원 질병연구부가 실시한 검체 누적 검사량이다. '24시간 검사 시스템'으로 코로나19를 연구하고, 찾고, 막아낸 시간. 국내 첫 오미크론 포착도 직원들이 밤낮으로 몸을 내던졌기에 가능했다.

"온 힘을 다해 바이러스를 막고 또 막다 보면 무거운 책임감과 체력 소모로 지치기도 합니다. 순간 우리 힘이 미약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우리 노력이 하루빨리 평범한 일상을 되찾는다는 희망으로 버팁니다."
 
인천 보건환경연구원에 막 도착한, 코로나19 검체를 실은 앰뷸런스.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인천 전역에서 쏟아지는 코로나19 검체. 코로나19가 나타난 후로, 인천 보건환경연구원의 불빛은 단 1분도 꺼지지 않았다.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불도 끄지 못한 채 지쳐 쓰러져 잠드는 날이 허다하다. 하지만 괜찮다. 동료들의 배려와 이웃의 격려가 있기에.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사명감으로 버틴, 2년
 
지난달 20일, 코로나19 간이 검사를 마치고 '음성'임을 확인하고 나서야 인천 보건환경연구원 출입이 허락됐다. 2층 연구실로 향하는 길도 직원들이 다니는 동선과 겹치지 않았다. 연구실 앞에서는 인천 전역에서 들어오는 코로나19 검체의 접수가 이뤄졌다.

'세상에 급하지 않은 검체는 없다.' 검체는 접수한 즉시 검사에 들어간다. 검체를 검사하는 연구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면서도 신중하다. 검체에서 바이러스 유전자를 추출해 유전자 증폭(PCR) 방식으로 양성과 음성, 미결정 등을 판정한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6시간이 걸리는데, 긴급할 때는 최대 2시간 만에 나온다.

코로나19가 나타난 후로, 인천 보건환경연구원의 불빛은 단 1분도 꺼지지 않았다. 밤낮으로 쏟아지는 검체를 검사하고, 역학 정보로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확인해 시와 보건 당국에 빠르게 상황을 전하는 반복되는 일상. 차가운 회의실, 삐거덕거리는 간이침대에 지친 몸을 뉘고, 연구 가운을 직접 세탁하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나날이 계속됐다. 사명감이 아니면 버티기 힘든 시간이었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30여 년에 걸쳐서 할 어마어마한 양의 검체를 검사했어요. 감당하기 힘든, 불가능한 일을 해낸 거지요. 직원들이 고맙고 자랑스러워요."

공용우(58) 질병연구부 부장이 고생하는 직원들을 떠올리며 안쓰러운 마음에 말끝을 흐린다.
 
하루평균 검체 검사량 1200건, 월평균 검체 검사량 3만7000건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삐거덕거리는 간이침대에 지친 몸을 뉘고, 연구 가운을 직접 세탁하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나날이 계속됐다. 사명감이 아니면 버티기 힘든 시간이었다.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기필코, 이겨야 할 싸움

권문주(57) 인천 보건환경연구원장도 힘든 시간을 함께하는 직원들이 애틋하고 고맙다.

"우리 역할이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으니 지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무너지지 않고 묵묵히 각자의 자리를 지켜온 직원들이 고맙고 미안합니다."

'내가 하지 않으면 동료가 더 힘들어진다', '끝까지 함께 가겠다'라는 다짐으로 뜨겁게 연대한 숨은 영웅들. 그들 덕분에 오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최훈(30)씨는 지난해 연구원에 입사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사이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다.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불도 끄지 못한 채 지쳐 쓰러져 잠드는 날이 허다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 때론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다. 하지만 괜찮다. 서로를 더 걱정하고 배려하는 동료들이 있기에.

"고맙다", "수고한다"는 시민의 격려도 큰 힘이 된다. 그가 오늘은 일찍 퇴근한다며, "가족과 둘러앉아 따뜻한 저녁 식사를 하고 싶다"고 빙그레 웃는다.

불 켜진 연구실, 동료들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마스크를 벗고 환한 미소로 악수를 나눌 그날까지', 내일 해가 뜨면 다시 코로나19와의 사투가 시작될 것이다.

취재영상 보기 (https://youtu.be/HHftThN0cyI)
 
누적 검체 검사량 88만 건 이상,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6시간, 불이 꺼지지 않은 날 730일, 불이 꺼지지 않은 시간 1만7520시간(2022년 1월 20일 기준)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땀에 젖은 장비를 벗는 최훈씨.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마스크를 벗고 환한 미소로 악수를 나눌 그날까지', 내일 해가 뜨면 다시 코로나19와의 사투가 시작될 것이다.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에서 발행하는 종합 매거진 <굿모닝인천> 2022년 2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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